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1
1997년07월10일 제 165호 한겨레21

발은 ‘성적 상징’이었다

여성들은 왜 하이힐을 신는 것일까. 발의 자연적인 모습에 전혀 어울리 지 않는 이 신발을 신게 된 까닭에 대한 학자들의 분석은 여러 가지다. 그 가운데 하나가 여성들 은 하이힐을 통해 남성들 에게 강렬한 성적 신호를 보낸다는 것이다. “여성의 발은 대체로 남성의 그것보다 짧고 가늘다.

따라서 작은 발일수록 한층 여성적이고, 남성들에겐 한결 매력적이다. 하이힐의 예리한 구두코는 발을 날씬하게 보이도록 하고, 치솟은 구두굽은 발을 짧아보이도록 한다 .”(데즈먼드 모리스 < 바디워칭>에서)

동화 <신데렐라>는 여성의 작은 발에 대한 남성의 요구를 아름답게 포장한다. 잘 생기고 돈 많은 왕자는 신부감을 구하기 위해 시험을 낸다. 신부감의 조건은 간단 하다. 파티장에서 발견된 한짝의 유리구두에 발이 맞는 여인이 그의 신부가 되는 것이다. 신데렐라 의 작운 발은 쉽게 시험 을 통과한다.

그러나 신데렐라의 두 언니는 발이 커 시험에 떨어진다. 여 성의 행복이 그의 지성이 나 덕성이 아니라 외모, 그것도 발의 크기로 결판나는 것이다. <신데렐 라>는 발에 대한 남성 의 성차별을 환상적으로 포장한 얘기다.

동양에서도 여성의 발은 성차별의 희생이 되곤 했다. 사회적인 신분이 높 은 중국의 여성들은 수 세기 동안 발의 길이를 줄이려고 기를 썼다. 이른바 전족(纏足)이라 불리 던 이 관습은 작은 발을 위해 여성을 불구자로 만드는 형벌이다. 전족을 한 여성은 어른이 돼서 도 발의 길이가 자연상태 로 자란 발의 3분의 1에 그쳤다. 그는 어떤 형태의 육체노동도 할 수 없 었고, 오로지 남성의 보호 아래서만 먹고 살 수 있었다. 중국의 남성들은 바로 그걸 노렸다.

전족은 대체로 여자 아이가 6∼8세 때 이뤄졌다고 한다. 우선 헝겊으로 엄지를 뺀 네 발가락을 단단히 싸서는 무자비하게 휘어 굽힌다. 다음엔 휘어진 발가락과 발뒤꿈 치를 함께 당겨 꽁꽁 묶 는다. 다시 헝겊으로 발가락과 뒤꿈치를 겹겹이 싼다. 오로지 엄지만이 묶이지 않은 채 살아 남는 다.

2주일마다 새 신발을 신겼는데, 그때마다 신발의 크기가 작아졌다. 남성들은 그렇게 억압받고 변형된 여성의 발을 ‘세치 황금연꽃’(金蓮)이라고 불렀다. 이 황금연꽃 은 “여자의 발이 작으면 작을수록 질의 주름이 한층 놀라워진다”라는 속설로 더욱 빛을 발했다. 서양에서도 발은 흔히 성적 상징으로 쓰였다. 프랑스의 오랜 전승에 따르 면 신부가 영원히 행복 하게 살려면 결혼식 신발을 잘 보관해 절대로 없애지 말아야 했다. 그리 고 남편감을 구하는 이탈 리아 시칠리아의 여성들은 언제나 베개 밑에 신발 한짝을 넣고 잠을 잤다 고 한다.

지금도 신혼여 행을 떠나는 자동차 뒤에 신발과 부츠를 매달거나, 신랑이 신부의 신발 에 샴페인을 따라 마시는 관습 등은 발과 성의 이음새가 여전히 강고함을 보여준다.

유강문 기자 한겨레21

© 한겨레신문사 1997년07월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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