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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
1997년07월10일 제 16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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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부의 재판 잣대도 두개인가. 최근 이뤄지고 있는 15대 총선 선거법 위반 선고공판에서 여당의원은 형량이 가벼운 반면 야당의원은 비교적 무 겁게 선고되고 있어 재판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최근의 대표적인 사례는 신한국당 김호일 의원(경남 마산합포)과 자민련 김고성(충남 연기), 이인구(대전 대덕) 의원의 1심 판결이다.
재판부, 선고문 통해 ‘봐주기’ 인정
김 호일 의원은 선거운동 기간인 지난해 4월4일 도의원을 통해 김씨 종친 회에 2백만원을 건네준 것과 95년 6월 도의원에 대한 공천 대가로 7천만 원을 받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징역 1년6월에 추징금 7천만원을 구형받 았다. 그러나 지난 4월21일 창원지법 제1형사부(재판장 유수열 부장판사) 는 선고공판에서 선거법 위반에 대해서는 벌금 80만원, 정치자금법 위반 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다만 김 의원이 금품제공 혐의를 부인하는 기자회견을 가진 데 대한 명예훼손과 무고죄 고소에 대해서는 징역 8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명예훼손 부분은 고소인과 합의할 경우 아무런 문제가 없어지게 돼 김 의원은 의원직 상실(벌금 1백만원 이상 확 정시)의 공포에서 사실상 완전히 벗어난 셈이다.
재판부는 엄한 구형에 비해 솜방망이에 불과한 판결을 내린 이유에 대해 “혐의는 인정되지만 김 의원이 지역에서 신망이 두텁고 국가를 위해 성 실하게 봉사하고 있는 점을 고려해 비교적 낮은 형량을 선고한다”고 밝 혔다. ‘봐주기’ 판결을 재판부 스스로 인정한 것이다.
신한국당 김 의원과 비교할 때 지난 6월25일 있었던 자민련 이인구 의원 의 1심 판결은 지나치게 무겁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이 의원의 혐의 는 선거기간 유세와 홍보물 등에서 상대인 민주당 김원웅 후보에 대해 “ 대덕에는 집도 절도 없다” “땅투기 잘 하는 의원이다”는 내용의 비방 을 했다는 것이다.
대전지법 제2형사부(재판장 송정훈 부장판사)는 이 의원에 대해 벌금 5백 만원을 선고했다. 허위사실이 아닐지라도 상대방에 대한 비방이 결코 떳 떳지 못할 뿐 아니라 명백한 현행법 위반임은 물론이다. 그러나 단순한 ‘말 잘못’을 저지른 이 의원이 ‘돈 문제’가 있었던 김 의원보다도 무 거운 처벌, 그것도 의원직 상실이라는 치명적인 위협을 받게 된 점은 상 식적으로 납득이 잘 안 되는 부분이다.
자민련 안택수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편파적인 법 적용”이라면서 “허 위가 아닌 단순비방은 유권자에게 선택과 판별의 계기를 제공한다고 인정 돼 처벌할 수 없다는 중앙선관위의 해석과 대법원의 판례를 상기하지 않 을 수 없다”고 밝혔다.
김고성 의원의 경우도 재판의 형평성에 문제를 제기하기는 마찬가지다. 김 의원은 검찰로부터 사전 선거운동과 선거비용 초과 등의 혐의로 기소 됐으나, 대전지법 제2형사부는 선거비용 초과와 누락신고 부분은 무죄로 판결했다. 그러나 미성년자를 선거운동원으로 동원한 데 대해 벌금 1천만 원을 선고했다. 김 의원쪽은 “선거판에 어떻게 운동원의 신분을 일일이 확인할 수 있느냐”면서 “여당 의원에 비해 벌금 액수가 너무 많다”고 주장했다. 금품 기부행위로 기소된 신한국당 최욱철 의원(강원 강릉을)은 1심에서 벌금 8백만원을 선고받았다.
늑장 재판도 선거법 정신 훼손
이와 함께 공소 제기일로부터 1년 이내에 3심까지 마치도록 돼 있는 현행 선거법 규정이 현역의원에 대해서는 전혀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도 문제 로 지적되고 있다. 4·11 총선 때 선거법 위반으로 기소된 13명의 의원 가운데 현재 4명만이 형이 확정됐을 뿐 신한국당 이명박 의원 등 9명에 대해서는 아직 1,2심 재판이 진행중이다. 특히 법원에 의해 재정신청이 받아들여진 신한국당 이신행 의원(구로을) 등 8명에 대한 1심 재판 역시 끝난 곳이 하나도 없어 법원이 불법 당선에 대한 신속한 재판을 규정한 선거법의 정신을 훼손하고 있다는 비판이 대두되고 있다.
김종철 기자
© 한겨레신문사 1997년07월1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