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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 |
1997년07월10일 제 16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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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축구의 꿈나무들이 쓰러졌다. 브라질에 참패를 당한 청소년 대표팀은 지난해 4월에 구성되었다. 대한축구협회는 17억원의 훈련비용을 들였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더 큰 문제는 그들이 2002년 월드컵에서 주역으로 뛸 선수들이라는 데 있다. 특단의 조처를 취하지 않고서는 개최국의 ‘특권 ’를 마냥 주장할 수 없을 지경이다. 형편없는 실력으로 ‘자동 출전’한 다면 국제적 비웃음을 사기 십상이다. 장기적 대책이 시급한 사정이 거기 에 있다.
대한축구협회는 유·청소년 축구의 ’획기적’ 육성책 마련에 들어갔다고 한다. 축구협회가 검토하는 조처는 상비군 지도체제 일원화와 지도자와 유·청소년의 축구 선진국 유학 등으로 알려졌다. 상비군 지도체제 일원 화는 각급 상비군을 국가대표팀 전임감독이 총괄적으로 지도·운영한다는 복안이다. 브라질과 스페인 등에서 이같은 제도를 시행하고 있지만 중· 고 연맹 등 유관기관의 협조를 얻어야 가능한 방식이다. 유·청소년의 브 라질과 같은 축구 선진국 장기 연수는 이번 청소년 대표팀의 참패 뒤 설 득력을 얻고 있다.
이미 일본의 청소년들은 학벌의 굴레를 벗어나 수년 전부터 브라질의 프 로 클럽 청소년 축구 아카데미에서 기본기와 프로 근성을 배우고 있다. 현지 학교를 다니면 본국에서 동등학력으로 인정받는다. 중국도 지난해 상파울루 인근의 외곽도시에 축구장과 숙소를 마련해 집중적인 훈련에 열 을 올리고 있다. 일본이 경제력으로 밀어붙인다면 중국은 국가적 지원으 로 이루어졌다. 극동3국 가운데 한국만 브라질의 선진축구를 수혈받지 못 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우리로서는 넘어야 할 산이 더 있다. 먼저 방학기간이 아닌 장기 체류일 경우 학력을 인정받을 수 없을 뿐 아니라 현행 제도에서 선수생활 을 하는 데도 어려움이 따른다. 중·고등학교를 3년 안에 마쳐야만 선수 자격을 주기 때문이다. 경비도 만만치 않다. 축구협회가 경비부담의 주체 를 밝히지 않았지만 몇십명만 보낸다 하더라도 협회차원에서 감당하기엔 무리한 액수다. 그렇다고 수익자 부담원칙에 따라 학부모들이 경비를 떠 맡는 것도 버겁긴 마찬가지다. 국민적 합의를 모아 국가적 지원을 모색하 는 방안이 유력할 뿐이다. 하지만 축구 선진국 유학에 대한 비판적인 견 해도 만만치 않다. 몇십명이 유학을 다녀온다고 저변 확대가 이뤄질 리 없고, 미봉책에 그치리라는 것이다.
일부 축구인들은 장기적으로 선수 육성 방안으로 전국에 산재해 있는 ‘ 어린이 축구교실’을 축구협회에서 지원을 하는 것과 프로축구팀들의 유 ·소년 축구클럽 상설화 등을 제시한다. ‘축구교실’을 축구협회에서 관 리하면 체계적인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할 수 있고 선수 발굴에도 유리할 것이다. 하지만 예산과 지도자 육성 등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 프로축구 팀의 유·소년팀에 대한 홀대는 시급히 개선돼야 한다. 현재로선 남는 게 별로 없는 장사이겠지만 축구시장이 확대되고 선수들에 대한 연고권을 가 진다면 나름대로 수확을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축구협회와 프로축구팀의 결단에 유·청소년 축구의 미래가 달려있다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니다.
© 한겨레신문사 1997년07월1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