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이야기	1997년08월07일 제 169호

산신령 북악산 등반 나설까?

(사진/다시 국민앞에 설 것인가. 조순 시장은 대선 출마설을 부인하지 않고 있어 출마의 때를 기다린다는 소리를 듣고 있다.)

조순 서울시장은 과연 대통령후보로 나설 것인가. 현재 그 가능성은 ‘반 반’이라고 봐야 할 것 같다. 뜻은 있되 여건이 문제이기 때문이다.

애초 지난 5월 국민회의 전당대회에서 “대통령선거에서 좋은 결과를 얻 어 국가를 바로 세우고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해주기 바란다”고 축사를 할 때만 해도 자신이 직접 나설 뜻은 없었다는 것이 주변의 말이다. 그러나 지난 6월께부터 제정구 의원과 유인태 전 의원 등 국민통합추진회의(통추 )쪽 인사들이 조 시장을 집중적으로 설득하면서 마음이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들 이외에 시정개발연구원의 ㅅ 박사 등 일부 제자 그룹도 출마를 권유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8월 한달만 생각 더 해보자”

조 시장의 출마‘의지’에 대해 이를 설득해온 통추쪽과 만류해온 국민회 의쪽 사이에 약간의 뉘앙스 차이는 있지만, 의사가 있다는 데 대해서는 양쪽 판단이 일치한다. 통추의 유 전 의원은 “조 시장이 이미 결심을 굳 힌 단계”라며 애초 8월 중순께로 잡았던 추대위 출범 일정을 서두를 계 획임을 밝혔다. 지난 7월24일 저녁 시장 공관에서 조 시장과 식사를 함께 한 이해찬 의원(국민회의) 역시 “출마의 현실성이 있느냐를 고심하는 단 계”라면서도 “의사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24일 오전 제정구 의원과 유인태 전 의원이 다녀간 뒤 이날 저녁 이 의원을 만난 셈인데, 다음날 오전 공보관을 통해 “어떤 구체적 협의나 결심을 한 바 없다”며 소극적인 해명 자료를 낸 조 시장은 오후 에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어떤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다”며 출마 가능 성을 강하게 시사했다. 이 의원에 따르면 “명분은 있더라도 (당선될) 현 실성이 없지 않으냐”며 불출마를 권유하자 “8월 한달 더 생각해보고 최 종 판단을 하겠다”고 대답했다고 한다. 이런 조 시장이 다음날 기자간담 회를 자청해 “여러 사람들의 의견을 들어 적절한 시기가 오면 결단을 내 리겠다”며 “현재로서는 대선 출마 가능성에 대해 단언할 수 없으나 어 떤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말한 것은 ‘출마’를 전제로 때를 기다리고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게 한다.

그간 조 시장을 접촉해온 인사들에 따르면 그는 이른바 ‘DJP연합’으로 는 대선에서 승산이 희박하다고 보고 있다고 한다. 통추쪽 인사들 역시 최근의 여론조사 결과 등을 토대로 ‘DJP연합’이 성사되더라도 김대중 국민회의 후보의 승산을 낮게 보고 ‘제3후보’ 필요성을 집중적으로 설 득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경제 대통령’을 바라는 유권자들의 심리에 경제전문가 조 시장이 최적의 인물임을 강조했다고 한다.

조 시장이 ‘출마’쪽으로 기울었다고 해도 아직 넘어야 할 고비는 남아 있다. 우선 ‘DJP연합’의 승산에 대한 여론이다. ‘단일후보 김대중’이 이회창 후보에게 10% 안팎까지 뒤지는 것으로 보도되는 최근의 지지율 격 차를 계속 좁히지 못할 경우에는 그의 거취가 여론의 주목을 받을 가능성 이 적지 않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이번 선거를 마지막 기회로 보고 있는 김대중 국민회의 총재쪽과의 절충은 쉽지 않을 것이다. 민주당과 민주노 총 전국연합 등 다른 ‘제3세력’들이 이 논의과정에 나서게 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만일 텔레비전 토론회 등을 통해, 야권의 승산이 점쳐질 정 도로 김대중 후보와 이회창 후보의 격차가 좁혀지거나 역전이 이뤄진다면 조 시장의 출마 명분은 퇴색될 가능성이 크다.

지지도와 조직 등 넘어야 할 산 첩첩

조 시장 개인에 대한 지지도도 변수다. 일단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만큼 조 시장에 대한 지지율이 일정 수준은 유지돼야 ‘DJP연합’ 후보와 야권 단일후보 자리를 건 다툼이 가능할 것이다. 특히 여야 3당 대변인과 방송 3사가 텔레비전 토론회에 나설 자격조건으로, 이미 확정된 3당 후보 이외 인사의 경우 15%의 지지율을 기준으로 삼기로 결정해, 조 시장 역시 최소 한 이 정도의 지지도는 얻어야 발언권을 얻을 전망이다. 이 밖에 선거전 에 앞서 ‘조직’을 확보하는 것은 두말할 필요없이 후보의 기본요건이다 . 이해찬 의원은 조 시장을 만난 자리에서 “지난번 서울시장 선거는 민 주당 조직으로 치렀지만, 선거란 것이 당 조직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어렵 다”면서 “돈을 마련하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다”고 ‘재고’를 종용했 다고 한다.

공직자의 사퇴 시한이 9월19일인 만큼 늦어도 8월 말 9월 초께면 조 시장 의 출마 여부가 결판난다. ‘산신령’의 점괘와 택일이 궁금해진다.

김이택 기자/ 한겨레 정치부 한겨레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