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야기
1997년07월10일 제 165호 한겨레21

"사랑한다고 전해주세요"

“어디서 어떻게 태어났는지 알고 싶습니다. 아무리 생각하지 않으려 해 도 지워지지 않는 의문을 풀고 싶습니다.”

지난 6월 동방아동복지회가 주최한 입양아 모국방문 프로그램에 참석한 에바(17·Eva Song Margolis)양은 자신의 17년 역사가 빼곡이 적혀있는 문서를 내놓는다.

낳아준 부모가 자신을 알아볼 수 있는 단서라고는 전북 전주시의 비사벨 영아원에 들어오던 당시의 갓난 모습의 사진 두장과 ‘송은정’이라는 이 름뿐이다. 그나마 송은정이라는 이름이 부모가 지어준 이름인지 영아원에 서 지어준 이름인지조차 분명하지 않다. 다만 입양카드에 ‘1979년 8월15 일 전북 김제 출생’이라고 적혀 있는 것으로 미루어 누군가에 의해 영아 원에 옮겨졌을 것이라고 막연한 추측할 뿐이다.

태어난 지 1년도 채 안돼 홀트를 통해 미국으로 입양돼 미국인 부모 밑에 서 무남독녀로 귀여움을 독차지하던 그에게 고국은 색동저고리로 처음 다 가섰다. 5세 나던 해 처음 참가했던 미네소타 입양아 캠프에서 그는 한복 을 처음 봤다. 유난히 눈에 띄던 색동저고리의 고운 색깔이 그에게는 아 직도 생생하다. 철이 들기 시작하면서 그는 한국을 배웠다. 부채춤, 살풀 이, 검무…. 에바양의 한국춤 솜씨는 이제 고국 무대에 오를 정도로 발전 했다. 그럴수록 뿌리에 대한 그리움은 커져만 갔다. 이번 모국방문길에서 그리던 친부모는 만나지 못했지만 입양기관의 부탁으로 갓난아이인 그를1 년간 키워주었던 대리모를 만나는 데는 성공했다. 반쪽이라도 찾은 기분 이었다.

에바는 자신을 낳아준 부모를 어쩌면 영영 만나지 못할 수 있다고 생각한 다. 가부장적인 한국사회에 대한 전통을 배우면서 자식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친부모의 처지를 헤아리게 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딘가 살아있 을 친부모들에게 자신이 이만큼 자랐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다는 생각은 버릴 수 없었다.

에바는 지난 6월25일 미국으로 돌아갔다. 올해 고교를 졸업한 그는 사회 학을 공부해 자신과 같은 입양아들을 위해 평생을 바칠 계획이다. 에바는 고국을 떠나면서 친부모들을 만나면 하려고 간직했던 말을 남겼다.

“이 세상과 만나게 해준 당신들의 은혜를 고맙게 생각합니다. 그리고 진 정 사랑합니다. 혹시 저를 만날 수 없는 사정이 있다면 그대로 계셔도 좋 습니다. 그러나 걱정하지 마십시오. 이만큼 자랐고 더욱 씩씩하게 살겠습 니다.”?(주소 Eva Song Margolis 2209 22nd Avenue South Minneapolis, Minnesota 55404)

윤승일 기자 한겨레21

© 한겨레신문사 1997년07월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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