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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
1997년06월26일 제 16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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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기존 전화선에 56K 모뎀을 장착하면 고속통신이 가능하다. 국내 업체들도 이 모뎀을 10만원대에 판매하고 있다.)
차세대 모뎀인 ‘56K 모뎀’을 둘러싼 시장선점 경쟁이 치열하다.
컴퓨터 사용자의 대부분은 인터넷을 포함한 대형 통신망에 접속하기 위해 모뎀(MODEM)을 사용한다. 모뎀은 컴퓨터 내부의 디지털 신호를 전화선의 아날로그 신호에 맞게 변환시켜 주는 일종의 변조기로 PC통신으로 자료를 검색하거나 전송할 때 없어서는 안 될 필수 주변기기이다. 학교나 기업에 서는 이미 전용선을 설치해 사용하기 때문에 모뎀이 필요없지만 가정에서 모뎀은 PC통신을 위한 피할 수 없는 수단이다.
잡음 제거해 전화선의 최대속도 도달
최근 전화선을 이용해 낼 수 있는 최고의 속도라는 56Kbps 모뎀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모뎀의 속도는 초당 전송할 수 있는 비트 수인 bps(Bi ts Per Seconds)로 나타낸다. 현재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모뎀은 28,800bp s로 1MB의 데이터(원고지 2천6백장의 분량)를 다른 컴퓨터로 전송하는 데 평균 5분 정도 소요된다. 역사상 최초의 모뎀이 300bps였던 데 비하면 엄 청난 발전이 아닐 수 없다. 33,600bps 모뎀도 있긴 하지만 28,800bps 모 뎀에 데이터를 압축하여 보내는 기술을 개선한 것으로 진정한 속도의 증 가는 아니다. 56Kbps 모뎀은 28,800bps의 두배 속도를 낸다. 그러므로 1M B 데이터를 전송하는 데 3분도 채 안 걸린다. 이를 전화비로 환산하면 그 경제적 효과는 쉽게 계산된다.
음성 전달을 위한 저속의 전화선으로 환상적인 속도를 내는 56K 모뎀의 비밀은 뭘까. 바로 잡음의 제거에 있다. 모뎀이 하는 일은 신호를 디지털 과 아날로그로 바꾸는 것이다. 컴퓨터에서 나오는 디지털 신호를 아날로 그로 바꾸어 전화선으로 보내는 작업을 업로드(UPLOAD)라고 하고 전화선 을 통해 들어오는 아날로그 신호를 디지털로 바꾸어 받아들이는 것을 다 운로드(DOWNLOAD)라고 한다.
문제는 아날로그 신호를 디지털로 바꾸는 과정에서 잡음이 발생한다는 것 이다. 이 때문에 속도가 감소한다. 56K 모뎀은 이런 점에 착안하여 잡음 을 최소화시켜 속도를 높인다. 그러므로 56K 모뎀은 다운로드에 속도 변 화가 있다. 즉 자료를 업로드하는 과정은 33,600bps의 속도만 지원되며 다운로드할 때 56Kbps 속도를 유지하는 것이다. 이렇게 56Kbps로 통신을 하면 전화비와 시간을 줄일 수 있어 인터넷과 PC통신에 유리하다.
그럼 고속통신의 방법에는 모뎀밖에 없는 걸까. 모뎀 이외에도 전화선을 이용하는 ISDN, COLAN, 케이블TV를 이용하는 케이블모뎀, 인공위성을 이 용하는 디렉PC 등 다양한 방법이 개발되고 실용화를 눈앞에 두고 있다. 하지만 이런 고속 데이터전송방법이 실효를 거두기 위해서는 여러 문제가 있다. 선로를 다시 정비한다든가 비싼 추가 장비를 부담해야 한다. 또 부 가되는 서비스료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56K 모뎀은 기존 전화선에 모뎀만 바꾸면 고속통신을 즐길 수 있 다. 가격도 모뎀을 구입 비용과 전화료면 된다. 이처럼 간편하고 실용적 인 면 때문에 56K 모뎀은 차세대 고속통신의 다크호스로 떠오르는 것이다 . 이는 고속 통신방법에서 56K 모뎀 점유율이 1998년에는 50%를 넘을 것 이라는 미국 주피터커뮤니케이션즈의 발표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56K 모뎀 시장을 선점하는 업체의 미래는 확실히 보장된다.
이런 알짜배기 사업을 두고 두 업체가 경쟁에 돌입했다. US로보틱스사와 락웰사다. 양사는 각기 X2, K56flex라는 기술로 제품을 개발, 판매하고 있다. 양사의 속도 증가 기술은 같다. 디지털 신호로 바꾸는 과정에서의 잡음을 감소시키는 것이다. 하지만 그 방법에서 양사는 다른 체계를 사용 하고 있다. 따라서 두 제품은 호환이 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A라는 통신회사가 US로보틱스의 X2 칩을 사용한 서버 모뎀을 사용하고 B라는 가입자가 락웰칩을 사용한 모뎀으로 접속을 한다면 56K 모뎀은 제속도가 나오지 않고 33,600bps 정도의 모뎀밖에 안 된다. 그렇 다면 사용자나 통신업자들은 고민에 빠질 것이다. 과연 어떤 제품을 선택 해야 할까.
더군다나 두 가지 기술에 대한 표준이 없다. 교통 정리할 기준이 없기 때 문에 업체로서는 시장 선점이 곧 표준으로 가는 길이다. 그래서 두 업체 는 통신업자와 모뎀 사용자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여기에 올해말 국 제전기통신연합(ITU)에서 56K에 대한 표준을 정한다는 말이 돌자 두 업체 의 경쟁은 보이지 않는 전쟁으로 바뀌고 있다.
그렇게 빠르고 좋은 56K 모뎀을 국내에서 언제나 구경할 수 있을까. 이미 시장에는 여러 가지 종류의 56K 모뎀이 판매되고 있다. US로보틱스, 헤이 즈, 한솔전자, 록산텔레콤이 이미 제품을 판매하고 있으며, 자네트, PC라 운드, 맥시스템의 업체들도 앞다투어 제품 출시를 서두르고 있다. 가격도 10만원대로 초기 33,600bps 모뎀 정도다.
표준 호환성 여부 등 상용화 걸림돌 산적
56K 모뎀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도 있다. 28,800bps 모뎀 이후 33,600bps 모뎀이 시장에 나온 지 1년이 넘었지만 아직 33,600bps를 제대로 서비스 하는 통신업체가 없다. 이 시점에서 56K 모뎀은 성급하다는 것이다. 현재 의 모뎀도 사용 가치가 있는데, 소비자의 눈먼 돈을 가로채는 상술이라는 것이다. 이처럼 두 업체의 경쟁 속에서 사용자와 통신업체는 어느 제품을 선택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 두 업체는 어떤 기술이 표준이 되든 상호 호환되는 제품을 만들겠다고 하지만 아직 불투명하다.
기술이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는 지금, 제품 개발과 판매가 과거와 달 라졌다. 과거에는 표준 기구가 규격을 정하고 협약에 의해 제품을 만들거 나 업체들 간의 합의로 업체 표준이 만들어지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이제 는 정반대다. 업체가 먼저 자체 표준을 만들고 시장을 선점하여 그것을 전체 표준으로 정해 버린다. 기술력이 월등한 업체가 느려터진 표준 기구 의 결정을 못 기다리겠다는 것이다. 이같은 상황은 기술력이 발달하면서 심각한 문제로 대두될 전망이다. 이에 대한 보완도 시급하다.
이효진/ 월간 하우피씨 기자
© 한겨레신문사 1997년06월2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