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동하는재벌/미원그룹	1997년08월07일 제 169호

미원-삼성 화해의 시대?

(사진/미원이 지난해 `청정원진육수'를 내놓자 제일제당은 `진국육수쇠고기'를 내놓았다. 그러나 두 업체 사이의 화해무드 속에 브랜드 싸움이 격화될 듯하지는 않다.)

미원그룹 임창욱 회장의 장녀 세령(20)씨와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의 외아 들 재용(29)씨의 결혼계획이 재계에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미원그룹 관계자에 따르면, 두 사람은 지난 1월 친지의 소개로 만나 교제 해왔으며 이미 양가부모의 결혼허락을 받았다. 연세대 경영학과 2학년에 재학중인 세령씨는 처음에는 재용씨와 나이 차가 많다는 이유로 만남 자 체를 꺼렸지만 만남을 계속하면서 마음이 달라졌다는 것. 재용씨는 현재 미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정치학 석사과정에 재학중다. 두 사람은 결혼 뒤 함께 외국에서 공부를 계속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사람들의 관심은 선대에 조미료업계의 1인자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여온 미원과 삼성 두 가문이 이 결혼으로 마침내 화해의 시대를 맞게 될 것인가 하는 데 있다. 제일제당은 올해 삼성에서 분리되긴 했지만 삼 성 가문의 장손집안이다.

조미료시장을 둘러싼 미원과 삼성의 싸움은 삼성의 고 이병철 회장이 70 년대 초 ‘미풍’을 앞세워 미원의 아성에 도전하면서 처음 시작됐다. 1 라운드는 미원의 완승. 미풍은 미원이라는 이름에 길들여진 소비자의 선 호를 바꿔놓지 못했다. 그뒤 고 이병철 전회장은 생전에 꼭 이루고 싶은 소원 중 하나로 미원에 대한 제압을 꼽았을 정도로 미원가의 경쟁에 대단 한 집착을 보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삼성은 80년대 들어 ‘다시다’를 내놓아 ‘맛나’로 맞선 미원을 처음으로 눌렀다. 그러나 미원이 지난해 ‘청정원진육수’를 새로 내놓아 이제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든 상태다. 미원쪽은 제일제당이 뒤늦게 내놓은 ‘진국육수쇠고기’로 두 업체 사이 에 다시 3차전쟁이 벌어지는 것 아니냐는 물음에 대해 “미원은 청정원이 라는 브랜드에 더 관심이 많다. 진육수는 청정원이라는 이름을 달고 나온 첫 제품이라는 데 더 의의를 두고 있다”고 말한다. 이제 단일브랜드로 치열한 싸움을 벌일 때는 지났다는 것이다. 조미료 시장이 전체 식품시장 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는 것도 화해무드를 조성하는 외적인 조건이다.

어쨌든 두 사람의 결혼은 할아버지끼리의 조미료전쟁에서 빚어진 감정적 앙금을 마무리하는 의미를 가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피보다 돈이 더 진하다”는 기업의 생리상 사돈관계를 맺는다고 해서 제일제당과 미원간 의 치열한 경쟁이 수그러들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