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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칼럼 |
1997년06월26일 제 16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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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꿈은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이다. 일곱명의 아이들과 ‘도레미 송’을 부르는 영화 속의 대령처럼 여러 아이를 거느리며 살아보고 싶다 는 것이다.
사실 생김새도 성격도 제각각이겠지만 어딘지 모르게 나를 닮은 내 아이 가 여럿 있다는 것은 상상만으로도 즐겁고 뿌듯한 일이다. 나 자신도 결 혼 전에는 봉고차 한대에 아이들을 가득 싣고 나들이 가는 것쯤 그리 어 렵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아이를 둘 낳아 기르는 동안 나도 모르는 사이에 생각이 많이 흔 들렸다. 무엇보다 우리 사회에서 아이 숫자는 곧‘경제적 능력’임을 실 감하게 됐다.
당장 아이 하나에 들어가는 비용이 만만치 않았다. 우유, 기저귀, 옷, 장 난감, 병원비, 유치원 비용 등 꼭 필요한 지출만도 상당했다. 거기에다 아이들이 커갈수록 눈덩이처럼 불어난다는 사교육비 부담을 미리 생각지 않을 수 없는 노릇이다. 유치원 과정에서부터 예·체능교육에 외국어교육 과 영재교육까지 시키느라 웬만한 월급쟁이들은 아이 둘 치닥거리 하기에 도 허리가 휘지 않는가.
또하나, 돈도 돈이지만 우리 사회구조가 기본적으로 맞벌이 부부에게 다 산을 허용치 않고 있음을 절감하게 됐다. 직장 여성들이 출한한 뒤 육아 를 위해 직장을 그만두어야 하는 경우가 아직도 비일비재하다. 마음 놓고 아이를 맡길만한 제대로 된 탁아시설이나 어린이집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 문이다.
그래서 식구는 하나 더 늘었는데 수입은 오히려 반으로 줄어드는 상황으 로 몰리는게 우리 현실이다.
다행히 시어머니나 친정어머니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육아문제를 어느 정도 극복하고 직장으로 돌아갈 수 있지만, 그것도 아이가 둘 이상이라면 어르신네들조차 선뜻 하나 더 낳으라고 권하시지는 않을 것이다.
“어머니. 태은이랑 시원이 참 귀엽죠? 하나 더 낳으면 더 귀엽겠죠?” 하고 슬며시 여쭤보면 “내는 모르겠다. 니들이 잘 생각해 보그래이”라 고 말씀하시면서 웃으시는 우리 시어머님도 예외는 아니신 듯하다.
이스라엘의 사회적 육아 환경은 우리보다 사뭇 낫다. 그들의 출산휴가는 3개월이며 그 기간동안의 임금은 국민연금에서 전액 지급된다. 기혼자의 90%가 맞벌이인데, 놀라운 사실은 4명 이상의 자녀를 둔 직장 여성이 43% 나 된다는 것이다. 3명이상은 65%로 높아진다.
아이를 셋 또는 넷 이상 낳아 기르면서 직장일을 할 수 있다는 건 그만큼 이스라엘의 탁아시설이나 유아교육기관이 잘 운영되고 육아비용이 가계에 큰 주름살을 지우지 않고 있음을 의미한다.
사교육비 지출이 거의 없고 5세부터 18세까지 무상교육을 하고 있는 이스 라엘 사람들은 사교육비 부담이 크다는 등 경제적 이유때문에 아이를 많 이 낳지 못한다는 한국식 표현을 이해할 수가 없는 것이다.
내가 아는 한 랍비는 쌍둥이 형제를 포함해 돌이 지난 아들에서부터 열두 살된 딸까지 무려 10명의 아이를 키우고 있다. 열명의 아이들이 10여평쯤 되는 좁은 집에서 엉켜 뛰어노는 소란스런 정경을 의아하게 바라보던 내 게 “아이들은 내 삶의 기쁨”이라며 싱긋이 웃던 그의 모습이 생각난다.
나도 모르게 <사운드 오브 뮤직>의 주제가 ‘에델바이스’를 흥얼거려 보 지만 아이 하나를 더 낳을 것인지는 여전히 쉽사리 불리지 않는 갈등이다 .
박미영
1961년생, 건국대 졸업, 예루살렘 히브리대 교육대학원 유아교육 전공,
현재 이스라엘문화원장
저서 <유태인 부모는 이렇게 가르친다>.
© 한겨레신문사 1997년06월2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