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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읽기 |
1997년07월10일 제 16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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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94년 인터넷이 모자익, 넷스케이프 등의 웹브라우저를 통해 처음 일반인에게 공개됐을 때 이것은 다양한 모습으로, 즉 사이버펑크들의 꿈 인 사이버스페이스로, 새로운 탐험의 대상인 신(新)프런티어로, 정보고속 도로로, 전자시장(市場)으로, 전자민주주의로, 시장과 토론장의 혼합체였 던 고대 그리스 아고라(Agora)의 탈근대적 부활로, 세계두뇌(Global Brai n)로, 범세계도서관(World Wide Library)으로 사람들에게 다가왔다.
하지만 이러한 꿈들은 서서히 깨지기 시작했다. 인터넷에서 많은 사람이 한번에 얘기하는 것이 기술적으로 어렵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전자민주 주의는 정당이나 국회의원의 홍보용 홈페이지 수준으로 떨어졌다. 사이버 스페이스는 가상현실 기술의 한계로, 정보고속도로는 인터넷 전송선의 적 은 용량과 케이블 회사의 이해관계로, 전자시장은 보안상의 허점으로 인 해 체증 상태에 들어갔고, 범세계도서관은 전자데이터에 대한 지적저작권 이 강화되면서 신기루임이 드러났다.
현재 인터넷을 통해 유일하게 번창하는 사업은 성인 오락물 또는 포르노 그라피를 제공하는 장사다. 지난해 이써넷(Ethernet)의 개발자인 멧칼피( Metcalfe)는 포르노그라피의 범람이 인터넷을 곧 파국으로 몰고갈 것이라 고 예언해 화제가 될 정도였다. 그렇지만 돌이켜보면 모든 미디어의 초기 발전이 포르노그라피와 무관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인쇄기가 발명되 자 음란 서적이 쏟아져 나왔고, 사진기가 나오기 무섭게 음화(淫畵)가 등 장했으며, 영사기와 전화가 나오자마자 성인영화와 폰섹스가 나왔으며, 초기 비디오시장의 70%가 성인비디오였다는 사실은 새로운 미디어의 등장 과 포르노그라피의 범람이 불가분의 관계에 있음을 잘 보여준다. 인터넷 의 경우는 그 주된 이용자가 미성년자이고 이들을 보호할 장치가 없다는 이유로 인터넷을 통한 음란물의 유통을 불법화하는 ‘통신예절법’(Commu nication Decency Act)이 미국 국회에 의해 제정되었다. 이 법안이 헌법 상의 표현 자유에 위배되는가를 놓고 많은 논쟁이 있었으며 현재 대법원 에 계류중이다.
반면 최근에는 인터넷을 통해 사업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에 의해 인터넷 포르노그라피부터 배울 교훈도 많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인터넷의 발전 이후 성인물 제공자들은 이용자에게 친근한 쌍방향(interactive) 사이트 를 개발해 제공해왔으며, 이를 끊임없이 업데이트시켰다. 몇몇 경우엔 원 거리회의(teleconferencing) 기술개발에 주역을 담당하기도 했다. 실제로 엄청난 수익을 올리고 있는 ‘가상의 꿈’(Virtual Dream)회사가 1대1 스 트립쇼를 위해 개발한 기술은 조금 더 개량하면 교육이나 의학에서 유용 하게 쓰일 수 있다는 전망이다.
포르노그라피는 미디어의 사용자가 다양해지고, 문화도 다양하게 형성되 면서 주변으로 밀려나는 것이 역사적인 과정이었다. 인터넷의 경우 사이 버 경찰과 같은 다양한 여과 프로그램 (filtering program)이 미성년자의 성인물에 대한 접근을 제한하기 위해 도입되었다. 페미니스트들은 포르노 그라피에 대해 상대적으로 더 비판적인 여성들이 네티즌으로 적극 인터넷 에 참여하는 것만이 포르노그라피를 무력화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이런 기술적, 문화적 해결책은 검열이 아닌 참여와 대체 문화 의 형성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통신예절법을 통한 검열과 처벌이 가장 빠르고 효과적인 방법일지는 몰라도, 이는 검열자에게 부당한 권력을 부 여하는 결과를 낳고 이런 권력은 새로운 미디어에 대한 또 다른 종류의 독점을 잉태할 것이라는 우려는 역사적으로 그 근거가 뚜렷한 것이다.
홍성욱/토론토대학 과학기술사 철학과 교수
© 한겨레신문사 1997년07월1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