과학과 지성	1997년08월07일 제 169호

인터넷 검색 밀어내기 현실화

“밀어주기냐, 당겨오기냐.”

조만간 인터넷 사용자는 정보를 얻는 이런 두 가지 방식 가운데 하나를 선택할 수 있게 된다. 자신에게 필요한 정보의 종류를 미리 주문해둔 뒤 알맞은 정보만을 받아보는 이른바 ‘밀어내기’(푸시) 기술이 인터넷 검 색프로그램의 양대 산맥인 넷스케이프 커뮤니케이터(옛 내비게이터)와 인 터넷 익스플로러4.0판에 탑재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사용자 필요 따라 세부 정보도 받아본다

이 방식은 지금껏 인터넷에서 정보를 얻어오던 방식과 완전히 반대의 개 념이다. 지금까지는 사용자가 자신에게 필요한 정보를 일일이 찾아내 자 신의 컴퓨터로 ‘당겨왔던’(풀) 방식이라면 요즘 주목받는 밀어내기 기 술은 정보를 가진 자가 정보를 밀어내어 보내주는 방식이다.

밀어내기는 이런 점에서 획기적인 인터넷 신기술로 평가된다. 정보를 주 고받는 방식을 180도 바꾼 것이다. 정보를 쌓아둔 창고들을 이곳저곳 헤 매면서 자기에게 필요한 정보를 찾아왔던 것이 이제는 정보창고지기가 정 보가 생길 때마다 자신에게 미리 등록된 사람의 컴퓨터에 정보를 배달해 주는 셈이다. 물론 주문 정보는 사용자의 필요에 따라 영화·음악·컴퓨 터처럼 세부항목으로 선택할 수 있다. 가만히 앉아서 자신이 주문한 정보 를 받아보는 것이다.

예를 들면 이렇다. 인터넷 사용자가 커뮤니케이터나 익스플로러를 실행하 면 실행화면 한쪽에 주문형 뉴스서비스를 하는 정보제공자의 채널 그림이 뜬다. 이곳에서 자신이 항시 받기를 원하는 정보제공자를 선택한다. 정치 해설 기사가 돋보이는 A신문 채널에선 정치 항목을, 영화정보가 다채로운 B정보제공자에겐 영화항목을 주문했다고 치자. 일단 채널과 정보항목을 선택하면, 즉 필요한 정보를 주문하면 정보제공자인 A와 B는 주문된 정보 가 생길 때마다 이를 사용자 컴퓨터로 밀어내 보내준다.

사용자 컴퓨터는 일정 시간마다 전화 접속으로 이곳에서 보내오는 정보를 받아두거나, 항상 인터넷과 연결돼 있는 전용선 컴퓨터의 경우엔 시시각 각 새로운 정보를 화면에 뿌려 보여준다. 그러다 보니 컴퓨터 화면은 텔 레비전처럼 보내주는 정보를 내보이는 화면이 되고 정보제공자는 일종의 뉴스방송을 내보내는 방송채널 구실을 하는 것이다. 인터넷 분야에서 밀 어내기 기술이 급상승하자 성급한 사람들은 이를 인터넷시대의 언론 모습 이 될 것이라는 예측까지 내놓고 있다.

밀어내기 내장 프로그램 속속 등장

인터넷 검색프로그램인 커뮤니케이터와 익스플로러는 최근 잇따라 밀어내 기 기술을 내장한 새로운 4.0판 검색프로그램을 발표하면서 기술 주도권 을 쥐기 위한 경쟁에 나서고 있다. 한편으로는 세계 각 지역의 유명 정보 제공자의 채널을 확보하기 위한 새로운 싸움에 여념이 없다. 익스플로러 의 개발사인 마이크로소프트는 자신의 밀어내기 프로그램인 ‘액티브 채 널’에 전세계에서 CNN·BBC·뉴욕타임스·타임워너 등 모두 2백50여개 정보제공자들이 참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내에선 한겨레신문사의 뉴스2 1 컨소시엄과 디지틀조선일보, 중앙일보, 데이콤 천리안, 나우콤 나우누 리 등 9개 업체가 오는 9월부터 정식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현재 검색프로그램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커뮤니케이터의 개발사 넷스케 이프 커뮤니케이션도 ABC·CNN·C넷 등 세계 유수의 정보제공자 다수를 자신의 ‘채널 파인더’ 프로그램에 참여시키고 있으며, 한글정보를 제공 할 국내 정보제공자 확보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인터넷 검색프로그램 뿐 아니라 국내 피시통신업체들도 주문형 뉴스서비스 방식의 정보 밀어내 기 기술을 속속 채용할 태세다. 이미 데이콤 천리안이 이 기술을 이용한 천리안캐스트 서비스에 나선 데 이어 하이텔·나우누리·유니텔도 도입을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져 시장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하지만 인기 상승세인 인터넷의 정보 밀어내기 기술이 과연 인터넷 정보 소통의 대세로 확고하게 자리잡을지에 대해선 회의론도 나오고 있다. 일 부 전문가들은 밀어내기 기술이 확산될 장래의 인터넷 환경에 대해 “사 용자가 필요할 때 한해 정보를 불러오던 것과 달리 일단 주문된 모든 정 보가 수시로 소통되기 때문에 인터넷 도로의 교통체증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며, 밀어내기 시스템을 갖춘 제한된 채널이 인기를 얻을수록 인터넷 의 수많은 소수의 목소리는 묻혀버릴 가능성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우 려를 보이기도 한다.

불필요한 정보 막기 어려운 단점도

일부 언론학자들은 사용자가 이미 다른 매체를 통해 보아 알고 있는 정보 나 자신에게 별 중요하지 않은 자질구레한 정보까지 받아봐야 하며, 정보 제공자가 이미 분류해놓은 정보를 받아보기 때문에 단편정보 외에 분류영 역 밖의 정보나 그 정보의 배경을 알지 못하는 불편이 있다고 지적한다. ‘과연 정보 독자들은 인터넷 정보를 자신의 컴퓨터에 자동으로 날라다 주는 프로그램으로 주문 정보를 받아봐야 할 정도로 게으를까, 자신에게 필요없는 정보를 받는 일조차 감내할 만큼이나 바쁠까’ 하는 의문을 제 기하는 것이다. 능동적으로 자신이 찾고자 하는 정보를 찾는 사람이야말 로 정확하게 정보를 찾아내는 ‘가장 훌륭한 검색 프로그램’(브라우저) 이라는 얘기다.

더욱 간편한 정보서비스와 인터넷 광고수익 확대를 표방하고 나선 정보 밀어내기 신기술이 앞으로 어느 방향으로 자신의 활용영역을 확대해가면 서 자리매김해갈지 지켜볼 만하다.

오철우 기자/ 한겨레 생활과학부 한겨레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