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적 |
1997년07월10일 제 165호
|
|---|
(사진/지난 6월27일 경선출마를 선언하는 이 후보 `김심'은 결코 적대적이지 않으며, 결국 자기쪽으로 올 수밖에 없다는 게 이회창 진영의 판단이다.)
후보경선에 나선 신한국당 인사 가운데 최근 들어 김영삼 대통령을 가장 자주 만난 사람은 아마 이회창 후보일 것이다. 그는 지난 3월 대표에 취임한 뒤 매주 한차례씩 ‘주례보고’란 이름으로 김 대통령과 정기적으로 독대했다. 다른 주자들이 이 대표의 대표직 사 퇴를 강하게 주장한 이유 중 하나도 바로 ‘대통령과의 독대’라는 특전 때문이었다.
“정발협은 김심을 팔지 말라”
자주 만난다는 것은 그만큼 상대방의 마음을 정확히 읽을 수 있다는 얘기 다. 따라서 이 후보 자 신은 ‘김심’의 향방을 짐작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이 대표는 그러 나 대통령과의 관계에 대 해선 “좋지, 뭐”라고 웃기만 할 뿐, 측근들에게도 거의 얘기하지 않는 다.
그가 측근들에게 김 대통령의 마음상태를 전한 것은 지난 4월 김현철씨 문제가 한창 불거질 무 렵 주례보고를 갔다 온 뒤, “대통령 얼굴이 여간 딱한 게 아니어서 아 들 얘기는 아예 꺼내지도 못했다”고 말한 게 거의 전부라고 한다.
그러나 그의 표정이나 분위기에서 보면, 두 사람의 관계가 세간의 추측처 럼 ‘갈등 관계’는 아 니라는 게 측근들의 얘기다. 주례보고에서 두 사람이 싸운다든가, 이 후 보가 김 대통령의 비리를 제시하며 협박했다든가 하는 얘기는 흑색선전일 뿐이라는 것이다. 이 후보쪽은 이런 맥락에서 “‘김심’이 우리에게 있다”는 정치발전협 의회(정발협)의 주장은 자가발전이라고 일축한다. 한 핵심의원은 “정발협쪽이 지구당 위원장들 에게 마치 김심에 따라 움직이는 것처럼 얘기하고 때론 협박한다는 사실을 안다. 그러나 이는 오 로지 세 확장을 위해 김 심을 파는 것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김심’은 이 후보에게 결코 적대적이지 않으며, 또 궁극적으로는 이 후보쪽으로 올 수밖에 없 다는 게 이들의 판단인 것이다. 이들은 김심이 이 후보에게 있다는 증거로 어려운 고비마다 김 대통령이 힘을 실어준 사실을 꼽 는다. 지난 4월 대표직 사퇴 요구가 거세게 일었을 때, 김 대통령은 “나 는 시한부 대표를 임명한 게 아니다”라며 분명하게 당시 이 대표 손을 들어줬다. 김 대통령의 이 런 언급은 판세를 관망중 이던 원내외 위원장들에게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김 대통령이 이 후보에게 비우호적인 것처럼 비쳤던 것은 지난 5월29일 당내 대선 예비주자들의 청와대 회동 때가 유일했다. 그때 김 대통령은 한목소리로 이 대표의 사 퇴를 요구하는 다른 주자 들의 말에 “그 얘기를 하러 여러분을 부른 게 아니다”라고 직답을 피 했다. 이는 마치 김 대통 령이 다른 주자들의 ‘이 대표 흔들기’를 방임하는 것으로 해석됐다. 그러나 그 직후 청와대쪽 은 “그렇지 않다”는 메시지를 이 후보쪽에 전해왔다고 한다.
꼭 좋아서라기보다는…
이 후보 진영의 핵심의원은 “김 대통령이 한보와 대선자금 터널을 빠져 나오기 위해선 그가 절 대적으로 필요했다. 김 대통령이 그에게에게 힘을 실어준 것은 꼭 좋아서 라기보다는 이런 이유가 클 것이다. 그러나 어쨌든 정치 9단인 김 대통령이 이런 태도를 보인 데 는 ‘이 대표가 대선후보 가 돼도 좋다’는 마음이 깔려 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따라서 김 대통령의 속마음과는 별개로 상황은 이 후보에게 유리하게 전 개돼왔고, 이젠 “싫어 도 어쩔 수 없이 그를 택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는 게 이들의 판단 이다. 이 후보 진영의 민 정계 출신 중진의원은 “민주계의 정발협과, 민정계 등 비민주계의 지지 를 받는 이 후보가 첨예 하게 대립해 있는 상황에서 김심이 작용한다면 당이 깨질 수밖에 없다. 김 대통령이 이런 위험을 감수하려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김 대통령의 미국·멕시코 방문 기간에 벌어진 일련의 사태에 대해 서도 이들은 비교적 낙 관적이다. 김 대통령의 해외순방 직전 열린 주례보고가 평소보다 훨씬 긴 1시간10분 동안 진행된 점에 주목하라는 것이다.
박찬수 기자/ 한겨레 정치부
© 한겨레신문사 1997년07월1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