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중음악 |
1997년06월26일 제 163호
|
|---|
(사진/엘비스 프레슬리의 미공개 녹음곡과 추억의 히트곡을 담은 음반 3장이 나와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유행이 그러한 것처럼 음악의 흐름도 돌고도는 것이게 마련이다. 더구나 복고바람이 거센 이 세기말의 90년대에는 더욱 그러하다. 최근 옛 팝스타 들이 다시 신보를 내고 우리 앞에 나타나거나 또는 이미 세상을 떠난 지 오래된 스타들이 천상에서 지상으로 자신들의 음반을 내려놓고 있다.
95년 12월 <The Beatles/Anthology>(EMI)가 발매됐다. 존 레논의 미발표 곡들과 비틀스 시절 발표되었던 곡들을 나머지 멤버들이 모여 새로운 버 전으로 구성한 <Anthology>는 이듬해 3월과 11월 2집, 3집이 연이어 나오 면서 20여년 만에 또 한번 비틀스즈 열풍으로 지구를 뒤덮었다. <Antholo gy>(1~3)는 국내에서만 모두 9만2천장이 팔렸다.
비틀스 열풍 이은 엘비스 프레슬리
올해는 엘비스 프레슬리가 비틀스 열풍을 이을 것 같다. 최근 <Jailhouse Rock> <King Creole> <Elvis an Afternoon in the Garden>(라이브·이상 BMG) 등 3개의 음반이 동시에 나왔는데 한달도 안 돼 5천장이 팔렸다. 30 여장의 앨범을 갖고 있는 엘비스는 국내에서 매년 8만장의 앨범이 팔릴 정도로 그의 음반이 많이 뿌려져 있어 음반사쪽이 이번 앨범들에 큰 기대 를 하지 않았음에도 예상치를 뛰어넘은 판매고를 기록한 것이다. 이들 음 반에는 미공개 녹음곡들이 포함돼 있으며 <Love Me Tender> 등 추억의 히 트곡들도 빠지지 않았다. 3장의 음반 중 가장 실적이 좋은 라이브 앨범은 72년 6월 뉴욕 메디슨 스퀘어가든 공연을 담았는데 <Proud Mary> <You do n’t have to say you love me> 등 24곡의 히트곡이 실려 있다. 여기에 미국 RCA레코드는 4장의 CD를 묶은 <엘비스 프레슬리 플래티늄:A Life in Music>을 그가 세상을 떠난 8월에 발매할 예정인데 이 엘비스 결정판은 1 백곡의 슈퍼 히트곡과 함께 77곡의 미공개 트랙들이 사상 처음으로 공개 돼 벌써부터 기대가 크다. 54년 엘비스가 10대일 때 만든 곡, 56년 크리 스마스 라이브 즉흥곡 <My Way>, 죽기 4달 전인 77년 봄 미시간 콘서트에 서 부른 곡들이 담겨 있다. 국내에 이 플래티늄 음반은 한정판으로 3백장 만 들여오기로 돼있어 미리 예약을 해놓아야 될 듯하다. 이외에도 <GI 블 루스> <블루 하와이> 등도 역시 8월께 발매돼 8월 엘비스 열풍은 태평양 건너 한국에서도 몹시 거셀 것 같다. 생전에 한국공연을 갖지 않았던 그 가 죽어 한국팬들을 찾을 모양이다.
엘비스와는 다르게 또 한명의 아티스트가 20여년 만에 부활했다. 일렉트
릭 기타의 교과서 지미 헨드릭스. 그가 사망한 것은 70년이지만 아직도
그를 능가하는 ‘기타의 신’은 나오지 않고 있다. 지리했던 판권다툼 끝
에 최근 그의 앨범이 리마스터링 작업을 거쳐 재발매됐다. 생전에 발표했
던 4장의 앨범, <Are You Experienced>(1967), <Axis:Bold As Love>(1968
), <Electric Ladyland>(1968), <Band Of Gypsys>(1970) 외에 미발표작 8
곡이 포함된
EMI가 ‘EMI 100주년 기념음반’ 시리즈의 하나로 옛 음반을 그대로 내놓
은 킹 크림슨의 2집 <In the Wake of Poseidom>과 이기 팝의 <Lust for L
ife>도 발매 보름 만에 각각 3천장이 팔렸다. <Epitaph>으로 기억되는 프
로그레시브 록그룹 킹 크림슨은 8장의 음반을 내놓았으나 국내에선 1집만
소개됐었다. 영화 <트레인스포팅>의 사운드트랙에 실려 강한 인상을 남겼
던 이기 팝의 77년 명반 <Lust for Life>도 영화의 인기에 힘입어 마찬가
지로 상종가를 달리고 있다.
죽어 다시 이름을 떨치거나 옛 음반을 그대로 내놓은 것이 아닌 살아있음
을 알리듯 신보를 내놓은 불사신들도 적지 않다. ‘살아있는 비틀스’ 폴
매카트니가 4년 만에 새 앨범을 발표했다. 비틀스의 또다른 멤버 링고 스
타와 폴의 아들 제임스(20)가 기타 솔로로 참여한 <Flaming Pie>(EMI).
블루스, 로큰롤, 록, 포크, 그리고 비틀스 스타일이 담긴 이 음반은 국내
에서 발매 한달 만에 3천장이 팔렸다. 올해 54세인 노장은 아직도 살아
있었다.
35년 동안 1천3백50곡 이상의 노래, 2억장 이상의 음반판매를 기록한 ‘
사랑의 전령사’ 나나 무스쿠리도 신작앨범을 발표했다. <Return To Love
>(폴리그램)라는 이름처럼 이번에도 역시 사랑의 노래로 가득 차 있다.
최근엔 골든앨범에 신곡 2~3개를 끼워넣는 것이 하나의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데 결성 30주년 기념 앨범 <시카고 골드>(워너)를 발표한 그룹 시카
고도 <Hard To Say I'm Sorry> 등 자신의 클래식 히트곡 13곡에 신곡 2곡
을 삽입했다. 첫 싱글로 커트된 <Here in My Heart>는 최근 빌보드 싱글
차트 2위까지 올랐다. 국내에선 5월27일 발매했는데 1만5천장 선주문을
받았고 워너쪽은 예상판매량을 12만장으로 잡고 있다. 미국 하드록의 자
존심, 보스톤도 오는 6월23일 골든앨범(소니)을 내면서 신곡 3곡을 함께
실을 예정이다.
그런데 여기까지는 특별하지 않은, 늘 있어왔던 음반사의 기획들이고 최
근의 사회전반적인 복고바람 탓에 상승작용을 올리는 음악외적인 요소도
다분히 작용했다고 보여지기도 한다. 그런데 최근 팝음악계에 시대를 거
스르는 한 흐름이 나타나고 있는데 이는 메탈밴드의 재등장이다. 록의 흐
름을 보면 50~60년대엔 로큰롤, 사이키델릭록, 70년대엔 펑크, 프로그레
시브, 그리고 80년대엔 메탈, 90년대는 얼터너티브가 장악해왔고 최근엔
테크노가 기세를 올리고 있다. 그런데 과거의 메탈밴드들이 다시 컴백하
고 있다.
80년대 LA메탈의 맹주였던 머틀리 크루와 스래시메탈의 간판이었던 메가
데스가 비슷한 시기에 신작들을 발표했다. 85년에 데뷔, 스래시메탈의 마
지막 보루라고 일컬어지던 메가데스가 2년여의 공백기를 넘어 신보 <Cryp
tic Writings>(EMI)를 냈다. 머틀리 크루도 2년간의 침묵을 벗고 새 앨범
을 냈다. 82년에 데뷔해 지금까지 전세계적으로 3천5백만장이라는 엄청난
앨범 판매고를 올렸지만 90년대 얼터너티브의 거센 도전과 92년 보컬 빈
스 닐의 탈퇴 등 외우내환 앞에 그 힘을 잃었다가 빈스 닐이 재가입하면
서 다시 부활을 꿈꾸고 있는 것이다. <Generation Swine>이라고 이름을
붙인 이 앨범은 오는 6월24일 전세계 동시발매 된다. 이들 외에 팝메탈이
라는 부드러운 메탈로 상업적 성공을 거뒀던 존 본 조비도 7년 만에 새
앨범 <Destination Anywhere>(폴리그램)를 발표했다.
조금 더 시대를 거슬러 올라 70년대의 제왕들도 속속 복귀하고 있다. 25
년 동안 전세계적으로 7천만장의 앨범판매를 기록하며 하드록의 맹주로
군림했던 에어로스미스가 4년 만에 12번째 정규앨범 <Nine Lives>(소니)
를 발표했는데 발매 첫주에 빌보드 정상을 차지하며 건재를 과시했다. 에
어로스미스는 이와 함께 <Dream On> <Sweet Emotion> 등 자신들의 히트곡
들과 함께 미발표된 보너스트랙 2곡을 담은 <Greatest HITS 1973~1988>도
동시에 내놓았다.
70년대 말 전성기를 누렸던 수퍼트램프도 10년 만에 신보 <Some Things N
ever Change>로 우리 곁을 찾는다. 또 있다. 70년 영국 버밍엄에서 탄생,
25년 동안 영국 헤비메탈의 자존심이었던 그룹 주다스 프리스트도 온다.
주다스 프리스트는 보컬 롭 핼포드의 탈퇴로 90년 이후 오랜 기간 멈춰있
다가 지난해 새 보컬리스트 팀 오웬스를 영입하고 새로운 앨범 제작에 착
수, 오는 9월 15집 <Jugulator>를 발매할 예정이다. 이외에도 W.A.S.P,
화이트 스네이크, 도켄 등 80년대 메탈밴드들이 최근 각각 앨범을 내고
용틀임을 하고 있다.
팝칼럼니스트 임진모씨는 이런 현상에 대해 “90년대 너바나의 등장 이후
얼터너티브, 네오펑크, 그리고 이를 아우른 모던록이 강세를 나타냈다.
이때 이에 가장 맞섰던 것이 메탈밴드들이었지만 얼터너티브의 강세 앞에
거의 고사상태였다가 최근 다시 고개를 쳐드는 상황이라고 봐야 한다. 이
는 단순한 복고현상과는 다른 것이다. 메탈팬들은 거품이 많은 모던록 팬
과는 다른 양상을 띈다. 그런지와 모던록의 해체시점에서 메탈밴드들이
다시 힘을 얻는 것은 당연하다”라고 말했다.
메탈밴드를 비롯, 옛 스타들이 새로운 팬층을 형성할 것인지, 아니면 그
저 옛 팬들을 다시 불러모으는 데 그칠 것인지를 섣불리 판단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단순히 향수에 기대지 않고, 40~50이 다된 뮤지션들이 여전
히 자신의 음악을 고수하면서 무대에서 젊은 날 그때처럼 절규하고, 그리
고 이에 환호하는 팬들이 있는 문화가 부럽다.
권태호 기자
© 한겨레신문사 1997년06월26일
불사조처럼 일어서는 팝의 맹주들
향수에 그칠 건가, 새로운 팬 얻을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