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야기/앤드루 쿠나난	1997년08월07일 제 169호

황금방망이로 둔갑한 공포의 이름

이탈리아 출신의 세계적 패션디자이너 지아니 베르사체의 살해 용의자로 쫓기던 중 마이애미비치의 한 요트에서 시체로 발견된 앤드루 쿠나난(27) 이 무성한 뒷얘기를 남기고 있다. 쿠나난의 표적이 새로 드러나는가 하면 , 그를 신고한 사람에겐 민간단체의 포상금 제안이 쏟아지고 있다. 더욱 이 영화사들은 쿠나난의 삶을 다룬 영화를 만들기 위해 군침을 흘리고 있 다.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에 따르면 쿠나난의 표적은 베르사체 뿐만 이 아니었다. 엽기적인 동성애자 연쇄살인범으로 미 연방수사국(FBI)의 수배를 받던 그는 베르사체의 죽음 이후에도 톰 크루즈를 비롯해 실베스 터 스탤론, 마돈나 같은 유명 연예인들도 노렸다는 것이다. 실베스터 스 탤론은 “쿠나난이 마이애미의 한 바텐더에게 나와 마돈나의 신상에 대해 상세히 묻고 다녀갔으니 주의하라는 경고를 연방수사국으로부터 들었다” 고 밝혔다. 쿠나난의 동성애 상대자였던 한 친구도 그가 “톰 크루즈에 대해 변태적인 가학적 집착을 갖고 있었다”고 증언했다. 이들로서는 가 슴이 섬뜩한 얘기다.

반면 쿠나난의 소재를 경찰에 신고한 마이애미비치의 요트 관리인 페르난 도 카레이라(71)는 민간단체들로부터 모두 6만5천달러에 이르는 포상금 지급 제의를 받고 행복에 겨워하고 있다. 특히 뉴욕의 ‘게이-레즈비언 반폭력 프로젝트’란 단체는 그에게 1만달러의 포상금을 제안해 눈길을 끌고 있다. 동성애자만을 골라 살해함으로써 게이들을 공포에 떨게 한 쿠 나난의 살인행각을 멈추도록 도와준 데 대한 고마움의 뜻으로 풀이된다. 한편 쿠나난의 가족들이 살고 있는 필리핀에서는 3개 영화사가 그의 생애 를 다룰 영화의 판권을 사기 위해 열띤 경쟁을 벌이고 있다. 엽기적 살인 행각에 동성애 편력까지 곁들인 그의 이야기가 영화사들을 자극한 것이다 . 쿠나난은 죽어서 더욱 화제를 뿌리고 있는 셈이다.

임민 기자/ 한겨레 국제부 한겨레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