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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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07월10일 제 16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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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4 전당대회 뒤 자민련 주류쪽은 김대중 국민회의 총재와의 단일화에 만 얽매이지 않고 보수 대연합이나 독자출마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 지만 당내 비주류인 TK (대구·경북)의원들은 주류쪽의 이런 움직임에 제동을 걸고 있다. “후보 단일화와 내각제가 안 된 다면 당에 남아 있을 이유가 없다”며 조직적인 이탈 가능성을 흘리며 주류쪽을 압박하고 있는 것이다.
탈당 가능성까지 내비쳐 파란
그 선봉에는 당내 TK세력을 사실상 이끌고 있는 박철언 부총재가 있다. 이미 여러차례 김 총재 의 독자출마 움직임을 견제하며 이른바 ‘TK반기’를 주도해온 그는 지 난 5월21일에는 단일화 협상을 늦추고 있는 당의 방침에 반발해 “양김 놀이에 더이상 쫓아 갈 수 없다”며 탈당 가능성 까지 내비쳐 파란을 일으켰다. 최근에도 이런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김 총재와 주류쪽이 여권
인사들과 활발히 접촉하고 당내에서 여당 내 이탈 세력과 규합하면 이길 수 있다는 ‘보수대연합 론’이 고개를 드는 등 이상기류가 감지되자 “야권공조를 하는 와중에 여권인사들을 만나면 국 민들이 무슨 얘기를 하겠냐"며 반대의 목소리를 명확히 한 것이다. 박 부총재쪽이 내세우는 명분은 “야권후보 단일화 없이는 12월 대선에서 수평적 정권교체가 불 가능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공개적인 이유일 뿐 실제는 당내 T K의원들의 이해를 대변 하고 있다는 게 정치권의 일치된 분석이다. 바로 12월 대선에 김종필 총 재가 독자 출마해 패배할 경우 충청권에 기반한 주류쪽은 부분적으로 살아남겠지만 대구·경북에 기반한 비주류는 와해될 것이라는 위기감을 반영한 선택이라는 것이다.
실제 박 부총재쪽은 현재 김 총재의 단독출마나 보수대연합 시도를 전력 을 다해 저지한다는 입장 이다. 먼저 신한국당 후보가 정해지지 않은 7월21일까지는 당 지도부가 대선전략에 중심을 잡지 못한 채 여기저기 기웃거리는 모습을 집중 공격하고 단일화를 위한 수임 기구를 만들어 단일화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요구할 계획이다. 하지만 더 본격적인 공격은 신 한국당 후보가 정해진 뒤 가 될 것이라는 게 박 부총재쪽의 설명이다. 한 관계자는 “신한국당 후 보가 정해지면 단독으로 는 이길 가능성이 없다는 사실을 절감할 것이고 신한국당 이탈 세력과 보 수대연합을 시도하는 것 도 그릇된 계산임을 깨닫게 될 것”이라며 “바로 이때 단독 출마는 당과 총재 모두 공멸한다는 논리로 단일화 세력을 규합하겠다”고 말했다. 박 부총재쪽은 “10월께 전국민의 1천분의 1에 해 당하는 4만여명을 대상으로 3회 정도 단일화에 대한 여론조사를 실시한 뒤 그 결과에 승복하자” 고 제안한다.
이런 노력마저 주류쪽이 거부한다면 결국 딴살림을 차릴 수밖에 없다는 단호한 입장이다. 이와 관련 또다른 한 측근은 “늦어도 후보들의 공직사퇴 시기인 9월19일까지 는 기다릴 것이다. 그때 가서도 주류쪽이 선거 며칠 전 극적인 단일화를 주장한다면 중대한 결심 을 할 수밖에 없을 것” 이라고 말했다. 그는 “후보단일화가 물건너갔는데 계속 나팔을 불며 따 라다닐 필요는 없지 않느 냐”고 반문했다.
TK 대부격인 박준규 최고고문 또한 주류쪽을 압박하고 있다. 박 고문은 김 총재와 주류의 소극 적인 단일화 움직임과 독단적인 당운영에 반발해 현재 사실상 당과 인연 을 끊었다. 김 총재의 강 력한 요청에도 지난 6월24일 전당대회 참여도 거부했다. 이와 관련 한 측 근은 “후보선출에 앞서 내각제를 매개로 한 단일화 방안 등이 정리돼야 했었다”고 밝혔다. 또 “자민련에서 TK 공헌이 절반이고 김 총재 공헌이 절반인데 주류가 독선과 오만으로 계속 나오고 있다”는 불만을 터뜨렸 다. 결국 단일화에 소극적인 상황에서 김 총재 손들어주기 행사에 참여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박 부총재와는 달리 박 고문은 당분간 적극적인 행동은 자제한다 는 입장이다. “직접 나 서기보다는 단일화를 위한 노력을 촉구하면서 일단 양당의 노력을 지켜 보겠다. 아직 시간이 있 다”는 것이다. 하지만 박 고문쪽 또한 무작정 기다리지는 않겠다는 태 도다. 또다른 한 측근은 “7월 말까지 후보단일화를 위한 구체적 결실이 없으면 중대결단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TK의 힘을 모으겠다”고 밝혔다. 현재 박 고문은 서울에 머물며 주변 인사들과 활발한 만남을 갖고 진로에 대한 의견을 모으고 있어 이미 ‘딴살림 차리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 돈다.
주류쪽, TK 확실하게 묶어두기 전략일 수도
TK의 이런 단일화 압력은 나름대로 상당한 힘을 발휘한 것으로 평가된다. 비록 자민련 내 TK의원이 9명에 불과하고 그나마 한목소리를 내지 못하 고 있기는 하다. 실례로 그동안 단일화에 적극적이었던 김복동 수석부총재가 경선과정에서 ‘JP추 대위’에 참여하고 27일 에는 당무 일체를 위임받는 등 TK의 단일 대오를 흩뜨려 놨다. 이에 대해 김 부총재쪽도 “단일 화가 중요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 안 될 것을 계속 주장하기보다는 JP 에게 맡기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주류건 비주류건 김 총재 핵심측근들은 독자출마론이나 보수대연 합이 현실적으로 단일화 보다 불가능하다는데 공감하고 있다. 이같은 논의가 일종의 전술적 차원 의 행보임을 인정하는 셈 이다. 당밖으로는 단일화 협상에서 최대한 유리한 조건들을 관철하고 당내에서는 반발세력들을 확실하게 붙잡아 두자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신승근 기자
© 한겨레신문사 1997년07월10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