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여행	1997년07월10일 제 165호

일하며 세계를 누빈다

(사진/알뜰한 세계여행을 꿈꾸는 여행자는 우프의 문을 두드려라. 노동의 기쁨을 만끽하며 현지의 문화와 생활방식을 직접 체험하는 길이 우프에 있다.)

땀흘려 일하면서 알뜰하게 세계를 여행한다. 젊은이들 사이에 ‘ 우프’(WWOOF:Willing Workers On Organic Farms)가 인기를 끌고 있다. 외국에 가서 결국 돈만 쓰고 돌아온다는 배낭 여행의 대안으로까지 떠오른다. 우프란 외국의 농가 등에서 머무르면서 하루 4～5시간 정도 가벼 운 일을 해주는 대신 잠자리와 먹을 것을 무료로 제공받는 해외여행이다 . 최근 대학생과 직장인 들 사이에서는 우프를 해보겠다는 이들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대학생·직장인 사이에서 빠르게 확산

경험자들이 말하는 우프의 매력은 몇가지로 요약된다. 먼저 비용이 적게 든다. 왕복 비행기삯과 농가를 찾아가는 데 드는 교통비를 빼면 돈 쓸 일이 거의 없다. 게다가 오랜만에 육체노동의 보 람을 경험할 수도 있다. 잔디깎기, 나뭇가지 치기, 축사 정리, 잡초 뽑 기 등 간단한 일이지만, 땀 의 소중함을 깨닫게 한다. 외국가정 깊숙이 들어가 그 나라 문화를 직접 느껴볼 수 있는 것은 경 험자들이 지적하는 가장 큰 매력이다.

주말 쇼핑, 해수욕, 삼림욕, 파티 등 가족활동에 모두 참여 해 그 지역 주민들과 함께 어울리다 보면 생활영어에도 쉽게 익숙해질 수 있다. 조선대 우주항공 공학과를 다니다 오스트레일리아 뉴사우스웨일즈 지방에 우프여행을 다녀 온 이창훈(25)씨는 “가 족들과 같이 생활하면서 그 나라의 문화나 생활을 속속들이 알 수 있다 는 점이 가장 좋았다. 기 회가 있으면 다시 한번 가고 싶다”고 말한다.

우프는 원래 1971년 영국 서섹스 지방의 유기농장에서 청소년들에게 일손 을 요청하면서 시작됐 다. 우프의 말뜻이 ‘유기농장에서 자발적으로 일하는 사람들’인 것도 이 때문이다. 우프의 본래 목적은 도시인들이 농장생활과 노동을 경험하고 유기농업기술을 익히며 정감있는 인간적인 접촉 을 하게 한다는 데 있었다. 이제 처음 개념은 점차 넓어져 농업이라 해 도 유기농업에 한정되지 않고 있으며, 농업분야 이외에도 축산업, 수산업, 서비스업까지 우프여행 자들의 도전 대상이 되고 있다.

현재 우프협회가 조직되어 있는 나라는 60여곳이다. 각 나라에서는 40～ 50곳을 회원으로 둬 외 국 여행자들을 맞이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우프를 경 험한 이창열(24)씨가 지 난해 9월 한국우프협회를 만들었다. 이곳을 통해 외국으로 나간 한국 젊 은이들은 지금까지 2백여 명이다.

원칙적으로 우프협회가 있는 모든 나라에 나갈 수 있지만, 한국 협회가 현지와의 협의를 끝내 언제라도 교류할 수 있는 나라는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 캐나다 , 오스트리아, 스위스, 이 탈리아, 영국 등 7개국이다. 현재 이탈리아를 제외한 6개 나라에 한국의 우프여행자들이 머물고 있다.

협회를 통하지 않고 해외여행 도중에 하는 방법도 있다. 외국의 생활정보지에 나오는 광고 를 보고 직접 전화를 거는 것이다. 그러나 이 방법은 사전준비가 부족하 다는 점에서 권장할 만한 것은 못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우프 희망자는 먼저 방문 희망국의 회원 가족 주소록을 확인해야 한다. 주소록에는 회원 가족의 생활여건과 자연환경, 요청사항 등이 기록돼 있어 희망자의 관심사에 따 라 선택할 수 있다. 경험 자들에 따르면, 다른 나라의 우프여행자들이 함께 있는 곳을 골라 여러 나라에서 모인 젊은이들 이 한꺼번에 생활할 수 있는 곳을 고르는 것이 좋다고 한다. 또 아이들이 있는 집을 고르는 것이 낫다. 집안에서 떨어진 별채나 다른 건물에서 생활하도록 하는 경우도 있 는데, 이런 가정은 피하 는 것이 좋다. 혼자 자는 것이 외로울 뿐 아니라 영어를 쓸 기회도 많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가족 을 소개하는 광고문안을 면밀히 살펴 함께 생활하는 곳인지를 반드시 확 인해야 한다.

희망지 선택이 관건… 한국도 우프 여행지 등장

한국에도 외국인 우프 여행자를 위한 회원들이 생겨나고 있다. 충북 제천 군 백운면 검문골 농장 과 경기 여주군 북내면의 도예공장들이 그곳이다. 이곳에서는 지금까지 2 명의 외국인들이 들어와 한국의 문화와 생활방식을 익히고 돌아갔다. 한국우프협회에서는 외국 우 프여행자들을 위한 한국 회원들을 계속 모집중이다.

현재 검문골 근처 농장에 대규모 우프단지를 건설하고 있는 등 외국 인 우프여행객을 맞을 수 있는 시설은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 곳에서는 외국인 우프여 행객들을 위해 토종닭 기르기, 농사일 거들기, 약초 키우기 등을 계획하 고 있다.

“우프여행을 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에 대한 기본적인 소개를 할 수 있 어야 합니다. 한국을 잘 모르는 외국인들에게 한국을 대표해서 생활한다는 자세를 가져야 하는거 죠. 그렇지 않으면 다음 에 방문하는 한국 젊은이들이 외면당하게 됩니다.” 이창훈씨의 당부이다 . 최근 간행된 <너 우 프 아니?>(도서출판 큰바위)는 떠나기 전에 한번쯤 읽어보면 좋은 안내 서다.

(문의: 한국우프 02-723-4458)

김창석 기자 한겨레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