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동하는 재벌/미원그룹	1997년08월07일 제 169호

연봉제, 아직은 과도기

(사진/미원그룹은 올해 세원그룹과 합병하면서 재계 29위로 다시 올라섰다. 서울 동대문구 신설동의 미원그룹 사옥.)

고비용저효율 구조를 극복한다는 명분 아래 연봉제를 도입하는 기업이 크 게 늘고 있는 가운데 미원그룹은 지난해부터 대졸 이상 사원들에게 도입 한 연봉제를 올부터 전 직원에게 적용하고 있다.

미원그룹의 연봉제는 우선 기본연봉에다 팀장이 매긴 고과에 따라 산출되 는 급여를 가감해, 이듬해의 연봉을 산정하는 방식. 근속기간이 같은 직 원들 사이에 최고 20%까지 차이가 난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볼 때 직원들 의 연봉은 올해 평균 6% 가량 올랐고, 연봉제 이전보다 사원 개개인의 연 간 급여총액이 줄지는 않았다. 아직은 느슨한 형태다.

미원그룹 관계자들은 연봉제 도입의 장점으로 “사원들의 업무에 대한 책 임성이 크게 높아졌다”는 점을 꼽는다. 예전에는 담당직원에서 최고결정 권자에 이르기까지 몇차례 결재과정을 거치면서 당초 계획이 많이 수정되 던 것이, 이제는 업무담당자의 판단이 최대한 존중된다. 이는 사무자동화 에 따른 전자결재방식의 도입과 어우러져 의사결정기간도 크게 단축시켰 다.

그러나 사원들 중에는 연봉제에 대한 우려와 반대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무엇보다 객관적인 고과평가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주)미원의 한 팀장 은 “피고과자와 상담해서 목표치를 정하고 서로 협의를 하지만 상대방이 수긍할 만한 객관적 평가지표를 마련하기란 어렵다”고 고백한다. 느슨한 부서와 심한 스트레스를 받는 부서 등 부서별로 업무 성격이 천차만별인 데 어떻게 가중치를 부여해야 할 것인지도 해결되지 않았다고 한다. 또다 른 팀장은 “다른 팀에서 높은 고과를 받는 사람이 많이 나올 경우 팀원 들의 불만을 사게 될까봐 결국 온정주의로 흘러 평가를 그르치게 된다는 점도 문제”라고 지적한다.

객관적인 고과산정이 어려운 상황에서 연봉제가 머잖아 낮은 연봉의 직원 들에게 사실상의 퇴사압력으로 작용하리라는 우려도 만만치않다. 한 사원 은 “회사의 연봉책정이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누구나 자신의 능력을 다 시 평가해줄 기업을 찾을 수 있고, 기업들 사이에도 능력있는 사원을 다 른 회사에서 자연스럽게 스카우트하는 풍토가 아직 조성되지 않은 우리나 라 현실에서 연봉제는 업무효율을 높이기보다 오히려 불안을 가중시키고 사원들간의 벽만 높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