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보기
1997년07월10일 제 165호 한겨레21

굶주림이 앗아간 북한 어린이 12만명





북한 꼬마들의 휑한 두눈은 무엇을 좇고 있는 것일까?

최근 북한 기근지역을 찾은 세계식량계획(WFP) 등 국제기구의 카메라에 잡힌 북한 꼬마들은 노랗게 부은 얼굴, 여윈 목으로 멍하니 무엇인가를 그리고 있었다.

아마 그들의 눈에 떠오른 것은 이제는 못 볼 친구의 모습이었을지 모른다 . 최근 북한 정권이 발표한 지난 96년 5세 이하 어린이 사망률은 1천명당 58명이었다. 지난 95년 1천명당 31명에서 두배 가량 늘어난 수치다. 북한 의 5세 이하 어린이가 2백여만명이라고 할 때, 1만2천명의 친구들이 지난 한햇동안 목숨을 잃은 셈이다. 지난 4월 북한 당국은 굶어죽은 아이가 모 두 1백34명이라고 밝혔지만, 굶주려 잔병치레를 많이 하다 숨진 옆집 철 수는 이 수치에 들어가지도 않았다.

꼬마들의 두눈은 무엇 때문에 그리도 겁먹은 표정일까?

깡마른 철수의 마지막 표정이 언젠가는 자기에게도 닥칠 것이란 두려움 때문은 아닐까. 죽어가던 철수는 얼굴이 점점 무표정하게 되고, 눈동자는 점차 초점을 잃어갔지. 피부가 벗겨지고 배는 올챙이처럼 튀어나왔지. 그 러다 먹은 게 없는데도 설사가 잦아지고 몸무게도 줄었어. 이들이 그런 철수의 모습이 영양실조 말기에 나타나는 증상이란 사실을 알 리는 없다. 다만 서로의 얼굴이 철수와 닮아간다는 사실만 확인할 뿐이다.

꼬마들의 두눈은 애처로이 엄마를 찾는다.

하지만 이미 말라버린 젖가슴을 쓰다듬는 엄마의 얼굴에 비치는 것은 눈 물방울뿐이다. 지난 5월 말 황해도와 평안도 등 기근지역을 방문한 세계 식량기구는 6월 말 전후로 북한 전역의 식량배급이 완전 중단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끊어진 배급으로 젖을 줄 수 없는 엄마는 “이놈이 커서도 온 전히 제구실을 할 수 있을까”며 꼭 끌어안으시지만, 어머니의 눈물이 고 픈 배를 채워주지는 못한다.

꼬마들의 휑한 두눈이 밝은 생기를 되찾을 길은 없을까? 남쪽의 엄마·아 빠들은 어떨까? 남쪽의 엄마·아빠가 그동안 모아서 보내준 식량 5만t이 그동안 큰힘이 된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론 아직 부족하다. 국제 기구들은 이 아이들에게 생기를 찾아주기 위해서는 아직도 1백만t 단위의 식량이 필요하다고 진단한다.

김보근 기자 한겨레21

© 한겨레신문사 1997년07월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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