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1997년07월10일 제 165호 한겨레21

누가 홍콩을 진주로 만들었나

‘아시아의 진주’ 홍콩의 오늘을 만드는 데 영국과 중국 중 어느 쪽의 공헌이 컸을까? 또 중국 은 단지 영국이 키워놓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거저 돌려받으려 하 는 것일까?

물론 영국은 홍콩이 영국에 의해 무관세 자유무역항이 되지 않았다면 오 늘과 같은 발전을 이루지 못했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러나 중국 또한 중국의 개혁개방정책이 없 었다면 역시 ‘홍콩의 오 늘’은 존재하지 않았다고 맞선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 2만4천5백달러를 기록하고 있는 홍콩은 무역량 세계 7위(3천8백29억달 러), 국제경쟁력은 세계 3위로 평가되는 ‘경제선진국’이다. 특히 홍콩 의 1인당 국내총생산은 중 국은 물론 식민모국이었던 영국보다도 높은 수치다. 1842년 홍콩을 조차 하는 데 공을 세운 영국 의 해군 대령 찰스 엘리엇이 “쓸모없는 땅을 조차했다”는 이유로 파면 당한 사실에 비춰볼 때 이는 ‘놀라운 발전’임이 분명하다.

영국 정부의 ‘자유무역정책’이 이런 발전의 원동력 중 하나임은 부인 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일 본의 홍콩전문가 나카지마 미네오는 <홍콩의 미래>(우석출판사)라는 저서 에서 홍콩의 눈부신 발 전은 ‘홍콩식 자유’ 아래 진행됐다고 강조한다. 홍콩은 거의 모든 상품 에 관세가 붙지 않는 자 유항이며, 개인 최고소득세율이 15%밖에 안 되는 ‘세금천국’이다. 그 는 홍콩을 고도의 자본주 의사회로 만든 1등공신인 이런 자유로운 경제활동 조건은 정치와 경제를 분리하고 작은 정부를 추구한 영국의 식민통치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중국쪽 시각은 다르다. 중국은 우선 홍콩의 무역구조를 보라고 충 고한다. 홍콩은 현재 수 출 총액의 30%, 재수출의 90%, 수입 총액의 약 35%를 대륙에 의존하고 있 다. 홍콩은 중국이라는 거대한 배경이 없다면 번영을 누릴 수 없는 존재라는 지적이다. 따라서 홍콩의 번영은 이런 관계 를 가능하게 한 중국의 개혁개방정책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는 것이 중국쪽 설명이다. 실제로 홍콩반환의 해인 올 들어 경제성장률이 오히려 지난해보다 0.8%포 인트 높아진 5.5%를 기 록하고 있다. 많은 나라가 반환 뒤 홍콩을 ‘중국진출 발판’으로 예상해 투자를 늘린 탓이 컸다 는 것이다. 홍콩 그 자체가 이미 ‘자본주의 영국’과 ‘사회주의 중국 ’의 ‘공동창작품’이라 는 주장이 가능해지는 대목이다.

그러나 홍콩의 노동운동계는 이런 분석에서 언제나 ‘홍콩민중’의 고통 은 빠진다는 데 불만을 나타낸다. ‘자유무역항, 작은 정부, 세금천국’이란 결국 다른 말로 하 면 ‘노동계급에 대한 보 호미흡’을 뜻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들은 홍콩의 번영 뒤엔 단체 교섭권은 물론 최저임금 제도 시행되지 않는 ‘열악한 노동조건’이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홍콩의 중국반환이 “영국 식민지에서 중국 식민지로 바뀌는 의례가 돼서 는 안 된다”는 홍콩 노 동운동계의 지적은 이런 숨겨진 번영요인에 대한 ‘재평가 요구’이기도 하다.

김보근 기자 한겨레21

© 한겨레신문사 1997년07월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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