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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07월10일 제 16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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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6월27일 오후 압수 수색당하는 전국연합 사무실. 이는 독자후보 출마를 결정한 진보진영에 대한 도덕적 흠집내기와 이념적 공세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총련 출범식 사태 이후 당국이 민족민주진영에 대한 전면적인 공안공세 가 펼쳐지고 있다. 특히 민주주의민족통일전국연합(상임의장 이창복) 등 이 벌이는 민간 차원의 북한동포돕기 운동에까지 본격 수사를 시작하는 등 전선을 전체 민주진영으로까지 확대하고 있다.
전국연합, 법률 검증 이미 거쳐
지난 6월27일 오후 서울 성북경찰서 소속 형사 10여명이 전국연합 사무실 을 압수 수색했다. 경찰은 북한동포돕기 관련 통장과 44종에 이르는 관련 자료와 서류를 압수했다. 경찰은 압수수색의 이유로 “정부의 허가없이 기부금품을 모금한 점, 북한에 전달하는 과정에 대한 수사 필요, 증거인 멸의 우려”를 들었다.
이에 대해 전국연합은 “지난해 전국연합이 동포돕기 운동을 시작하면서 정부에 기부금품 모집 신청을 한 적이 있고, 주로 회원을 대상으로 한 모 금운동은 전혀 문제가 없음을 법적으로 확인한 바 있다”고 말했다. 전국 연합은 또 “아프리카 난민돕기운동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유독 같은 피를 나눈 북녘동포들의 어려움을 도와주려는 민간 차원의 순수한 동포돕 기를 불법이니, 유용이니 하면서 조사하겠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동포돕기 운동에 대한 이번 수사는 우선 흔들리는 대북문제 주도권의 회 복을 노린 측면이 강하다. 그러나 대선을 앞두고 전체 민주진영을 위축시 켜 공안세력의 입지를 강화하려는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경 찰 등은 이는 당국이 한총련 주도세력과 경쟁관계인 학생운동권에 대해서 도 벌이는 무차별적인 연행과 구속으로 뒷바침된다. 6월 한달만 해도 학 생운동권에서는 서울대 ‘애국청년선봉대’, 부산지역 대학생 9명 구속, 고려대 ‘구국선봉대 청년’, 전북총련 ‘자주혁신대오’ 등 큼직한 조직 사건만 4건이 일어났다. 이 과정에서 당국은 수배학생을 잡는다는 이유로 대학연구실에 난입하는가 하면, 학기말 시험을 치르는 학생을 연행하기도 했다.
게다가 대부분 조직사건은 실제 내용 이상으로 과장되거나 조작된 측면이 많은 것으로 지적된다. 고려대 구국선봉대 청년의 경우, 경찰이 청년의 조직원이라며 구속한 24명 가운데 실제 조직원은 6명에 불과하며 나머지 는 2년전의 총학생회 집행부였다는 게 학생들의 주장이다. 학생들은 또 경찰이 밝힌 조직의 강령 전문도 조작됐다고 말한다. 실제로 이 조직이 9 5년 창립 당시 대자보와 수첩 등을 통해 공개적으로 발표한 강령 전문에 는 경찰쪽이 구속영장에서 제시한 문구를 찾아볼 수 없다. 이 단체는 매 주 토요일 청량리경찰서장 앞으로 집회신고를 한 뒤 미도파백화점 앞에서 시민과의 만남을 하고, 지난 파주 수해복구 현장에도 달려가는 등 공개활 동 위주여서 ’혁명조직’이라는 경찰의 주장은 아무래도 앞뒤가 맞지 않 는다.
한총련의 개혁을 꾸준히 주장했던 학생회장들까지도 수사에서 예외는 아 니다.
한총련 개혁촉구 학생회장도 연행
경찰은 지난 6월28일에는 한총련 혁신을 위한 전국 학생대표자회의를 하 고 나오던 서울대 총학생회장 이석형(26)씨를 구속했다. “정부가 정말 한총련의 혁신과 변화를 바라고, 진정으로 건강한 학생운동을 바란다면 이런 식으론 안 된다”는 게 다수 학생들의 의견이다. 때문에 당국의 이 런 조처는 정부에 비판적인 학생회를 모두 파괴하려는 의도로 비춰지고 있다. 이에 따라 7월18일 임시대의원대회를 열고 출범식 사태에 대한 지 도부의 책임문제 등 한총련의 미래를 논의하겠다는 한총련의 계획도 불가 능해 보인다.
한편 민주진영에선 당국의 이런 강공이 대선정국과 긴밀히 맞물려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 선거 국면에서 전가보도인 이데올로기 공세를 시작하고 있다는 것이다. 당국은 망명한 황장엽씨의 기자회견을 7월초로 잡아두고 있다.
김창석 기자
© 한겨레신문사 1997년07월1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