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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야기 |
1997년06월26일 제 16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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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보다 더 소중한 것은 없었어요.”
6월15일 서울 동숭아트센터에서 열린 ‘제2회 서울시 청소년 연극제’에 서 최우수연기상(문화체육부 장관상)을 받은 이화여고 서지은(17·2학년 ·사진 앞줄 O번째)양은 수상의 기쁨을 친구들에게 돌렸다. 옆에 선 친구 들은 환한 얼굴로 그의 어깨를 감싸안았다.
서울시가 주최하고 일암청소년육성재단이 주관한 이 연극제는 예심을 거 친 다섯 팀이 본선에 나섰으며, 이 가운데 이화여고 팀은 단연 돋보였다. 직업 배우도 하기 힘든 모노드라마, 여고생이 직접 쓴 극본, 게다가 연극 반 출신인 다른 팀과 달리 한번도 연극을 해보지 않았던 완전 초보들.
장래희망이 연극배우인 서양이 연극제 기사를 접하고 출전을 결심한 건 당연했다. 하지만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지 막막했다. 교목으로 계시는 목사님과 담임선생님의 권유로 그는 직접 대본을 썼다. 친구들도 팔을 걷 고 나서 음향, 조명, 소품, 무대세트 등을 맡았다. 이들은 한달 동안 아 침 수업전과 방과후 시간을 교내 교회와 서클룸에서 보냈다.
서양이 극본을 쓴 <비애>(悲愛)는 어머니와 자신을 버린 아버지의 존재를 알게 된 여고생이 부닥치는 생부에 대한 분노, 어머니에 대한 연민, 자신 의 정체성에 대한 혼돈을 통해 여성문제와 자아의 성숙과정을 그렸다. 여 고생의 작품이라고 믿기 힘들 만큼의 섬세함을 지녔다. 무대에 오른 서양 은 낮은 목소리로 배경을 설명하다가, 보이지 않는 인물과 대화도 하고, 울고 고함지르는 등 감정의 기복을 훌륭히 표현했다. 또 술을 마시고 비 틀거리며 앳된 목소리로 <홍도야 우지마라>를 부르기도 하는 등 자칫 지 루해지기 쉬운 모노드라마에 긴장감을 불어넣어 또래 관객들의 시선을 붙 들었다.
“사람은 혼자 살아가는 게 아니라 주변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야 한다 는 것을 이번 연극을 준비하는 과정을 통해 깨달았다”는 서양은 “여고 시절 잊지 못할 추억을 함께 만든 친구들과의 우정은 영원히 막을 내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태호 기자
© 한겨레신문사 1997년06월2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