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1997년08월07일 제 169호

일본 건너야 고지에 선다

(사진/한국은 월드컵 4회 연속 진출할 것인가. 94년 미국월드컵 스페인과의 경기에서 동점골을 넣은 서정원 선수.)

한국 축구가 월드컵 본선 4회 연속 출전이라는 기록을 이룰 수 있을 것인 가. 지난 86년부터 연속 3차례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 한국 축구는 98프랑 스월드컵 아시아최종예선 B조 경기(9월6일～11월29일)에서 조 1위로 프랑 스행 티켓을 따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굳이 조 1위를 고집하고 있는 것은 조 2위가 될 경우 본선 진출의 길이 더욱 험난하기 때문이다.

한국은 지난 7월22일 스위스 취리히에서 실시된 조 추첨에서 일본과 아랍 에미리트연합(UAE),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4개국과 함께 B조로 편성 됐다. 조 추첨 소식을 전해 들은 차범근 국가대표팀 감독은 “사우디아라 비아와 이란, 쿠웨이트를 피하게 돼 부담을 조금이나마 덜게 됐다”고 말 했다. 이들 3개국은 중동의 강팀으로 지역예선에서도 무패로 최종예선에 나왔고, 한국과의 역대 전적에서도 앞서고 있다. 한국으로선 일단 대진운 이 좋은 셈이다.

그러나 한국이 조 1위를 하지 못하고 2위를 하면 일이 심각하게 꼬인다. ‘중동의 빅3’ 중에서 나올 A조 2위와 프랑스행 티켓을 놓고 제3국에서 한번의 경기(11월15일)로 승부를 가려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서도 질 경 우 한국은 마지막으로 오세아니아주의 1위팀인 오스트레일리아와 홈경기( 11월22일)를 벌이고 다시 원정경기(11월29일)를 해 최후의 진출권을 다퉈 야만 한다.

역대 최약체 평가… 조 2위 때는 더 험난

지난 6월 세계청소년축구대회에서 3 대 10이라는 치욕적인 점수로 브라질 에 망신을 당한 한국 축구는 심리적으로나 객관적인 전력으로나 크게 위 축돼 있다. 황선홍 등 주전급 선수들이 부상으로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고 있는 데다 고정운, 홍명보, 서정원 등 간판급 스타들도 국내무대를 포기 하고 해외로 진출해 있어 국가대표팀은 역대 최약체라는 평가까지 듣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예선일정마저 애초 계획보다 앞당겨져 한국팀으로서는 시 간적으로도 쫓기게 됐다. 프랑스월드컵조직위가 아시아최종예선을 2개조 홈앤드어웨이로 치르기로 전격 결정하는 바람에 애초 10월22일부터 예정 된 일정이 한달 보름이나 앞당겨졌다. 대표팀은 전력강화를 위해 8월 중 순 이후 독일 전지훈련을 계획했지만 이런 일정의 변경으로 취소했고, 다 만 8월 한달 동안 브라질(10일 오후 7시·잠실운동장)과 이란(미정), 중 국(〃)과의 친선경기로 실전에 대비할 예정이다.

한국이 속한 B조에서는 일본이 가장 강력한 팀으로 평가되고 있다. 차 감 독은 일본팀에 대해 “조직력과 정교한 패스에 의한 연결이 좋다. 측면 공간을 치고 들어가는 플레이가 돋보이면서 전체적으로 안정돼 있다”고 평가했다. 일본은 프로축구 J리그의 성공과 함께 기량이 급성장했고 국제 축구연맹 순위에서도 17위로 아시아 수위다. 지난달 한국이 코리아컵에서 우승할 때 일본은 기린컵에서 크로아티아와 터키를 모두 격파하는 위력을 보였고, 남미 축구의 정상을 가리는 내년도 코파아메리카컵 축구대회에 초청까지 받았다. 지난 5월 한국과의 친선경기에서 동점골을 터뜨렸던 미 우라가 1차 예선에서 역시 11골을 기록하며 가장 위협적인 선수로 떠올랐 다. 다카키(6골)와 모리시마(4골)도 만만치 않다.

지난해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준우승한 아랍에미리트연합도 조1위를 노릴 만한 수준으로 분석된다. 아랍에미리트연합은 3승1무의 무패로 지역예선 을 통과했다. 브라질 출신 라우리 산드리 감독이 들어와 대표팀을 젊은 선수들로 대폭 교체했다. 지난해에 한국에 1승1무의 우위를 보여 만만치 않은 상대다. 아시아선수권대회 한국전에서 경기 종료 3분을 남기고 동점 골을 터뜨렸던 카미스 사드는 1차예선에서도 전체 7골 중 3골을 기록했고 , 2골을 넣은 압둘라와 짝을 이루며 최고의 공격수로 자리잡고 있다.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은 국제경기 경험이 적어 전력이 제대로 파악 되지 않지만 힘과 개인기를 고루 갖춘 유럽식 축구를 구사하고 있어 안심 할 수 없는 상대다. 1차 예선에서 이라크를 홈과 원정경기에서 연파한 카 자흐스탄은 한국과 한번도 싸워본 적이 없어 베일에 싸인 팀이다. 체력이 뒷받침된 개인기를 바탕으로 유럽축구 스타일을 구사하고 있다. 국제축구 연맹 순위는 1백22위로 가장 낮지만 국제경기 경험이 적어서 그런 것이고 , 실제 전력은 40위 이내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94년 히로시마 아시아경 기대회 준결승에서 한국을 1 대 0으로 제치고 우승한 우즈베키스탄은 유 럽식 축구에 개인기를 가미해 경기운영이 돋보인다. 대표팀 선수 7명이 포함된 육군팀이 지난 5월 서울과 로마에서 상무팀과 두차례 경기를 벌여 1 대 0, 2 대 0으로 이겨 만만한 상대가 아닌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진표 행운·해외진출 선수 복귀 등 청신호

이렇게 볼 때 한국팀이 조 1위를 할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쉽지 않다. 그 러나 다행스럽게도 한국은 예선 1,2차전을 홈에서, 원정경기인 3차전도 가까운 일본에서, 그리고 4차전을 다시 홈에서 치르게 되는 행운의 대진 표를 받았다. 또 독일에서 수술을 끝내고 재활훈련을 받고 있는 황선홍을 비롯해 고종수, 하석주, 윤정환 등 주전급들이 예선전에 뛸 수 있을 것이 라는 반가운 소식도 들리고 있다. “전력을 최대한 살려 경기마다 최선을 다하면 좋은 결과가 오지 않겠습니까” 조 1위로 프랑스월드컵본선에 진 출하겠다는 차 감독의 각오를 지켜보자.

권오상 기자/한겨레 스포츠레저부 한겨레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