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1997년07월10일 제 165호 한겨레21

기초농산물 자급률 40∼60%대… 농림산물 무역적자 91억달러

신토불이 먹거리가 우리 식탁에서 급속히 사라지고 있다.

바나나, 파인애플, 오렌지 등은 이미 국내 생산기반이 무너졌고 유채, 강 낭콩 등도 자급률이 30% 밑으로 뚝 떨어졌다. 대두(콩), 팥, 참깨, 땅콩 등 우리 식탁에 자주 올라가는 기초농산물도 자급률이 40∼60%에 그치고 있다.

이런 변화는 모두 89년 농축수산물에 대한 수입자유화 예시계획이 발표돼 우리 농가에 영향이 적은 품목을 중심으로 수입개방이 시작된 뒤부터 지 난 8년여 사이에 이뤄진 일이다. 지난 94년 우루과이라운드(UR) 의정서 서명과 세계무역기구(WTO)체제 출범으로 농축수산물 수입개방이 본격화된 지난 95년을 기준으로 하면 불과 2년여 만이다. 최소시장접근물량(MMA)을 초과하는 수입물량에는 국내외 가격차만큼 관세를 높게 부과하고 있지만 가격경쟁력을 상실한 신토불이 농산물을 지키기에는 역부족이다.

바나나는 개방 첫해인 91년 한햇동안 31만여톤이 쏟아져 들어오면서 2천 여 농가가 연간 2만톤 정도 생산하던 국내 생산기반을 붕괴시켰다. 수입 수요가 줄어들면서 최근 연간 수입량은 12만여톤으로 줄었지만 국내에서 는 제주도에서 일부 관광농원들이 관광용으로나 재배하고 있을 뿐이다. 바나나와 함께 91년 수입개방된 파인애플도 마찬가지다. 개방 전까지만 해도 국내에서는 1천6백50여호 농가가 연간 1만여톤의 파인애플을 생산했 다. 그러나 지금은 거제도 일대에서 2백30여호 농가만이 겨우 명맥을 유 지하고 있을 뿐이다. 연간 생산량도 5백10톤에 불과하다. 최근 연간 파인 애플 수입량은 2만톤을 상회하고 있다. 유채, 강낭콩도 국내산 가격의 1/ 3∼5/1 수준에 불과한 수입산이 들어오면서 국내 자급률이 30% 미만으로 떨어졌다.

대두는 95년 개방됐지만 자급률이 40% 수준으로 떨어졌다. 그나마 식용 기준이다. 연간 1백만톤을 넘는 사료용은 전량 수입되고 있다. 역시 95년 에 개방된 참깨는 국내산 가격의 1/10 수준인 중국산이 국내 수요량의 60 %를 잠식했다. 참깨의 예에서 보듯이 중국과의 교역이 양성화된 이후 중 국산 농산물의 수입이 급증하고 있는 것이 큰 특징이다. 전문가들은 밀수 등으로 수입되는 것까지 포함하면 실제 중국산 농산물의 수입량은 훨씬 많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국내 농산물의 급속한 자급률 하락은 농산물, 축산물, 임산물을 모두 합 한 농·임산물의 수출입 실태에서도 잘 나타난다. 농·임산물 수입액은 지난 94년 79억9천만달러에서 지난해에는 1백9억4천만달러로 1백억달러를 돌파했다. 반면 수출액은 14억6천만달러에서 18억3천만달러로 소폭의 증 가에 그쳤다. 이에 따라 농·임산물에서의 무역수지는 지난해만 91억달러 의 적자를 기록했다. 나라 전체 무역수지 적자액의 절반에 육박하는 규모 다.

외국산 농산물의 범람으로 인한 국내 농업기반 붕괴, 무역수지 적자 등 부작용이 심각하지만 식량안보차원에서 2004년까지 관세화 수입이 유예된 쌀을 제외하고는 정부로서도 특별한 대책이 없다는 입장이다. 농림부 관 계자는 “국내에서 생산되는 품목은 자급이 바람직하지만 개방경제체제하 에서 농산물이라고 무조건 보호하는 것은 이제 불가능하다”고 손을 놨다 .

© 한겨레신문사 1997년07월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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