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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
1997년07월10일 제 16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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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년 뒤 우리 후손들은 지난 6월23일에서 27일까지의 뉴욕환경회의를 이렇게 평가할 것이다. ‘자연 파괴를 일삼아온 인류가 최초로 자신들이 합의한 환경 보호의 원칙과 내용들이 얼마나 실행됐는지를 심각하게 평가 하고 반성했다’고.
전세계 75개국의 정치지도자들을 포함해 수많은 NGO(비정부기구)들과 지 방정부, 원주민 등 모두 4천여명이 모인 이번 회의는 그야말로 인류의 미 래를 위한 반성의 자리였다.
선진국, 개도국 환경에는 여전히 냉담
지난 92년 리우회의가 지구적인 환경문제에 심각성을 느낀 인류가 그 해 결 방안을 찾고자 모여 전세계 산림보호, 기후변화, 해양보호, 생물다양 성 유지, 에너지 문제 등에 대해 토론을 벌이고 지속가능한 개발을 실천 할 수 있는 <의제21>이라는 희망의 결정체를 만들어 냈다면 이번 회 의는 암울함만을 던져줬기 때문이다. UNEP가 최근에 보고한 지구환경개괄 을 보면 그 암울함은 쉽게 체감된다. 지구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향한 진 보의 속도는 너무 느리고 중요한 환경문제는 아직도 해결에 실마리를 잡 지 못한 채 남아 있으며 환경의 질은 끊임없이 저하되고 있음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의제21>의 많은 약속들에도 불구하고 지난 5년 동안 인류의 빈부격 차는 더욱 심화됐다. 세계인구의 20% 이상이 절대 빈곤과 기아에 허덕이 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전세계 인구의 20%에 불과한 선진 부국의 국민들은 세계자원의 80%를 소비하고 있고 개발도상국 국민들은 숨가쁘게 이들의 생활양식을 쫓아가려 발버둥치고 있다. 이것은 곧 인류의 자원이 그만큼 더 빠른 속도로 낭비되고 있음을 뜻할 뿐이다. 그나마 최근 산림 훼손율이 약간 둔화되고는 있지만 여전히 해마다 네팔 면적만한 산림이 사라지고 있다.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 등 오염물질 방출량도 전혀 줄어들지 않고 있으며 그로인해 인류는 이상기후에 지난 5년 동안 시달려 왔다. 또 서식처의 파괴로 미래 인류의 귀중한 자원이 될 생물종 들이 급격하게 감소하고 있으며, 인류의 생존과 건강에 치명적 위험을 끼 칠 수 있는 핵폐기물과 유해폐기물들이 전세계에 깔려 있다.
생물다양성협약과 기온변화협약을 이끌어내며 인류에게 희망과 구원의 빛 을 던져준 것으로 평가받은 리우회의는 결국 지난 5년 동안 환경문제의 해결을 위한 국가간의 협력보다는 경제개발을 앞세운 치열한 경쟁만을 남 겨놓았다.
리우회의 당시 개도국에 대한 자금지원 약속은 단지 우리 모두가 지구의 미래를 책임져야 한다는 의지표시 수준으로 끝났다. 92년 선진국의 공적 개발원조기금(ODA)이 전체 국민총생산(GNP)의 0.34%였고, 목표치가 0.7% 였지만 5년이 지난 현재 오히려 이 기금은 국민총생산의 0.27% 수준으로 떨어졌다. 바로 이 수치들은 왜 리우회의의 화려한 약속에도 불구하고 인 류의 환경이 더 악화됐는지를 암시해주고 있다. 지구상의 자원을 선진국 이 대부분 소비하면서 개도국의 개발 의지는 교묘히 꺾어버리는 현실을 잘 드러낸 지표인 것이다.
이번 회의에서의 최대 논란거리는 역시 92년 리우회의와 마찬가지로 개발 을 막고 자연을 보전하는 대가로 선진국이 개도국에 지원하는 자금과 기 술을 둘러싼 문제였다. 개발도상국 및 저개발국가들은 선진국들에게 지구 환경보전을 위한 선행조건으로 자금과 기술지원을 강력하게 요구했다. 그 러나 유럽의 몇몇 국가를 제외한 대부분의 선진국들은 냉담한 반응을 보 일 뿐이었다. 선진국의 이런 태도는 지구온난화를 유발하는 이산화탄소 방출문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로 장차 가장 큰 피해를 입게 되는 군소도서국가연합체(AOSIS) 소속 국가들은 이산화탄 소 방출량을 90년 수준보다 20% 감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유럽연 합은 5% 감축을 주장하고 있다. 더욱이 최대의 이산화탄소 방출국인 미국 이나 일본 등 다른 선진국들은 오는 9월에 있을 교토회의에서 다시 논의 하자고 할 뿐이었다. 이렇게 국가간의 이해가 엇갈린 이번 회의에서 또 한가지 주목해야 할 것이 있다. 바로 다국적기업의 구실을 둘러싼 논란이 다.
환경파괴 주범 다국적 기업 규제 합의도 실패
다국적기업의 영향력은 지구촌 곳곳에 미치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고, 대 부분 국가의 정부 예산보다 많은 예산을 사용하며 전세계의 자원을 바닥 내는 사업에 골몰하고 있다. 이들은 선진국과 개도국간에 첨예하게 대립 하고 있는 기술이전 문제를 실질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주체일 뿐 아니라 생태계의 가장 큰 파괴자이므로, 이번 회의에서 다국적기업을 규제, 감시 할 수 있는 국가간의 합의를 이끌어냈어야 했다. 하지만 이번 회의는 이 문제에 관한 한 완전히 실패했다.
물론 <의제21>을 통해 산업계의 구실이 묘사되고는 있지만 주변적인 문제에 대한 설명에 그치고 있어 다국적기업의 심각성을 지나치기 쉽다. 일부 환경주의자들은 다국적기업의 통제와 감시야말로 다음 세기에 지속 개발 가능한 사회를 지속할 수 있는지 결정하는 중요한 문제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런 회의 결과에도 불구하고 지구의 미래가 그렇게 어두운 것만 은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았다. 전세계 각국에서 환경과 인간의 삶의 질에 대해 고민하고 투쟁해온 NGO 사람들이 그들이다. 이들 은 회의가 진행되는 동안 별도로 수십개의 모임을 조직해내고 서로간의 의견을 공유하고 정부 대표들을 만나 전세계 시민사회의 입장을 반영하기 위해 노력했다. 여성, 인권, 청년, 에너지, 생물다양성, 무기감축, 핵, 정주권, 기술과학 문제에 대한 이들의 활발한 의견 공유는 실제 ‘리우+1 0년’을 희망적으로 볼 수 있게 하는 힘이 됐다. 회의장에서 손을 맞잡고 아프리카 말로 연대의 노래를 부르고, 이 축제의 분위기를 국제연합(UN) 건물 밖으로 이동시켜 뉴욕시민들과 함께 하는 삶에 대해 이야기하며 공 감하는 공간도 마련했다.
실제 이번 회의에서도 각국 정부가 앞다퉈 <의제21>의 이행사례로 발 표한 자료를 보면 지속가능한 사회를 건설하기 위해 싸워온 사람들은 바 로 이름없이 세계 곳곳에서 시민사회 속에 뿌리박고 싸워온 사람들이었다 .
환경보호 전 지구 시민이 나서야
지속가능한 인류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세계 곳곳에서 살고 있는 원주민, 여성, 평화를 바라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유엔총회와 같은 의사 결정과정 에 담겨질 수 있어야 한다. 이제 우리 인류 스스로의 힘으로 지구의 생태 계를 복원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서기 2000년을 불과 3년 앞둔 지금 인류는 생존을 위해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에 심각하게 고 민해야 한다.
이번 회의는 인류의 미래는 결코 각국 정부에 의해 보장되는 것이 아니라 전세계 시민사회의 피나는 노력과 의지에 의해서만 보장받을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해주었다. 바로 지금부터 실천해야 한다는 사실과 함께.
이태화/ 녹색연합 기획사업팀(국제연대 담당)
© 한겨레신문사 1997년07월1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