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1997년07월10일 제 165호 한겨레21

얼음과자의 신비를 찾는다

(사진/해태에서 1970년부터 생산한 부라보콘. 72년 남북적십자회담에 참가한 북측 대표에게 부라보콘을 건네자 `미제 아이스크림' 아니냐며 사양했다고 한다.)

아이스크림의 역사는 찬맛을 찾아헤맨 창조적 투쟁의 역사다.

아이스크림의 기원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있지만, 중국이 발생지라 는 설명이 가장 유력하다. 고대 중국인들은 기원전 3천년께부터 눈 또는 얼음에 꿀과 과일주스를 섞어 먹었고, 공자시대에는 설빙고를 이용해 얼 음을 보관했다는 기록도 있다. 서양에서는 기원전 4세기께 알렉산더 대왕 이 이집트 원정을 갔을 때 알프스의 겨울눈으로 과일이나 주스를 차게 해 병사들에게 먹여 사기를 높였다고 한다. 1세기께 폭군 네로왕은 수많은 노예들이 알프스에서 운반해온 만년설로 장미나 무궁화 향료를 넣은 물에 꿀, 과즙, 수액들을 차게 해 ‘돌체 비타’라는 찬 음식을 만들어 마셨다 . <아라비안나이트>에 나오는 ‘샤르바트’도 설탕물에 과즙을 넣고 향신료로 향을 낸 뒤 눈이나 얼음으로 차갑게 만든 것이다. 찬맛에 대한 추구는 세계 공통이었던 셈이다.

전세계적으로 아이스크림이 퍼진 계기는 1660년대 이탈리아인 프란체스코 프로코피오가 파리에서 오렌지와 레몬 등을 첨가한 주스를 배합해 얼린 아이스캔디류를 만들면서부터였다. 그러나 이때까지의 아이스크림은 모두 왕족이나 귀족의 전유물이었다. 17세기 말에 이르러서야 서민의 입에도 아이스크림이 물리기 시작했다. 18세기부터는 1년 내내 아이스크림이 팔 리기 시작했다. 1851년 미국의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의 우유상인 야곱 푸 셀은 아이스크림 공장을 세워 아이스크림의 공업화를 이뤄냈다. 균질기, 동결기, 연속동결공정 등의 기계화작업이 급속히 이뤄지면서 아이스크림 은 전세계로 퍼져 나갔다.

한국 아이스크림 역사도 꽤나 먼 과거로 거슬러 올라간다. 겨울 내내 얼 었던 강의 얼음을 보관해 무더운 여름에 사용한 석빙고는 얼음 음식에 대 한 우리 민족의 지혜를 담은 결정판이다. 한국의 근대적 아이스크림은 이 른바 아이스케키에서 시작한다. 아이스케키는 업계에서는 흔히 ‘물뼈다 귀’로 불린다. 한국전쟁 이후 개인이 소규모 가내공장에서 설탕이나 팥 앙금을 얼려 만든 얼음과자가 팔리던 시대였다. 그러던 것이 1962년 삼강 산업이 바라인을 도입해 이른바 ‘하드’ 라고 불린 스틱류 빙과류를 대 량 생산했고, 1970년 해태가 덴마크에서 선진기술을 도입해 만든 부라보 콘이 나오면서 한국에도 비로소 현대적인 아이스크림의 역사가 시작됐다. 이후 쭈쭈바, 메로나 등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제품들이 아이들과 어른들 의 입맛을 사로잡아왔다. 예전에는 여름에만 팔리던 아이스크림이 이제는 철을 떠난 기호식품이 돼버렸다. 지난해 빙과시장은 내수시장 규모로만 7 천억원대 규모로 성장했다. 올해는 8천억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최근에는 수십가지의 다양한 맛과 신세대 감각을 내세우는 외제 아이스크 림이 수입돼 국내 빙과시장의 10%를 차지하고 있다. 아이스크림의 춘추전 국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 한겨레신문사 1997년07월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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