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1997년08월07일 제 169호 한겨레21

몽골, 공짜 아파트도 싫다?

몽골에서는 지금 국영아파트를 공짜로 나눠주는 문제로 온 나라가 시끌벅 적하다. 발단은 정부 직속기관인 ‘국가사유화위원회’가 수도 울란바토 르 인구 중 48%가 거주하는 국영아파트를 분양하는 몇가지 지침을 정하면 서부터다. ‘아파트 사유화’는 지난 96년 총선에서 압도적 승리를 거둔 민주당 정권의 공약사항이며, 공산당 정권이 퇴진한 지난 90년부터의 과 제였다.

언론에 따르면, 이 지침은 국가로부터 배정받았던 아파트에 합법적으로 살고 있는 주민들에게 아파트를 무료로 주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이에 따라 매매가 불법화된 국영아파트를 사고판 주민들은 이 ‘공짜 아 파트’ 분양대상에서 제외됐다. 그동안 상당수 아파트 거주자들은 자신의 집을 남과 서로 바꾸거나, 뇌물로 서류를 위조해 사실상의 매매와 임대를 해왔다.


거주자들도 관리비 인상 내세워 반대

그러나 이런 정부 방침은 곧 사면초가 상태로 몰렸다. 우선 공짜로 아파 트를 받게 된 이들이 시큰둥하다. 이들은 왜 ‘공짜 아파트’가 생긴다는 데도 불만일까. 이유는 분양 뒤 아파트 관리비를 현실화하겠다는 또다른 지침 탓이다.

사유화위원회는 아파트 사유화 뒤 중앙공급식의 난방과 전기 수돗물과 온 수 등 관리비를 현실화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현재 3천투그릭(1달러=8백 투그릭) 정도인 관리비가 많게는 10배 이상 뛸 것으로 보인다. 이는 평균 임금 3만∼4만투그릭인 노동자들이 월급을 몽땅 털어야 하는 금액이다. 따라서 이들은 ‘내 집’보다는 ‘거의 공짜로 살고 있는 지금’을 선호 할 수 밖에 없다.

재산상 큰 손해를 보게된 ‘불법매매자’들의 반응은 훨씬 격렬하다. 이 들은 현재 레닌박물관 앞에서 연일 시위를 벌이면서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이들의 주장은 간단하다. “어떤 경로를 거쳐 아파트를 샀건 우리 들은 적정한 대가를 치렀다”는 것이다. 그런데 아파트 분양에서 또다시 비용을 내게 됐다는 것이다. 더욱이 이들 중 상당수는 매매가 불법인지도 모르고 ‘사기’를 당한 것으로 알려져 문제를 한층 꼬이게 하고 있다. 수도 인구의 절반 이상인 ‘판잣집’ 주민들도 불만이다. 수도와 난방이 없는 판잣집 생활을 계속해온 이들의 눈에 따뜻한 난방과 온수가 나오는 아파트를 기득권자들이 공짜로 가진다는 것이 곱게 보일 리 만무다.

이렇게 문제가 복잡해진 데는 울란바토르의 열악한 주거환경과 아파트를 짓지 못하는 낮은 건축기술이 크게 작용했다. 옛 사회주의 시절에는 울란 바토르의 주거환경이 별 무리가 없었다. 시민들은 대부분 자신이 소속된 기관에서 아파트를 지급받았다. 그러나 옛 소련이 몰락하고 몽골도 그 영 향을 받아 시장경제로 전환하면서 주거환경이 급속히 나빠졌다. 인구는 수도로 몰렸지만, 아파트 건설은 더 이상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는 몽골 에 대부분의 건물을 지어준 소련이 더이상 원조를 할 수 없게 됐기 때문 이다. 몽골에는 아직까지 자체적인 아파트 건축기술이 없다. 아파트가 신 설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유입된 인구는 판자촌을 형성했고, 지금은 52%가 판자촌에서 살고 있다.


낙후한 건축기술, 판자촌엔 희망이 없다

울란바토르는 지방의 유능한 젊은이가 정부 장학금으로 이곳에서 대학을 졸업한 뒤 좋은 직장을 구해도 방 한칸을 구하지 못해 직장을 포기하고 고향으로 내려갈 정도로 주거난이 심각하다. 또 조혼 풍습이 있는 몽골의 학생부부도 수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들은 학창시절엔 기숙사에서 살 림을 차리지만, 졸업을 하면 주거전쟁에 뛰어들어야만 한다. 자취를 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 대부분의 아파트들이 ‘거실 1 방 1’의 구조를 가지 고 있기에 다른 이에게 자신들의 공간 중 반을 내준다는 것은 어렵다.

하지만 몽골인들은 이 모든 문제의 근원이 ‘아파트를 지을 줄 모르는 몽 골인’들 자신에게 있다는 것을 아직 모르고 있는 듯하다. 옛 소련의 기 술자들이 와서 건물을 지어줄 당시 그들로부터 건축기술을 배우지 않은 자신들을 책망하는 것이 아니라, 가르쳐주지 않은 옛 소련을 원망하고 있 다. 어쨌든 더이상의 주택건설이 없다면 현 몽골 정부는 심각한 위기에 빠질 것같다.

울란바토르=박병욱 통신원 한겨레21

© 한겨레신문사 1997년08월0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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