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1997년07월10일 제 165호 한겨레21

혈연까지 갈라놓는 ‘이민법’

(사진/이민국 직원에 끌려가는 9살난 중예린. 중국 출생이란 죄로 아빠 곁에서 강제로 떨어져야만 했다.)

지난 4월22일 집에서 놀던 중예린(9·여)은 갑자기 들이닥친 이민국 관리 들에 의해 두팔이 잡힌 채 집에서 끌려나와야 했다. 소녀는 울며불며 아버지를 불렀으나 이민국 관리들의 억센 손을 뿌 리칠 수 없었다. 그리고 그는 곧 어머니와 함께 중국으로 송환됐다. 예린 이는 홍콩과 인접한 중국 광둥 태생으로 ‘밀입국자’였기 때문이다.

홍콩인인 아버지와 중국 광둥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태어난 지 3개월 때부터 어머니 와 함께 홍콩에 밀입국해 살아왔다. 그런데 홍콩반환을 앞두고 강화된 불 법이민 단속이 8년 가까 이 홍콩에서 살아오던 이들 모녀의 운명에까지 영향을 준 것이다. 각 언론에 보도된 이 사건은 홍콩인들에게 ‘1국2체제’로 운영될 중국과 홍콩 사이에는 ‘국경이 아 니면서도 국경인’ 벽이 엄연히 존재한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었다.


하루 이민 1백50명으로 제한, 13만 어린이 고아될 판

비단 예린이만이 아니다. 반환을 앞둔 최근 몇달 동안 홍콩언론에는 ‘ 어린이 밀입국’ 사례가 심심찮게 보도됐다. 이 어린이들 역시 예린이와 마찬가지로 홍콩인 아버 지와 중국인 어머니 사이 에서 태어난 경우가 대부분이다. 올해 초에는 밀입국 어린이를 태운 배가 경찰의 추적을 받자 어 린이를 바다로 던져버린 것으로 추정되는 사건까지 일어나는 등 어린이 밀입국 문제가 커다란 사 회문제화하고 있다.

올 들어 크게 늘기 시작한 어린이 밀입국은 홍콩반환 이후 더욱 엄격해지 는 ‘이민법’ 탓이 크 다. 당분간 입법기관 구실을 할 홍콩 임시입법회는 반환 이후 하루 이민 자수를 어린이 45명을 포 함, 하루 1백50명으로 제한하고 있다. 홍콩에 아버지를 둔 중국의 아이들 이 13만명 정도로 추정되 는 현실에서 볼 때 턱없이 낮은 수치이다. 또 홍콩기본법은 중국에서 태 어난 아이들의 홍콩 이민 은 중국 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임시입법회는 또 그간 7년 이상 홍콩 거주 자에게 영주권을 부여하던 이민국의 권한도 박탈했다. 이 조처는 중국 반체제 인사들의 홍콩 체 제를 막기 위한 것이지만, 반환 이후 이민규정이 더욱 강화될 것임을 시 사하는 조처다.

이에 따라 사업 등 여러 가지 일로 광둥에서 활동하다 그곳에서 아이를 낳은 홍콩인들 사이에선 반환 이후엔 강화된 이민규제 탓에 영영 아이를 보지 못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위험 속에서도 어린이 밀입국이 늘고 있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이런 엄격한 이민통제는 △홍콩이 ‘홍콩 중국’이라는 독립된 이름으로 세계무역기구(WTO)·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아펙) 등 15개 국제기구에 참석하는 외교적 독자 성 문제와 △중국인민폐 가 아닌 홍콩달러가 앞으로도 계속 홍콩의 대표통화로 기능하는 것 등과 함께 ‘국경 내 국경’ 을 잘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하지만 이런 엄격한 규제에도 홍콩의 인구는 앞으로 급격히 늘어날 전 망이다. 한 연구결과는 2010년의 홍콩인구가 현재보다 2백만명 이상 늘어난 8백50만명 수준에 이 를 것으로 전망한다. 중 국 내 홍콩인 가족의 입국과 함께 현재 15만명 정도로 추산되는 중국인 밀입국자의 급격한 증가 가 인구증가의 큰 요인이 될 것이란 예측이다.

반면 시간이 흐르면서 홍콩인의 ‘중국으로의 탈출’ 또한 늘 것이란 전 망도 제기되고 있다. 현 재도 50% 정도에 불과한 홍콩 내 주택 보급률이 인구팽창으로 더욱 낮아 지면서 저소득층을 중심 으로 중국으로의 이전이 늘 것이라는 분석인 것이다.


저소득층의 중국 이민도 늘 전망

이런 인구이동은 ‘홍콩인에 의한 본토인 차별’ 등 많은 사회문제를 낳 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 다. 하지만 이는 다른 한편 ‘1국2체제’가 서로의 장점을 딴 ‘더 나은 체제’로 나아가기 위한 불가피한 과정일 수도 있다. 인간 그 자체가 무엇보다도 큰 ‘문화전파자 ’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많은 전문가들은 현재 홍콩의 부흥이 중국의 공산화 뒤인 19 49∼50년 사이 80여만명 의 자본가와 지식인이 홍콩으로 이주한 데 힘입은 바 크다고 지적하고 있 다.

김보근 기자 한겨레21

© 한겨레신문사 1997년07월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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