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야기
1997년07월10일 제 165호 한겨레21

한권에 묶은 13년 순례여행

“중동과 지중해 지역은 기독교의 발상지인 동시에 찬란한 인류문명이 태 동한 곳입니다. 아직까지 이곳을 찾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많지 않지만 앞 으로 ‘공부하는 여행’을 하는 사람들이 느는 추세에서 이 지역은 역사 와 종교의 좋은 배움터가 될 것입니다.”

정양모 신부(62·서강대 종교학과 교수)는 해마다 여름방학이 되면 지중 해 연안지역에 대한 순례여행에 나선다. 지난 69∼70년까지 이스라엘에 머물면서 성서 신학을 공부한 정 신부가 본격적인 순례여행을 시작한 것 은 지난 85년 안식년을 맞아 1년간 이스라엘 곳곳을 돌아보면서부터다. “현장을 직접 다니면서 지리와 역사 유적지를 공부하는 것이 생생한 성 서 공부를 위한 지름길입니다. 여름방학을 이용해 매년 성서와 중동문화 ·역사에 관심있는 분들과 함께 순례를 떠납니다.”

어느덧 13년째를 맞은 정 신부의 순례여행은 철저한 사전준비를 거친다. 매년초 그 해의 주제에 맞게 일정을 정하고 사전 자료조사와 공부를 한다 . 18∼23일 일정의 순례여행에는 해마다 교수와 학자, 예술가 등 20∼40 명 정도가 참여한다.

정 신부는 그동안 터키와 그리스, 시리아, 요르단, 이탈리아, 이집트, 이 스라엘, 키프로스 등 기독교와 지중해 문화의 중심지를 누볐다. 특히 사 도 바울의 탄생과 개심 및 전도여행의 자취를 되밟는 데 많은 부분을 할 애했다. 지난 95년에는 우리나라 단체 관광객으론 처음으로 친북 국가인 시리아에 들어가기도 했으며, 예루살렘의 감람산 순례 때는 유대인과 아 랍인간 총격전에 휘말리는 등 위험을 겪었다. 정 신부는 이런 10여년간의 현장 답사 체험을 최근 <위대한 여행-사도 바울로의 발자취를 따라> 라는 책으로 펴냈다.

“지금까지는 중동지역에 관해서는 변변한 여행 안내책자조차 없다시피한 실정입니다. 중동지역을 공부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앞으로 이 곳을 여행 하려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길잡이가 되었으면 합니다.”

정 신부는 7월1일 조각가와 건축가, 역사학자 등과 함께 이탈리아 여행에 나선다. 이번에는 이탈리아의 건축과 미술을 집중적으로 공부하는데, 특 히 20개가 넘는 미술관이 있는 피렌체에 5일간 머물면서 하루에 두군데씩 모두 10곳의 미술관을 견학할 예정이다.

지창은 기자 한겨레21

© 한겨레신문사 1997년07월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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