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1997년06월26일 제 163호 한겨레21

패션쇼의 반란?

(사진/서울국제패션컬렉션은 아.태지역을 대표하는 패션 마켓이 될 것인가.)

 파리, 밀라노, 뉴욕, 런던, 도쿄. 세계5대 컬렉션이 열리는 곳이다. 그 런데 이중 하나를 밀어내고 그 자리에 서울을 올린다면?

패션쿠데타를 꿈꾸는 야심찬 패션축제가 열린다. 서울방송, 서울시, 중소 기업청 공동주최로 오는 6월23일부터 29일까지 1주일 동안 서울 한국종합 전시장(KOEX)에서 개최되는 서울국제패션컬렉션(SIFAC'97)이 그것이다. 지금까지 국내에는 크고작은 패션쇼들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말 그대로 ‘쇼’였을 뿐 바이어들이 찾지도 않았고 관객들도 패션관계자들과 전공 학생들로만 이뤄져 집안잔치 성격이 짙었다. SIFAC에서 우선 돋보이는 것 은 특정 패션단체의 소속 회원들만이 참가하는 다른 패션쇼와 달리 국내 유명 디자이너, 디자이너 그룹, 내셔널 브랜드 등이 대거 참여했다는 점 이다. 강진영, 김창숙, 박미선, 앙드레 김, 이신우, 이영희, 이정우, 장 광효, 홍미화 등 중진과 신예 디자이너들과 함께 EFAD, JDG, NWS 등의 디 자이너 그룹, 그리고 일반인들에게도 익숙한 데코, 보이 런던, 톰보이, 무크, 제임스 딘, 닉스, FILA, 옴스크, EnC 등 내셔널 브랜드 등 모두 40 여개의 업체·디자이너들이 모두 한자리에 선다. 이 밖에 국내 유명모델 이 거의 나서는 것은 물론 클라우디아 쉬퍼 등 외국모델들도 대거 등장한 다.

이들이 마련한 다양한 쇼가 하루 5~6회씩 열리고 이외에도 패션 일러스트 레이션전, 조형 모자전, 패션사진전, 스포츠용품 전시, 메이크업쇼, 헤어 쇼, 패션디자인 포트폴리오 전시 등이 다채롭게 펼쳐지며, 패션 세미나도 5회에 걸쳐 개최된다.(전시회는 5천원, 패션쇼는 1회당 5천원의 입장료를 받는다, 02-369-1571) SIFAC쪽은 또 TV매체를 최대한 이용, 패션쇼 기간 에 현장을 생중계하고 녹화방송도 매일 3시간씩 방영할 예정이다. 그리고 패션 다큐멘터리 3부작, 토크쇼 등 패션 관련 프로그램도 특별기획했다. 이뿐 아니라 SIFAC은 서울방송과 제휴중인 국내외 30여개 방송국을 통해 해외로도 방송할 계획이며 PC통신과 인터넷 사이트에 자체 홈페이지도 열 어(http://www.sifac.net) 패션정보를 공유할 방침이다.

컬렉션은 다음 시기 패션트렌드를 제시하는 동시에 세계 각국의 바이어들 이 몰려와 실제적인 마케팅이 이뤄지는 패션의 최전선이다. 그러나 지금 까지 국내 컬렉션에선 쇼는 있었지만 구매자는 없었다. 홍보부족 탓이기 도 했지만 항상 세계 무대의 뒤꽁무니만 쫓거나 세계 흐름는 너무 동떨어 진 제품들이 바이어들의 구미를 당기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는 국내 디자 이너들의 작품수준이 상당한 수준으로 향상된 90년대에 와서도 크게 달라 지지 않았다. 이번 서울국제컬렉션의 성패는 쇼보다 바로 실제적인 마케 팅이 과연 얼마나 이뤄지느냐에 달렸다. SIFAC쪽이 가장 중점을 둔 부분 도 여기였다. 그 결과 미국 최대 의류백화점 및 유통회사인 Sak’s Fifth Ave., Sears Robuck, Darby Classic Ltd., 일본 세이부, 마루이, 마쯔야, 미쯔코시 백화점, 홍콩의 조이스, 중국의 중국백화점협회, 중화백화점, S ITE백화점, 파리의 브렝땅, Maria Luisa, L'eclaireur 등의 사장, 부사장 을 위시한 많은 바이어들을 초청해 진정한 컬렉션의 면모를 갖춰나갔다.

그러나 SIFAC은 이제 겨우 시작일 뿐이다. SIFAC쪽이 이번 행사에 30억 정도의 비용을 들였고 예상관객을 13만~15만 정도로 잡고 있으나 외국 유 명컬렉션과 달리 해외 디자이너들의 참가가 겨우 2명에 그친 점, 가을/겨 울 컬렉션으로선 너무 늦어버려 실제 마케팅이 어느 정도나 이뤄질지 의 문시되는 점 등 아직 국제행사라는 이름을 붙이기엔 미흡한 점이 많다. 하지만 첫술에 어디 배부르랴. SIFAC은 내년부터 4월, 10월 연2회 정기적 으로 개최하면서 3년 내에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대표하는 마켓의 장으 로 자리잡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때가 되면 한국은 어느새 ‘패션 으로 기억되는 나라’가 돼있을지도 모른다.

권태호 기자 한겨레21

© 한겨레신문사 1997년06월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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