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야기/임진모씨	1997년08월07일 제 169호

민중가요는 귀중한 민족자산

팝 칼럼니스트 임진모(38)씨가 가요제에 선다. 갑자기 직업을 가수로 바 꾼 것은 아니다. 그는 다만 참가자들의 노래에 공정하게 점수를 매길 뿐 이다. 오는 8월8일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민가협) 주최로 명동성당 앞마당에서 열리는 ‘양심수를 위한 시민가요제’의 심사위원을 맡은 것 이다. 그로선 “주류 안에서 비주류를 생각한다”는 평소의 소신을 실천 하는 셈이다.

얼핏 양심수나 민가협이란 단어는 그와 별로 인연이 없어 보인다. 그의 평론무대가 주로 펑크니, 록이니, 얼터너티브니 하는 데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그렇지 않단다. “소외받고 버림받은 사람들이 없어야 세상 이 건강해집니다. 그건 모든 노래에 담긴 소망이기도 하죠.”

사실 그는 지난해에도 이 행사에 참여해 심사위원을 맡았다. 그때 이른바 민중가요를 다시 보게 됐다고 한다. 이런 노래가 시장에서 제대로 유통되 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까웠다고 한다. “민중가요만큼 우리 고유의 전통 적 요소들을 많이 담고 있는 음악장르도 없습니다. 이 귀중한 자산을 모 두가 즐길 수 있어야 합니다.”

7년여 동안의 기자생활을 때려치우고 노래의 길로 들어선 그는 요즘 평론 과 음반제작으로 바쁘다. 몸은 힘들지만 정신은 자유롭고 기쁘단다. 많은 사람들이 듣고 즐길 수 있는 노래를 찾아 노래의 숲을 누빈다. 토요일 오 후에는 동생이 운영하는 신촌의 음악카페 ‘JFK’에서 디스크자키를 맡아 직접 음악을 고르고 판을 돌리기도 한다.

가요제에는 최희준 의원(국민회의)도 심사위원으로 참여한다. 장애인을 비롯해 유치원생, 정신대 할머니, 외국인 노동자, 출소 장기수, 수녀, 변 호사, 노조원, 양심수 가족, 그리고 시민들이 부르는 노래가 그날 명동성 당을 울릴 것이다(문의: 02-763-2606).

김창석 기자 한겨레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