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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마당/전시 |
1997년07월10일 제 16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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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광고포스터 위 마구 휘갈긴 듯한 페인팅 자국이 시원한 바람을 가슴팍으로 불어넣는다. 한켠에는 알록달록 물감을 칠한 연탄이 입방체로 쌓여 있다. 다시 포스 터를 바라보니 흑백사진 속의 예쁜 소녀가 거울 속의 ‘나’처럼 지그시 바라본다.
김상수(39)씨의 <이미지 전쟁-파리, 투안, 연탄>의 전시가 던져주는 첫 질감이다. 김상수씨 는 연극연출, 극작, 영화, 다큐멘터리와 설치 조형예술에 이르기까지 매 체와 소재와 대상을 자유 롭게 넘나들며 입체적으로 자기표현을 실현시켜온 작가다. 96년 11월부 터 97년 1월까지 파리에 머물며 지하철 대형광고 포스터에서 보이는 삶과 형식에 변형을 가했다. 그가 찍은 베트남계 프 랑스 소녀 투안두옹의 인물사진이 그 포스터에 콜라주됐다.
파리, 투안, 연탄이라는 3가지 요소가 연결되지 않아 끙끙대는 범인들을 위해 그가 내뱉은 말. “연탄은 시간을 소비하는 시간의 화석이다. 파리의 지하철 광고판도 10 일이면 항상 새것으로 바 뀌는 점에서 시간을 팔고산다고 볼 수 있다. 그 파리의 시간 한가운데에 살고 있는 투안. 뭐 이런 거 아닐까?” 하지만 그는 해석하지 말고 그냥 마음대로 느낄 것을 주문 했다. 어차피 논리적 연 결은 불가능하니까. 정형화된 틀에서 캔버스로 변신한 광고포스터는 이 미지 조작의 최첨병을 비 웃으며 나래를 펴고, 곱게 단장한 연탄은 연지곤지를 찍은 시골집 새색 시의 후박한 정감을 떠올 리게 한다. 그리고 3대째 파리에서 살고 있다는 투안의 눈동자엔 아직도 이방인의 고독과 소외가 어려 있다. 대치동 포스코갤러리(02-3457-1665). 7월10일까지.
권태호 기자
© 한겨레신문사 1997년07월1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