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1997년08월07일 제 169호 한겨레21

무자비한 댐, 댐, 댐

댐의 수공 위협에 노출된 곳은 진동계곡만이 아니다. 전국의 물맑고 산좋 은 곳이라면 어김없이 댐이 들어서고 있거나 들어설 예정이다. 진동계곡 을 싸안은 점봉산 북동면의 강원도 양양군 남대천에서부터 정선과 영월을 잇는 아우라지 강(동강), 지리산 산청의 고운동 계곡, 호남의 젖줄 탐진 강에 이르기까지 빼어난 경관과 보호가치가 있는 자연생태를 간직한 곳들 이 모두 댐으로 수장될 위기에 놓여 있다.

설악산 대청봉과 점봉산, 응복산, 황백산, 약수산, 오대산의 두루봉 골짜 기에서 발원하여 강원도 양양군 서면과 현북면을 적시며 동해로 유입되는 60km에 이르는, 우리나라 최대의 북태평양 연어 회기천인 남대천은 이미 공사로 곳곳이 파헤쳐지고 있다. 양양 양수발전소 상부댐 공사로 진동계 곡이 무너져 내리는 것처럼 남대천은 하부댐 건설로 끝장나고 있다. 곳곳 이 파헤쳐져 흙탕물이 흐르고 양양 군청에서는 수몰예정지역의 바위를 캐 재원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한국 최대의 연어 회기천으로 유명한 남대 천은 연어 은어 황어 칠성장어 등 각종 소하성 어족의 산란장이며 산천어 , 쉬리, 미유기, 큰 가지고기, 가시고기 등 희귀어종이 서식하고 있어 학 계에서도 그 보존가치를 공인하고 있는 형편이지만 댐의 위력 앞에 초라 하게 무너져 내리고 있는 것이다. 진동계곡과 남대천 보호에 노력해온 우 이령보존회 이수용 사무국장은 “댐 건설에 따른 수온 상승과 오염 등으 로 냉수어족인 연어가 더이상 찾지 않는 등 생태계 파괴는 불보듯 뻔하다 ”고 분노했다.

“신선이 술을 마시고 선녀가 내려와 목욕을 했다”는 전설이 있을 정도 로 수려한 경관을 자랑하던 경남 산청의 고운동 계곡도 이미 양수발전소 공사로 회복 불능의 상처를 입었다. 아름드리 굴참나무와 졸참나무가 대 규모 군락을 이루던 2백만평의 광대한 분지형 골짜기가 속속들이 파헤쳐 지고 있다. 94년 7월 공사를 시작한 뒤 잘려나간 굴참·졸참나무 등 50여 만 그루가 곳곳에 나뒹굴고 그 많던 꼬리치레도룡뇽도 완전히 자취를 감 췄다. 한때 이곳을 터잡아 살던 60여 가구의 주민들마저 대부분 정든 고 향을 등지고 떠나 버렸다.

호남의 젖줄 탐진강도 수장의 위기에 놓여 있다. 올 연말 댐 건설공사가 시작되면 천연기념물인 무태장어(258호)등 수많은 토종 물고기도 모두 끝 장날 판인 것이다.

아우라지의 서글픈 전설을 간직한 영월과 정선을 잇는 동강. 수달과 원앙 새 호사비오리 어름치 등 희귀동식물이 보금자리를 틀고 천연 석회암동굴 이 존재하는 이곳도 또한번의 서글픈 전설을 간직한 채 물 속으로 영원히 잠길 운명이다. 올해 말이나 내년 초부터는 댐 건설 공사가 시작될 것이 기 때문이다.

용담댐 건설로 황폐화되고 있는 금강 상류와 임계 회령지역 등도 비슷한 처지. 특히 금강 상류는 어류학자들 사이에 우리나라에서 진동계곡과 함 께 인간의 손길을 어렵게 피한 마지막 남은 어류의 보고로 평가받고 있지 만 무자비한 댐은 그것을 인정치 않는다. 그저 둑을 쌓고 물길을 틀어 막 으면 그만인 것이다.

현재 소양댐 등 10개의 다목적 댐이 건설돼 있고 2001년 완공을 목표로 공사가 진행중인 곳도 임계·횡성·용담댐 등 6개에 이른다. 하지만 정부 와 한국전력은 2011년까지 모두 34개의 댐을 더 지을 계획을 세우고 있다 . 그들에게 댐은 그저 거대한 둑을 쌓아 올리고 물길을 틀어막는 전기가 쏟아져 나오는 위대한 토목공사에 불과할지 모른다. 그러나 우리에게 남 겨지는 것은 썩어가는 물을 바라보며 긴 시름에 잠기는 일뿐인지 모른다.

신승근 기자 한겨레21

© 한겨레신문사 1997년08월0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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