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1997년08월07일 제 169호

묵납자루·배가사리 다 떠나는가

한반도에 살고 있는 민물고기는 모두 1백89종이 학계에 보고됐다. 이 가 운데 한국 특산종은 모두 50종. 잉어과 31종, 미꾸리과가 8종으로 전체 특산종 가운데 78%를 차지한다. 이들 특산종은 단순히 물고기가 아니다. 빙하기 이래 여러 번의 지각변동을 통해 각 하천으로 분산된 뒤 해수면 상승으로 하천별로 격리돼 분화한 이들은 한반도 지질 변천의 산증인들이 다.

한강에는 묵납자루와 가는돌고기, 낙동강에는 수수미꾸리와 꼬치동자개, 금강에는 미호종개, 백천에는 부안종개, 섬진강에는 임실납자루…. 그러 나 서로 다른 환경에 적응하며 독립적으로 살아온 이들이 멸종위기에 몰 리고 있다. 거의 대부분이 물바닥이 자갈로 이루어진 깨끗하고 유속이 빠 른 하천의 중상류에 적응해온 이들은 서식범위가 한정돼 있고 조그마한 환경변화에도 대단히 민감해 인간이 만들어 내는 환경변화에 적응하지 못 한 채 하나둘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실제 지난 60년대 이후 산업화가 진행됨에 따라 하천생태계는 급속하게 변화 파괴되었고 이에 적응하지 못한 어류는 개체수가 급격히 감소하거나 멸종의 길을 걷고 있다. 서호줄납갱이는 이미 멸종됐고 감돌고기, 흰수마 차, 미호종개, 꼬치동자개, 어름치 등은 곧 우리곁에서 사라질 운명이다. 무엇이 이들을 죽음으로 내모는가. 골재채취나 댐 건설로 인한 서식지 파 괴, 수질오염과 남획, 외래어종 방류에 따른 생태교란 등 그 원인은 셀 수도 없다. 그러나 최근 여기저기 들어서는 대규모 댐들은 일순간에 이들 의 서식지를 변화, 파괴시킨다는 점에서 인간의 그 어떤 행위보다도 치명 적이다.

한강상류에 위치한 진동천과 내린천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청정 계류 하 천으로 30여종의 담수어가 서식하고 있다. 이들 가운데 묵납자루, 배가사 리, 새코미꾸리 등 무려 16종의 특산종을 품고 있는 곳이다. 그러나 그곳 에도 댐이 들어선다고 한다. 자연보존이나 종다양성, 학술적인 중요성은 뒤로 접어두더라도 우리나라 계류 생태계를 대표하는 곳에서마저 특산종 들이 살 자리를 잃는다면 그들은 어디로 가야 하는가. 우리의 특산종들은 그렇게 사라져 가고 있다.

송호복/ 생물학 박사·담수어류 한겨레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