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
1997년06월26일 제 163호 한겨레21

불꽃튀는 ‘동상이몽’

언제쯤 합종연횡이 이뤄질까. 각 대선주자들은 경선 출마자 등록이 완료 되는 7월2일이 그 첫번째 고비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8개 시도 이 상에서 대의원 50~1백명 추천을 받도록 했던 후보등록 요건이 3개 시도로 완화돼 당초 예상됐던 인위적인 탈락은 없겠지만 초반 대세를 장악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서명을 받는 과정에서 일찌감치 대세가 판가름나리라는 것이다. 결국 이 과정에서 추천자가 몇백명 수준에 불과한 군소후보들은 진퇴를 고민해야 할 상황이 벌어진다는 것이다. 한 대선주자의 참모는 “ 결국 승산이 없다고 판단한 약체들이 탈퇴하면서 자신이 선호하는 후보와 연합을 시도할 것”이라며 “합종연횡의 기회”라고 전망했다. 이 대표쪽 도 “지지세가 약한 주자들은 경선 전에 경선을 포기하고 내부적으로 교 통 정리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1차 경선 뒤 본격적인 제휴 모색

하지만 이런 전망에 대한 반론도 만만찮다. 현실적으로 가능한 짝짓기가 이미 끝난 상황에서 단지 추천자의 많고 적음이 주자들간의 연합을 끌어 낼 가능성이 없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이미 김윤환 고문과 연합을 끝냈 고 여기에 나라회까지 가세하고 있다는 것은 공인된 사실이다. 또 범민주 계 모임인 정발협을 집중 공략해온 이수성 고문 역시 최형우 고문 계열과 짝짓기를 끝냈다는 게 정치권의 일반적인 판단이다. 결국 현재 남아 있는 주자들은 대부분 권력분점에는 공감하지만 자기를 중심으로한 합종연횡을 구상하고 있기 때문에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 후보등록과정에서 약체로 드러난다고 해도 곧바로 합종연횡을 시도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적어도 유력 주자가 3명 정도로 압축돼야 이들과 권력을 둘러싼 담합이 가능한데 등록과정에서 군소후보 한둘이 떨어져 나 간다고 이런 구도가 형성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군소후 보들은 남겨진 가능성을 모두 포기한 채 섣불리 특정 후보와 연합하기보 다는 경쟁을 통해 최대한 자신을 알리고 몸값을 높이는 전략을 선택할 가 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명분 부족도 큰 걸림돌이다. 박찬종 고문쪽의 한 관계자는 “반이회창 진 영이 모여 권력분산을 전제로 연합을 시도한다면 명분이 서겠지만 이 대 표까지 권력분산을 주장하는 상황에서 ‘합종연횡은 권력나눠먹기’라는 비난을 면하기 힘들다”고 말한다. 결국 권력분점론에는 동의해도 그 자 체가 이미 낯뜨거운 야합의 수단이 된 상황에서 무리하게 합종연횡을 시 도하지는 않으리라는 것이다.

이런 상황을 고려할 때 대부분 주자들이 일단 경선에는 참여할 것으로 보 인다. 결국 본격적인 합종연횡은 경선 결과 과반수 득표자가 없어 1~2위 후보가 결선투표를 벌이는 상황에서 이뤄질 전망이다. 1, 2위 후보와 탈 락한 주자들 사이에 적극적인 연합이 시도되리라는 것이다. 전자투표제를 도입해 1차와 2차 투표 사이에 시간이 별로 없지만, 이 짧은 시간은 후보 자간이나 후보자들의 밀사간에 본격적인 ‘흥정’이 오고가는 대목장이 될 것이다. 흥정이 끝나면 대의원석에는 탈락주자의 지지 후보를 알리는 사발통문이 순식간에 돌면서 2차 투표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1차에서 2위를 차지한 뒤 2차에서 뒤집기를 노리는 ‘2위 작전 후보 ’들은 합종연횡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다. 실제 박찬종 이수성 고문과 김덕룡 의원 등은 이런 전략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 대표를 누르고 1위를 차지하기는 어렵지만 결선에 탈락한 반이 대표 세력의 힘을 모아 뒤집기를 시도한다는 것이다.


2위 후보는 합종연횡에 사활 건다

하지만 이 또한 만만치않다. 먼저 이런 시도를 막기 위해 1위 후보 역시 탈락 주자들과 적극적인 연대를 시도하면서 전선을 흔들어 놓을 것이다. 또 2위의 뒤집기 시도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선두주자가 40% 이상 의 압도적 표를 얻지 못하고 1, 2위의 표차가 10%를 넘지 않는다는 조건 이 충족돼야 한다. 한 대권주자는 “권력의 속성상 그 이상 차이가 벌어 질 경우 될 사람을 밀어주고 실익을 챙기자는 분위기가 탈락 주자들 사이 에 팽배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사실상 2위 이하 주자간의 합종연횡 시 도 자체가 무의미해진다는 것이다.

물론 이런 조건을 극복하고 주자간에 합종연횡을 하더라도 성공 여부는 별개의 문제이다. 특정주자에 대한 투표지시가 대의원들에게 그대로 먹혀 들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 대권주자의 측근은 “최선의 후보를 미리 정해 놓고 투표하는 대의원들은 그 후보가 탈락할 경우 자신의 정서적 지역적 성향에 따라 독자적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더 높다”고 말했다. 자율적인 투표 성향을 보이리라는 전망인 것이다.

결국 대권을 거머쥐기 위해 대부분의 주자들이 합종연횡을 꿈꾸지만 실현 가능성이나 성공 여부는 희박하다고 볼 수 있다.

신승근 기자 한겨레21

© 한겨레신문사 1997년06월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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