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2
1997년07월10일 제 165호 한겨레21

1국2체제 최종목표는 전세계 중화네트워크

(사진/"중국에 `아니다'라고 말하자." 대만은 대규모 반중국 시위를 벌여 1국2체제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1국2체제’로 거대한 ‘화교네트워크’를 구성하려는 중국의 꿈은 과연 실현될 수 있을까 중국이 홍콩반환에 적용한 ‘1국2체제’를 통해 궁극적으로 이루려는 게 무엇인지는 지난 7월1일 새벽 베이징에서 열린 홍콩 반환 경축행사에서의 장쩌민 국가주석 발언에 서 잘 드러난다.


홍콩반환은 대중화 건설의 시금석

이날 주권반환식을 마치고 베이징에 돌아온 장쩌민 주석은 이 연설에서 홍콩·마카오 그리고 대 만을 포괄하는 ‘대중화 경제·문화권 건설’이라는 중국의 21세기 비전 을 제시했다. 장 주석은 이 연설에서 또 ‘1국가2체제’ 원칙이 홍콩의 계속적인 안정과 번영을 보장할 것이라고 강조했 다.

장 주석은 이어 대만쪽에도 베이징의 평화통일 제의에 상응하는 조치 를 취할 것을 촉구했다. 이날 연설에서도 잘 드러나듯 중국은 “21세기를 ‘중국의 시대’로 만든 다”는 웅대한 야심을 1 국2체제라는 지렛대를 이용해 이루려고 하는 것이다. 우선 중국 정부는 홍콩반환을 ‘중화민족주 의’와 ‘애국주의’ 고양의 기회로 십분 활용하고 있다. 홍콩반환이라 는 거대한 이벤트로 달구 어진 대륙의 열기를 가깝게는 2년 뒤의 마카오 반환, 그리고 대만과의 통 일로 직행시킬 심산이다.

하지만 대만과의 통일조차도 중국의 궁극적인 목표는 아니다. 장차 중국 의 꿈은 중국-홍콩-마카 오-대만을 핵심적 연결 고리로 하고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 등 전세계의 화교들을 하나의 네트 워크로 연결하는 세계 최강의 ‘대중화경제·문화권’을 건설하는 데 있 다. 1국2체제를 통한 홍 콩반환은 이 원대한 꿈의 서막일 뿐이다. 만일 중국이 홍콩에서 실패한 다면 21세기 위대한 중화 제국의 꿈은 한낮 백일몽에 그치고 말 것이다. 홍콩의 주권인수로 중국 은 이미 후퇴할 수 없는 배수진을 친 셈이다.

중국이 1국2체제라는 미증유의 실험에서 성공을 그 토록 자신하는 이유는 여 기에 있다. 이미 배수진을 친 중국 스스로 1국2체제에 대해 미지근한 태 도를 보일 수는 없다. 하지만 홍콩에 대한 1국2체제 실험이 성공적으로 끝난다 하더라도 그것만 으로 ‘대중화의 꿈’이 완성되지는 아니다.

‘중화네트워크’의 또다른 핵인 대만이 호락호락하 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6 월30일 대만에서 열린 대규모 반중국집회에서도 확인된다. “중국에 `아니다’라고 말한다”라는 대회이름이 말해주듯 , 대만의 최대야당 민진 당을 포함한 15개 정당 및 사회단체가 연합주최한 이 대회는 “대만은 1 국2체제의 적용대상이 아 니다”라는 대만인들의 의지를 표출한 자리였다.

대만 정부도 지난 6월16일 1국2체제 통일 방안에 대해 공식 거부입장을 표명했다. 대만의 본토정 책 통로인 대륙위원회 가오쿵롄 대변인은 이날 “중국 공산주의자들이 중 국의 통일문제를 해결하 기 위한 모델로 제시한 1국2체제 방안은 전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힌 것이다.

대만 정부 는 또 미국쪽이 우려를 전달했음에도, 홍콩 반환에 때맞춰 정규훈련이라 는 이름 아래 군사훈련을 실시하기도 했다.

왜 대만은 이토록 1국2체제에 대해 부정적인 것일까. 대만의 항변은 한마 디로 “대만은 홍콩과는 달리 식민지가 아니다”는 말로 요약된다. 이 말은 달리 표현하면 중국의 1국2체제는 “주권국과 주권국의 통일방식으로는 부적절하다”는 것이 된다. 지난 6월16일 가오 쿵롄 대변인도 “공산주 의자가 내세우고 있는 통일방안의 본질은 대만을 굴복시키고자 하는 의 도 외에 아무것도 아니 다”라고 이 제도를 격렬히 비판했다.


1국2체제는 흡수통일을 전제로 한 논리

사실 1국2체제는 ‘대만통일’을 염두에 두고 제기된 개념이다. 이 개념 이 나오기 전 중국의 통 일구호는 ‘대만해방’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중국의 1국2체제 정책이 두 정부간의 대등한 위치 를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는 데 있다. 즉 중국의 1국2체제 아래서 대만은 불과 한개의 지방정부에 불과할 뿐이다. 대만으로서는 따라서 이는 명백히 ‘흡수통일론’에 불과 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에 대해 홍콩 입법국 의원이었던 라우유판은 “대만사람들은 1국2체제 통일방안에 어떠한 매력 도 못느낄 것”이라면서 “그것은 이번 홍콩반환에서 홍콩시민들이 단지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취급될 뿐 기초적 권리를 누리지 못하고 있음을 알기 때문”이라고 설명 했다.

또 홍콩의 노동운 동잡지 <프론티어> 편집장 렁위충도 “이번 통일은 중국 정부가 주도하는 위로부터의 통 일”이라면서 “주민들의 투쟁경험이 풍부한 곳에서는 이런 통일방안이 그대로 적용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1국2체제론에 이런 문제점이 있지만, 그래도 결국에는 대만이 ‘하나의 중국 정책’을 따를 것이 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국제사회란 커다란 힘에 따르는 사회이고 따라 서 대중화네트워크를 꿈 꾸는 중국의 외교적 고립작전 등이 이런 대만의 반발을 굴복시키지 않겠 느냐는 예측인 것이다.

따라서 1국2체제론은 앞으로 어떤 형태가 되든 중국과 대만 사이의 ‘통 일논쟁’을 점화할 것이 라는 사실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대만쪽은 벌써 홍콩 반환 직후인 7월3일 부터 정부주도로 ‘주권 반환 이후의 대만-중국-홍콩 관계에 대한 국제 심포지엄’을 갖고 정부 유관기관 합동기자회견 을 마련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대만의 독립의지’를 과시할 예정이다 .

이에 따라 아직까지 홍콩반환과 관련해 남북한 통일을 거론하는 사례는 거의 없다. 중국이라는 거대한 중앙정부가 식민지 홍콩을 돌려받는 통일방법을 거의 대등한 두 정부를 구성하고 있는 남 북한에 적용시키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는 또 중국-영국의 홍콩반 환 합의 뒤인 지난 84년 12월27일 당시 김일성 북한 주석이 “홍콩방식에 따라 남북한의 평화통일 을 이루겠다”고 밝혔을 때와 현재는 여러 가지 조건이 달라진 탓도 크다.

그러나 1국2체제가 한 나라안에 진정으로 자본주의와 사회주의가 공존하 고, 둘의 장점을 취함으 로써 국가 발전에 이바지하려는 방안이라 할 때, 이의 진정한 구현은 남 북한의 통일에서 찾을 수 있지 않느냐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1국2체제는 한반도 통일의 방편이 될 수 있다

홍콩 애덕기금회 김종구 목사는 “중국의 경우 1국2체제는 ‘사회주의 중 앙정부 아래의 자본주의 지방정부’ 형태의 실험”이라면서 “남북한의 경우 양국 정부가 동등한 자격으로 단일정부 구성 을 합의하고 각각의 지역에서 현행 체제를 유지하는 1국2체제를 실행할 수 있는 좋은 여건”이라 고 주장하고 있다.

앞으로 중국-대만 사이에 제기되고 변모해나갈 ‘1국2체제론’을 관심을 갖고 살펴야 하는 이유 가 여기에 있다.

김보근 기자 베이징=김성환 통신원 한겨레21

© 한겨레신문사 1997년07월10일


커버스토리 포커스 문화시대 특집 지난호 전체보기 처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