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
1997년07월10일 제 165호 한겨레21

속 시끄러운 정발협

(사진/정발협 수도권대책위원회 결성식에 참석한 대선주자들. 지지후보를 놓고 정발협 온산계와 소장파 진영간에 첨예한 대립이 벌어지고 있다. )

정발협은 과연 ‘김심’의 출구가 될 수 있을 것인가.

정발협은 “우리는 김심을 따른다”고 늘 주장하고 있다. 창립 취지도 김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보좌하는 한편 문민정부를 계승할 정권재창출에 두 고 있다. 그만큼 ‘정발협의 움직임=김심’이라고 정발협 관계자들은 주 장하고 있다. 정발협의 한 핵심관계자는 “비밀통로를 통해 김심이 전달 되고 있다”며 “최근에 정발협이 반이회창 노선을 확실히 취한 것도 김 심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통령 “해체는 왜 하노”

정발협이 최근 과연 김심에 의해 움직이고 있는지 여부는 확실하지 않지 만, 어쨌든 정발협이 유사시에 김심을 이행할 수 있는 ‘예비군’이라는 데 대해서는 누구도 부정하지 않는다. 정발협이 ‘당내당’으로 비판 받 으면서도 당내 최대 조직으로 살림을 차린 것 자체가 보스인 김 대통령의 묵인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재미있는 얘기 가 정가에 나돈다. 얼마전 김 대통령의 핵심 측근으로 알려진 신한국당 중진의원이 청와대로 올라가 김 대통령에게 “정발협이 정 문제가 된다면 아예 해체할까요”라고 했더니 김 대통령은 “해체는 왜 하노”라고 대답 했다는 것이다. 김 대통령의 생각을 엿보게 해주는 대목이다.

물론 다른 주자의 반발을 우려해 정발협이 곧 김심으로 규정되지 않도록 세심하게 신경을 쓰는 흔적이 역력하다. 김 대통령을 가장 잘 이해한다는 강삼재 전 사무총장이 전면에 나서지 않은 채 정발협을 적극 돕고 있는 것은 이런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신한국당의 한 재선의원은 “민주계가 뭉쳐야 후보 경선 정국에서 김 대통령이 힘을 얻고, 누구를 밀어줘도 생 색이 날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나 예비군에 해당하는 정발협이 김심을 관철시키는 현역 전투병으로 바뀔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실제로 정발협은 새로 받들어 모셔야 할 ‘ 지휘관’ 선정을 놓고 심한 내부 진통을 겪고 있는 등 실질적인 단합을 이뤄내지 못하고 있다.

정발협의 내부 분위기가 반이회창으로 정리됐다지만, 이 대표에 맞세울 대표주자 선정에서는 입장에 따라 갈래갈래 나뉜다. 정발협의 다수파인 온산(최형우 고문의 아호)계는 여전히 이수성 고문 추대를 주장하고 있지 만 서석재 공동의장쪽은 이인제 경기기사를 대안으로 내세우는 것으로 알 려지고 있다. 서 의장쪽과 소장그룹은 “이 고문의 지지도가 뜨지 않는데 어떻게 대표주자로 선정할 수 있겠느냐”면서 “최근에 여론지지도가 상 승하고 있는 이 지사를 지지하는 게 명분도 있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전 해진다.

이들의 내부 대립은 정발협 지지 단일후보 선정시기를 놓고도 극명하게 갈린다. 온산계는 7월2, 3일의 2차 세미나 때 후보를 선정해서 밀자는 것 이다. 하루라도 빨리 이수성 고문을 밀어야 지지도 상승도 기대할 수 있 다는 계산에서다. 그러나 서 의장쪽은 이 지사의 인기도가 5일부터 시작 되는 후보자간 합동연설회를 거치면 더 오를 것을 가정해 1주일 정도 더 시간을 두고 지지후보를 결정하자는 입장이다. 또 김덕룡 의원 지지파도 정발협 내부에는 적지 않아 후보단일화 작업이 난항을 겪고 있다.


상하층부 공감의 여지 적어

이와 함께 정발협 지도부와 일반 회원간의 공감대가 별로 없는 등 결속력 이 현격하게 떨어지고 있는 점도 한계로 지적되고 있다. 정발협 지도부의 강한 반이회창 분위기에도 소속 위원장이나 대의원 사이에선 이 대표 지 지 성향이 상당한 것으로 전해진다.

청와대 출신의 한 의원은 “정발협이 애당초 이수성 고문을 지지하기 위 해 만들어진 것은 분명하다”며 “그러나 이 고문이 당초 기대에 못미치 고 있기 때문에 정발협이 갈피를 잡지 못한 채 혼란에 빠져 있는 것”이 라고 진단했다. 그는 “정발협의 혼돈이 제대로 정리될 것으로 보이지 않 는다”면서 “이런 상태가 지속된다면 정발협을 통한 김심의 표출은 어려 운 것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하나로 똘똘 뭉쳐도 김심을 관철시킬까 말까 한데 후보에 대한 입장을 하나도 정리하지 못하는 단체를 어떻게 믿 고 김심이 표출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김종철 기자 한겨레21

© 한겨레신문사 1997년07월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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