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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06월26일 제 16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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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노동신문> 등은 그간 남한의 ‘한보사태’ 등을 크게 다루었습니
다. 남한의 정치권이 썩었다는 것입니다. 물론 이는 사실입니다. 최근 우
리 사회 혼란의 밑바닥엔 ‘한보사태’로 대표되는 정치권의 부패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를 보는 북한 인민들의 생각은 어떠했을까요. 어쩌면 “남쪽이 나 북쪽이나 가진 놈들은 다 똑같다”는데 미쳤지도 모릅니다. 적어도 ‘ 그’의 눈에 비친 당 간부들의 모습은 ‘남쪽의 썩은 정치인’들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굶주리는 인민 속에서 저 혼자 호의호식하려 하고, 때식 한끼로 인민들을 사욕을 채우는데 부립니다. 또 조선족 봇짐장수를 털기 위해 꽃제비들과 ‘함정수사’를 벌이기도 합니다. 인간의 모습을 잃어가는 권력의 한 단 면입니다. 북한은 지난 80년대말 사회주의권 붕괴의 주 원인으로 ‘관료들의 부패’ 를 꼽았습니다. 그리고 북한의 장래에 대해서는 당간부들이 ‘청산리 방 식’으로 무장돼 있어 문제가 없다고 했습니다. 청산리 방식이란 우리식 으로 말한다면, “대중속으로 들어가 대중의 뜻에 따라 하는 사업방식” 입니다. 하지만 ‘그’는 “가슴을 쥐어뜯으며” 고민합니다. 비록 식량 난이 그 ‘비인간화’를 강화시켰을지 모르지만, ‘청산리방식’을 잊은 당간부들이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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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간부들이 인민의 농산물 독차지
(사진/당간부들은 주민들이 배고픔에 생명이 꺼져가는 데도 사사로운 치부에 혈안이 되어 있다. 조선족이 준 밀가루 손가락 과자를 먹는 아이의 뼈마디가 앙상하다.)
빈부는 어디에서 오는가. 나는 자문자답하면서 가슴을 쥐어뜯는다. 어느 하루 몇몇 간부가 주머니를 메고 무겁게 퇴근하였다. 사람들은 저저마다 수근거리며 저주하나 그 누구도 큰소리치지 못했다.
그 자루는 무엇일까. 만인의 눈은 밝아 정체는 밝혀졌다. 모두다 공장에 출근하지 않으니 공장 경비라도 세우기 위해 한끼의 식사를 보장하기로 하고 현장에서 썩은 중국 돼지사료 강냉이를 들여다 떡국을 해주었다. 이 때라 생각한 공장 내 간부들은 저저마다 눈치를 보면서 훔쳐가니 백성에 게 차려지는(돌아가는) 몫은 어디로 갈까.
어찌 이뿐이랴. 1백여리 떨어진 ○○군 묵밭을 일구어 부식물을 해결한다 고 길 닦고 밭 일구어 놓으니 간부라치고 나온 자가 생산물 감자를 35k씩 사욕하고, 부식물 무를 두 가마니 나눠가지니 백성이야 피땀흘려 한 알의 감자나 무를 먹어 보았던가. 그것도 그렇듯 백성은 북방의 추위에 떨며 산으로 검불 주으러 다니지만 간부라 하여 참나무는 가스가 많다 하며 활 엽수를 실어다 주니 어찌하랴.
그것까지도 성차지 않아 백성이 피땀흘려 지은 농산물을 간부들이 서로서 로 조직적으로 나눠가진 것으로, 굶주린 노동자들은 점심 한끼 먹여주는 것으로 만족하게 생각하고 잡다한 사사일에 부려먹으니 이것 역시 빈부 차이가 아닌가. 굶주리고 헐벗은 백성은 한끼니 식사 그것마저 썩어서 곰 팡이 낀 강냉이 가루 사료를 죽을 쑤어 주는 것을 절호의 기회로 삼는다 니 얼마나 처참한 일인가. 만민은 굶주림에 시달리지만 철따라 부식물을 농장에 자기 종업원을 시켜 국가재산을 절치하여 보내주든가, 이모저모에 로력을 파견하여 공짜로 사취하니 왜 빈부의 차이 더 극심하지 않겠는가.
군당비서 뒤주에서 쌀이 썩는다
백성이 굶주려 쓰려져가고 무주고혼이 되어가건만, 집권당이라 권세쓰는 군당비서는 어떠한가. 한 도둑놈이 군당비서 집을 습격했다(위치는 ○○ ○○ ○○○ ○○○○). 도둑놈은 창고에 들어서니 아연실색하고야 말았 다. 독마다 가득가득한 곡종별 쌀. 어느 것을 훔쳐가야 제일 좋은가 궁리 하던 중 찹쌀을 한자루 가지고 에돌아 나오는데 마당에는 돼지사료라고 하는 강냉이 가루가 몇가마니 있으니 이 어찌된 일이야. 독마다 가득 찬 쌀, 마당에 방치해둔 강냉이 가루. 백성은 초근목피로 때식을 에우고 그 것도 에우지 못해 이 세상과 하직하는데 군당비서 이놈은 어떤 놈인가. 그의 말. “죽도 먹을만 하더만. 쌀죽에다 계란을 터뜨려 놓으니 괜찮더 구만.” 낯가죽을 쓴 백정이라 할까. 이 놈은 재차 도둑질하러 갔다가 붙 들린 자에게 엄한 형벌을 주라 엄포를 놓으니 법관이랑 안전부는 겁이 나 8개월이나 감금하였으니 쌀 몇되 훔쳤다 하여 처형하니 이 놈이야 군중 우에 올라 앉은 금수라 해야 옳을 것이다.
세계가 주시하는 사회주의 보루?
사회주의 보루라고 자신하는 인민대중 중심의 우리식 사회주의 강국이라 고 호언장담하고 거울 앞에 나서 인물형상을 잘하여 대중의 비난과 조소 를 받고 있다.
하여 사람들은 이르는 곳마다 집없는 방랑행자, 길가에 굶어죽어 버린 자 , 황폐화된 농촌, 폐업된 공장, 가는 곳마다 쓰리·절도·강도에 치를 떨 고 공포에 질려 감옥 속의 감옥에 갇혀 신음과 비애에 허덕이고 있다.
특히 이밥에 고깃국에 비단옷을 입고 기와집에서 산다고 호언장담하던 60 년 이후 1930년대보다 퇴보하여 더는 갈 길을 못가고 있다. 황폐화된 농 촌은 잡초와 갈대만이 무성하여 농민들은 생존의 막바지에서 허덕이고 있 다.
농장별로 자기 먹을 식량을 30% 좌우해서 허덕이니 국고에 바치기는커녕 제 먹을 쌀마저도 없어 굶어죽어가고 있다. 하여 모두 다 농작물에 손대 어 훔쳐 연명하고 있으니 어떻게 단속하는가. 민병(적위대)도 경비 세워 아니돼 무력을 가진 인민군대가 경비를 서니 이 세상 어디에 군대가 총을 메고 보초서는 곳이 있겠는가. 크나큰 밭에 강냉이를 보초선다니 이 얼마 나 우스운 일인가. 그것마저도 경비서는 군대가 강냉이를 뜯어훔쳐 술과 담배와 아니면 사치품과 바꿔먹으니 이 나라가 과연 어디로 가는가.
여행자를 등치는 협잡꾼이 날뛴다
사람들은 경악하며 이 세상을 고발한다. 중국인 로사람(노인)들이 조선으 로 자기의 혈육을 찾아 방문하거나 친지들의 묘소를 찾아오기에 변방지역 은 사사려행자들이 많다. 안전부나 보위부는 사사려행자들의 물건을 수속 할 때 의려히(으레) 담배 몇십갑과 술 두세병을 받아먹어야 해주는 것이 예사로운 것이다. 국가적 법적으로 려행자들을 보호해준 대신 상품값이 비싸오, 장에 나가 파오 하는 식으로 위협 공갈하여 처먹거나 아니면 물 품을 회수하는 것을 상습적으로 하고 있다.
그것도 괜찮다. 장거리에서 사사려행자들이 물건을 판다하여 회수하다 못 해 불망나니 꽃제비들을 시켜 암암리에 미행하였다가 집에서 팔면 몰수하 여 사리사욕 하는가 하면 꽃제비들에게 얼마간의 돈을 주어 사게 하고는 재차 들어가 몰수하여 안전원과 불망나니들이 나눠먹는 이 세상은 과연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
어찌 이뿐이랴. 북에서 앞으로 장사가는 녀인들의 짐을 좌우간 구실을 만 들어 단속하고는 횡재하는가 하면 차가 복잡하여 짐을 가지고 가지 않고 몸에다 돈을 간수한 녀인들의 몸을 수색하여 빼앗는 등 열차승무안전원의 횡포한 행동, 말끝마다 단마디에 “개새끼 쇠새끼” 아니면 “이년 저년 ”하면서 인신모독하는 것이 상례로 되어 있다.
돈에 눈 멀어 국경을 열어주는 군대
(사진/위대한 장군의 군대는 인민의 안정과 평화를 보호하지 않는다. 사열을 하는 당당한 군인들도 사욕에 물든지 오래다. )
병사는 예로부터 나라의 방위에 치중하여 백성의 안정과 평화를 옹위하는 것이 본분이라 하였다. 허나 병사가 때식을 건너 살길이 없어 국경 경비 진을 열어주니 과연 나라의 방위는 누가 한단 말인가. 사람들은 말한다. 전사는 한번 경비진을 열어주는 것이 5천원이라, 군관은 만원이라 하고 1 0년 군사 복무에 10만원 벌기 운동 하니 어찌 나라의 방위를 맡은 군대라 할까.
군관은 하루에 600g 주는 잡곡에 가정 부양은 주지 않으니 병사들에게 내 려오는 식량과 피복을 팔아 사리사욕하니 병사는 어찌 살랴. 하여 저단백 에 걸려 허덕거리다 죽은 이 얼마냐. 군대 내에서는 허약이라 한다. (그 런데) 민심이 소란해지자 ‘100호’라 자칭하여 속이니 이 어찌 될 말인 가. 100호에 걸려 쓰러져 요양소에 가서 1개월 요양하여 감정 제대되여 죽은 자 얼마랴.
나라의 방위를 맡은 군대가 허약에 걸리니 백성의 처지야 더 말해 무엇하 리. 서로서로 경비진을 열어놓으니 나라의 수만금 문화재가 타국에 빠지 고 공장의 설비를 훔쳐 치부하니 나라는 어찌 되랴.
달리는 열차 세우고 물건 강탈
달리는 렬차에서였다. 유리없는 창턱에 앉아 승객들로 붐비는 기회라 돈 벌려고 추운 겨울에도 들어서지 않고 뱃심좋게 앉아 있다. 열차가 서면 그는 오르려고 올리대고 내리대는 승객을 불러 “여기로 오르시오” 고함 쳐 오게 되면 “담배 있소 술이 있소”라고 하면서 담배와 술을 주면 자 기가 비껴서 끄집어 올려태워주고는 큰 것이나 벌었다고 희희락거리는 그 모습 가관이다. 어찌 이 뿐이랴. 장거리에 나가 힘겹게 서서 빵이나 잡동 사니들을 파는 것을 덮쳐 뛰어가는 것은 영화의 한 장면을 련상하게 한다 . 장거리에서 덮쳐 뛰던 병사는 아낙네의 고함소리와 잡으려 하는 행인들 에게 붙들리지 않으려고 여기저기 널려 있는 잡화들을 발로 차버리거나 걷어차버리며 뛰어간다. “저놈 잡아라 저놈 잡아라” 고함치는 아낙네. 여기저기에서 저주와 증오의 욕소리로 뒤범벅된 장거리는 말 그대로 수라 장이 되었다.
가관은 달리는 열차에서였다. 몇 시간이면 도착해야 할 열차는 전기사정 과 견인기 ‘기차대가리’가 없어서 4일이면 정시요, 7일이면 보통이라. 승객들로 붐비는 속에서 병사들은 짜고들어 지고다니는 배낭을 한놈이 누 르고 한놈이 칼로 짜개어 낸 뒤 밑에서 자루나 배낭으로 받는 것도 예사 로운 일로 되었다.
어찌 이뿐이랴. 도둑이 살판치는 속에서 세놈씩 짜고들어 연약한 녀인이 나 부인들의 짐을 강제로 빼앗아 넘겨주고 넘겨받아 강탈해서 내려버리는 것 이것 역시 볼 만하다. 어찌 이뿐이랴. 기차가 제대로 뜨지 않아 길가 에서 화물차를 기다리는 행인들의 짐을 강제로 빼앗거나 달리는 화물차를 길목을 막아 세워놓고 차에 타서 돈 나가거나 요긴한 것을 떨구어 훔치는 현장. 달리는 차를 손들었어도 세우지 않으면 돌로 차를 까는 것은 보통 현상으로 되었다. 사람들은 말한다. 위대한 장군의 군대라고.
양민을 보호하지 않는 인민의 군대
귀청을 깨뜨리는 총소리가 울렸다. 모두가 총소리가 나는 쪽을 보니 군대 가 총을 쏘고 거두는 중이었다. ○○을 떠나 ○○으로 달리던 제○○렬차 는 관리역에서 멎었다. 오르내리던 승객들로 붐비어 콩나물 광주리같이 빼곡이 선 렬차에서 승객들은 모두다 깨어진 창문으로 골을 내밀고 보았 다. 총에 맞아 쓰러진 녀인은 과연 누구이며 총을 쏜 인민군대는 과연 누 구인가. 모두 의분의 혀를 차며, 한탄과 의분을 품고 있었다.
그러면 과연 녀인은 죽어야 하는가. 1월18일 ○○을 떠난 제○○렬차는 떠나 30분도 못되어 서게 돼 있지 않은 ○○○에 22시간을 멎었다가 떠났 다. 대소한 때라 날씨는 몹시 춥고 맵짰다. 유리 한장 없는 렬차, 의자를 뜯어 창문을 막거나 머리수건을 풀어 가리운 렬차, 사람과 사람이 서로 붙안고 돌아가는 렬차, 대소변도 제자리에서 보아야 하는 렬차, 21시간이 면 ○○에 도착해야 할 렬차는 4일이면 정시요, 7일이면 보통이라. 승객 들은 주린 창자에 추위에 떨면서 가야할 목적지를 행여나 하고 기다리던 중 행처 불명의 녀인은 인민군대의 배낭을 칼로 째고 먹을 것을 훔치다 발각되었다. 사람들 속을 붐비다 겨우 빠져나온 녀인은 렬차가 간이역에 서자 사람들을 헤집고 도망쳤다.
사람살리라 뛰어가는 녀인. 서라고 소리치는 군대. 더는 붙들 가망이 없 자 군대는 메었던 총을 벗어 명중사격으로 쓰러뜨렸다. 총소리에 놀란 승 객들은 저저마다 울부짖건만 녀인은 피를 뿌리며 얼고 언 콩크리트 바닥 에 쓰러졌다. 그러나 그 누구도 범접못했다. 1월20일 새벽 총소리. 제 형 을, 제 부모 처자를 겨누고 쏴야 하는가. 그 누가 살인과 절도·범죄가 판을 치게 하였는가.
© 한겨레신문사 1997년06월2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