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1997년08월07일 제 169호

세례의 강 갠지스에 ‘환경보호 세례’

지난 7월 초순 인도의 ‘성스러운 강 갠지스’ 중류 카느푸르에서는 60여 명의 학생들이 강에서 무엇인가를 열심히 찾고 있었다. 물 속에 잠긴 ‘ 그 무엇’을 찾는 학생들 주변에는 독수리떼가 맴돌고 있었다. 심지어 일 부 독수리들은 학생들이 물 속에서 ‘그 무엇’을 들어올리자 공격을 감 행하기까지 했다. 자신들의 먹이를 빼앗아가지 말라는 항의였다. 학생들 은 이런 공격을 피해가면서 ‘그 무엇’을 물가로 끌어냈다. 그것은 썩어 문드러진 주검들이었다.

이날 갠지스 상류에서 주검을 수거한 학생들은 비정부기구(NGO) ‘에코 프렌드’의 회원들이다. 현재 수백명의 회원이 가입하고 있는 이 단체가 갠지스강에서 주검들을 건져올리기로 한 것은 이 주검들이 강 오염의 주 요 요소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여태까지 종교적 권위에 눌려 아무도 시 도한 바 없는 일이다. 이들은 이날 모두 1백17구의 주검을 건져 정부에 넘겨줬다. 정부에 갠지스강 오염 극복을 위한 적극적 대책을 마련하라는 의미다.

영생 위해 수장한 주검 1백17구 인양

환경운동이 거의 주목받지 못하는 인도에서 이들이 이런 ‘극단적 행동’ 을 한 것은 그만큼 갠지스강 오염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갠지스강 오염은 경제적 요인과 종교적 요인이 결합돼 있지만, 종교적 요인이 더 큰 것으 로 평가된다.

히말라야의 만년설에서 발원한 갠지스는 인구밀도가 높고 힌두 원리주의 자들이 많은 유피주와 비하르주를 거쳐 벵골만으로 흘러든다. 사람들은 갠지스강이 새로운 창조를 위한 ‘파괴의 신’ 시바의 이마에 붙은 초승 달에서 뿜어져 나온다고 믿는다. 1년 중 6월에서 9월까지 우기를 제외한 나머지 건기에는 거의 비가 오지 않는 힌두스탄 평원에서, 유일하게 마르 지 않는 갠지스는 진정 ‘신의 축복’이다. 따라서 이 갠지스가 종교 성 지로 된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갠지스강은 세계에서 가장 신성한 물이며 그 자체가 하나의 신이기도 하다.

대다수 인도인들의 삶은 갠지스강물로 세례받는 데서 시작되어, 화장한 뒤 갠지스 강물에 뿌려지는 것으로 마감된다. 특히 죽어 화장된 뼈를 갠 지스에 뿌리는 것은 영원한 구원과 직결된다. 갠지스의 성수로 죽은 자들 은 속죄되어 윤회의 사슬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그런데 비싼 화장용 장작비를 마련하기 힘든 가난한 자나 어린이, 미혼처 녀의 주검은 수장을 통해서라도 ‘영생’을 얻으려 하고, 이 때문에 강의 오염은 더욱 심각해진다. 또 종교적 관습에 따라 갠지스에 몸을 담그기 위해 몰려드는 목욕 인파가 쏟는 오수와 배설물도 갠지스 오염의 또다른 요소다.

이런 종교적 이유와 함께 경제적 요인도 갠지스 오염에 큰 비중을 차지한 다. 강 주변 도시와 마을의 오·폐수가 그 어떤 여과장치도 없이 거의 그 대로 강에 흘러들기 때문이다. 특히 현재와 같은 우기에는 거리에 방치된 쓰레기와 사람·동물의 배설물이 그대로 갠지스에 흘러들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갠지스 실행계획’이라는 환경개선프로그램을 마련해 놓 고도 실질적인 활동을 거의 못하고 있다. 우선 힌두교의 나라 인도에서 정부가 수질개선이나 위생학상 이유로 종교적 행위를 금지할 수는 없다. 이는 정부의 ‘자살행위’로까지 인식되고 있다. 그렇다고 인도 정부는 자연발생적으로 형성된 이들 촌락에 일일이 하수시설을 가설할 재정도 없 다. 캘커타와 뭄바이 같은 대도시도 하수처리시설이 너무나 열악해 썩어 드는 판국에 어느 세월에 갠지스 지역까지 다 건설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 다. 정부가 수백억 루피를 들인 일부 오수처리장들도 가동중지 상태가 태 반이다.

건져올린 주검 재수장… 정부 재정부담도 한몫

7월 초 갠지스에서 주검을 건져올린 학생들의 행동이 이런 정부의 굼뜬 환경정책에 얼마나 영향을 줄까? 결과는 별무효과였다. 학생환경단체의 선구적 행동이 거대한 ‘종교사회 인도’를 움직이기엔 역부족이었다. 단 적인 예로 이들이 건져 정부에 넘긴 1백17구의 주검들이 인도 경찰에 의 해 다시 고스란히 수장됐다. 시민단체들은 분노했지만, 결국 정부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조처란 말단 경찰들을 자르는 수준에 불과할 것으로 전 망된다.

민간에서는 종교라는 거창한 이름으로, 정부에서는 엄청난 재정부담이라 는 핑계로 갠지스의 환경오염은 오늘도 계속 악화되고 있다. 이런 거대한 ‘반환경적 종교세력’에 맞서 인도의 환경운동단체들이 다음엔 어떤 행 동에 나설지 주목된다.

바라나시=정진아 통신원 한겨레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