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1997년06월26일 제 163호 한겨레21

가족과 함께 떠나는 폭포 나들이

(사진/하얀 물보라를 날리며 쏟아져 내리는 구곡폭포.)

선인들이 남긴 진경 산수화들을 보면, 화폭 상단에는 높다랗게 솟아오른 기암 절벽에 하얀 폭포가 한줄기 걸려 있고, 물안개 피어오르는 계곡에는 연분홍 복사꽃이 점점이 박혀 있다. 또 저만치 내려다 보이는 호수에는 쪽배 한척이 낚시를 드리우고 있고, 이런 장면들이 한눈에 들어오는 화폭 중심에는 정자를 세워, 선비들이 둘러앉아 술잔을 기울이며 산수를 즐기 는 모습을 담고 있다.

신선의 경지를 엿보게 하는 장면들이다. 또 더위를 쫓고 산수와 벗하는 모습이 지금의 피서와는 많은 차이가 있었음을 느끼게 해준다. 성급한 현 대인들은 직접 물 속에 뛰어들어 인파 속에 휩싸이거나, 옷을 걷어붙이고 폭포 아래로 들어가 발을 담가야 시원함을 느낀다. 하지만 예전 사람들은 멀리서 그 소리에 젖는 것만으로도 더위를 식히는 지혜와 여유를 지니고 있었던 것 같다.

물소리는 물의 속성 탓인지 모르지만, 신비롭게도 그 소리만으로 더위를 잊게 해 주고 더위로 인해 쌓인 몸 안의 피로와 짜증들을 말끔하게 씻어 주는 오묘한 힘을 지니고 있다.

특히 쏴-소리를 내며 쏟아져 내리는 시원한 폭포소리를 듣고 있으면, 그 속에 바람소리와 빗소리, 계곡물소리 등 온갖 소리가 다 들어 있다. 그래 서 우리의 오감을 빗속으로 또는 냇가로, 세차게 불어오는 바람 속으로 몰고가며, 더위를 속에서부터 식혀주는 신비한 체험을 안겨준다. 또 폭포 소리는 귓속에서 오랫동안 지워지지 않는 특성을 지니고 있으면서 그 시 원한 모습을 떠올릴 때마다 생생하게 되살아나 머리를 맑게 씻어주기도 한다.

폭포 나들이는 비가 오락가락 하는 여름날, 비가 개고 하루나 이틀쯤 지 나 물이 알맞게 줄고 바람결에 물발이 흩날릴 때 더욱 운치가 있다.


강촌마을 구곡폭포

구곡폭포는 경춘가도의 끝자락인 강촌마을 검봉산 자락에 걸려 있다. 강 촌마을을 지나 3㎞쯤 오르면 넓게 열린 주차광장에 닿고, 봉화산과 검봉 산 바위능선이 하늘에 닿을 듯 마주선다. 그 아래로 짙은 숲이 펼쳐지고 맑은 물줄기가 흘러 내린다.

이 물줄기를 따라 아홉굽이를 돌아 오르면 폭포에 이르게 되는데, 이처럼 아홉굽이를 돌아 들어간다고 해서 폭포 이름을 구곡폭포라 했다.

봉화산에서 검봉산으로 이어지는 바위능선은 절묘하게도 병풍을 펼쳐놓은 듯 직벽을 이루었고, 70m 높이에 달하는 암벽 아래로 흰 물줄기가 쏟아져 내린다. 폭포 아래는 소(沼)가 아닌 암반으로, 바위 잔등에 떨어지는 물 소리는 더욱 시원스럽다. 또 암벽은 폭포를 활처럼 감싸고 있어 물소리의 울림이 더욱 화려하다.

물줄기는 폭포 아래 바위 틈새로 다시 한번 떨어져 내리는데, 숲에 들어 앉아 이 두 과정을 한꺼번에 내다보면 더욱 깊은 맛이 난다. 구곡폭포는 폭포도 일품이지만 오르는 아홉굽이 계곡이 서울 근교에서 보기 드물게 맑은 골짜기를 이룬다. 나무 중턱까지 이끼가 파랗게 덮인 오솔길을 걸어 오르는 기분이 신선하기 이를 데 없다.

구곡폭포의 입구는 경춘가도가 끝맺는 지점인 강촌검문소를 기점으로 하 면 쉽다. 검문소를 통과하면서 우측으로 가로놓인 강촌교를 건너면 강촌 마을이다. 강촌마을은 서울 근교에서 손꼽히는 분위기촌으로 특히 대학생 들의 엠티(MT)장소로 널리 알려진 곳이다.

소박하고 편안한 편의시설들로 마을을 이루어 하루나 이틀 묵어도 크게 부담이 없다. 또 자전거 전용도로가 강변과 폭포 사이로 이어져 더욱 이 색적이다.

나들이길에 만나는 우리 먹거리, 검봉산칡국수(0361-261-2986)와 향토막 국수집(0361-261-5940)의 즉석 오리구이 등으로 여름철 보양까지 할 수 있다.

구곡폭포 가는 길의 가장 멋진 방법은 청량리역에서 열차를 타고 강촌역 에 내리는 것이다. 하지만 1주일 전쯤 표를 예매해 놓아야 가능하다.


연천 재인폭포

(사진/재인부부의 한이 담겨 있다는 재인폭포.)

서울 북쪽 경기도 연천에 있는 재인(才人)폭포는 서울 근교에서 가장 아 름다운 폭포로 손꼽힌다. 봄가을 가늘게 늘어뜨린 비단 같은 물줄기가 초 록빛깔 소에 하얗게 드리운 모습은 너무도 아름다워 숨을 죽이게 한다. 또한 수량이 넉넉한 여름은 시원하게 쏟아져 내리는 물기둥이 장관을 이 루고, 철철 넘쳐 내리면서 피서지 겸 물놀이터로 많은 인파를 불러 모은 다.

폭포가 걸려 있는 곳은 휴전선이 가까운 군사지역이어서 평소에는 주말에 한해서 출입이 가능하고, 피서철에만 완전 개방된다. 그래서인지 폭포가 있는 계곡의 공기는 청량하기 이를 데 없다. 더욱이 이곳 지형은 한탄강 줄기와 마찬가지로 땅이 꺼져 내리며 물길을 이룬 곳이어서 폭포와 주변 계곡은 직벽으로 가려진 협곡을 이루고 있다.

그래서 계곡 속에 가득 담긴 폭포소리 역시 그윽한 맛이 있고, 옷이 눅눅 하게 젖어오는 물안개와 함께 물소리가 몸에 배어든다. 이런 지형 탓에 비라도 한차례 지나고 난 뒤 이곳을 찾으면 더욱 실감이 난다. 게다가 폭 포로 오르는 계곡의 양쪽 절벽에 이름 없는 실폭포들이 줄지어 있어 신비 감을 더해준다.

또 이곳에 깃든 아름다운 전설은 마음 속에도 물보라를 일으킨다. 그 옛 날 연천땅에는 줄타기 명수인 재인부부가 살았다고 한다. 남편은 줄을 잘 탔고, 부인은 용모가 빼어났다. 어느 날 고을 사또가 부인의 미모를 탐한 나머지 재인으로 하여금 이 폭포에 줄을 건너매고 줄타기 묘기를 보이도 록 흉계를 꾸몄다고 한다.

재인이 한참 줄을 타는 동안 사또의 하인이 슬며시 줄을 풀어놓아 재인을 숨지게 했고, 사또는 계획대로 부인을 취하려 했다. 그러나 한을 품은 부 인은 사또의 코와 입 등을 물어 뜯어놓고 그 길로 폭포에 달려가 목숨을 끊었다는 것이다.

재인의 애환마냥 겹겹이 쌓여 단층을 이룬 암벽과 녹색의 맑은 소에 한줄 로 쏟아져 내리는 흰 물줄기는 재인 부인의 자태만큼이나 처연하고 아름 답다.

재인폭포 가는 길은 서울에서 북쪽으로 뻗은 세가닥 국도 중 어느 길을 타고가도 된다. 그중 가장 무난한 길이 통일로를 타고 문산으로 올라가 임진강 줄기를 따라 전곡에 이르는 길과, 의정부와 동두천을 거쳐 전곡으 로 직행해 오르는 길이다.

어느 길이나 전곡 시가지를 거치게 되고, 폭포는 시가지를 벗어나면서 5. 7㎞ 지점인 평화주유소 앞에서 우회전해 다시 7㎞ 더 들어간다.

강변 곳곳이 유원지고, 이름난 매운탕집들은 여름 보양에 뛰어난 메기매 운탕으로 성시를 이루고 있다. 들러볼 만한 곳으로는 임진강변 두지리 마 을 별장매운탕(0348-959-3865)과 주유소 조금 못 미친 곳의 풍천가든(035 5-835-3300)이 있다.


금오산 명금폭포

(사진/ 케이블카로 오르며 바라본 금오산 자락.)

금오산은 경북 구미의 진산이다.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구미를 지나며 올 려다 보이는 검은산이 바로 금오산이다. 그리 큰산은 아니라지만 977m에 달하는 산세는 실제 크기보다 웅장해 보이고, 가깝게 갈수록 그런 느낌이 더욱 뚜렷해진다. 이런 느낌은 산이 온통 바위로 이뤄져 있기 때문이라고 풀이한다.

그래서 여름날 비가 한차례 쏟아 부으면 스며들 곳이 없는 빗물은 사방 바위틈새로 쏟아져 내리며, 골마다 폭포가 걸려 장관을 이루기도 한다. 명금폭포는 신비롭게도 이 바위산 골짜기의 가장 윗자락인 금오산 중턱에 걸려 있고, 계곡의 물줄기는 이 폭포수에서 발원된다.

기암으로 이뤄진 두 암봉이 손잡은 듯 이어지는 검은 벼랑에서 느닷없이 쏟아져 내리는 하얀 물줄기는 진실로 장관이 아닐 수 없다. 더욱이 한여 름 비가 오락가락할 때 폭포에 오르면 거세게 쏟아붓는 물줄기가 계곡을 삼키기라도 할듯 우렁찬 소리를 내지른다. 이때의 기세가 금오산을 울린 다고 폭포이름이 명금(鳴金)폭포다.

높이가 27m에 달하는 폭포에서 직선으로 떨어져 내리는 물소리가 시원스 럽기 이를 데 없고, 산중턱에 높이 올라앉아 있어 넓게 열린 하늘과 계곡 숲 위를 스쳐오는 산바람이 몸을 개운하게 감싸준다.

7~8월은 명금폭포의 진면모를 본격적으로 드러내는 계절이다. 주중에 비 라도 한두 차례 지나간 주말에 찾아가면 폭포의 진경을 감상하는 데 더없 이 좋다. 폭포수 주변에 마련된 의자에 걸터앉아 하얗게 쏟아져 내리는 물줄기와 산아래 짙은 숲을 번갈아 보며 그 소리에 빠져들면, 물소리 바 람소리가 따로 없고 자연스레 자연으로 귀의하는 행복감에 젖게 된다.

명금폭포는 경부고속도로 금오인터체인지에서 불과 6㎞ 거리이고, 주차장 에서 5분 거리에 케이블카가 마련돼 단숨에 폭포 앞 해운사 절 마당에 내 려준다. 경부고속도로를 지날 때 잠시 들러볼 수도 있고, 고속버스와 열 차편이 수시로 이어져 굳이 승용차를 타고 갈 필요가 없으며, 주말 나들 이를 겸한 산행코스로도 그만이다.

서울과 중부권에서 구미까지는 250~270㎞로 3시간30분~4시간 잡는다.

보기 드물게 깔끔한 공원 안에는 삼계탕과 닭백숙을 전문으로 하는 단지 가 따로 조성돼 있을 정도로 금오산 닭요리는 유명하다. 폭포감상을 겸해 여름철 복달임 나들이로도 운치있다. 이름난 닭집으로 법성백숙(0546-52- 7854), 해동백숙(0546-53-6500), 강촌백숙(0546-455-3800) 등이 있다.


소요산 원효폭포

(사진/물소리 영롱한 원효폭포. )

서울에서 가까운 소요산은 바위색이 빼어나고 봄의 진달래와 가을 단풍이 절경을 이루어 경기의 소금강이라 불린다. 이처럼 아름다움을 뽐내는 소 요산의 진경은, 규모는 작지만 자재암이란 암자가 들어 있는 계곡 속에 그 대부분이 담겨 있다.

이 계곡은 원효가 고행수도로 도를 깨친 곳이기도 해 불교의 유적지로도 이름 높다. 원효가 요석공주와 인연을 맺은 뒤 크게 깨달은 바 있어, 깊 은 산 속에 숨어들어 오로지 수행에만 일념하겠다고 찾아온 곳이 바로 이 곳이었다고 한다.

훗날 요석공주는 아들 설총을 데리고 찾아와 입구에 머물며 그의 환속을 기다렸으나 끝내 인연을 끊고 자재무애(自在無碍)란 도를 깨쳤다고 한다. 절은 이 자재무애의 참된 힘을 얻은 곳을 기념하기 위해 세워졌다고 전해 내려온다.

이만한 내력을 뒷받침하듯 계곡 속에는 원효폭포와 옥류폭포 등 두개의 아름다운 폭포가 걸려 있다. 하나는 계곡의 초입인 원효암 앞에 걸려 있 고, 다른 하나는 계곡 안으로 들어가 자재암 앞 계곡으로 떨어진다.

일주문을 들어서면서 50m쯤 거리에 원효암이란 바위벽과 마주선 원효폭포 는 물줄기가 가늘게 이어질 때일수록 물소리가 더 영롱하고, 바람결에 따 라 물소리가 사방으로 메아리치며 끊겼다 이어졌다 하면 하나의 곡조를 엮은 듯 아름답게 들린다.

한편 자재암 앞 옥류폭포는 전혀 기댄 데가 없이 직선으로 떨어져 내리면 서 조용한 산사의 뜰을 물소리로 채운다. 아마도 원효는 원효폭포 앞에서 그 물소리를 따라 마음을 비웠을 것이고, 옥류폭포 앞 굴 속에 머물면서 옥류폭포의 낭랑한 물소리로 잠을 쫓고, 의식을 가다듬었을 거라는 짐작 이 가기도 한다.

아무튼 봄가을 인파가 붐빌 때는 이 폭포소리를 가늠하기조차 힘들다. 여 름 한철이 1년 중 가장 한적한 때이기도 해 소요산 폭포나들이는 역시 여 름이 제격이다.

소요산 가는 길은 서울 북쪽의 의정부와 동두천을 차례로 지난다.

의정부역까지는 전철이 이어지고, 교외선 열차를 타면 소요산 역에서 내 려 걸어오른다. 승용차로는 주말 체증에 걸리지 않는 한, 서울의 어디서 나 1시간30분대로 잡는다.

의정부엔 30년 내력을 자랑하는 평양면옥(0351-877-2282)이 있고, 동두천 에는 역시 30년 전통의 송월관(0351-865-2428) 떡갈비집이 있다.

© 한겨레신문사 1997년06월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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