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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1997년06월26일 제 16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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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연의 왕국’이 도래한다면 더이상 징크스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과학이 아무리 발달하더라도 우연의 세계를 완전히 정복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오히려 과학이 지금까지 밝혀낸 것은 우주의 법칙 가운데 빙 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따라서 필연의 법칙을 찾아내려는 과학의 세계에 도 징크스가 끼어들게 마련이다.
현대 과학기술의 집결체인 통신위성 관계자들에게는 5년마다 사고가 집중 적으로 발생한다는 ‘5년 주기설’이 있다. 지난 95년 쏘아올린 우리나라 의 무궁화위성이 정상궤도 진입에 실패하면서 이런 징크스가 나돌았다. 실제로 83년부터 94년까지의 상업위성 발사실패 36건 가운데 5년 주기에 해당하는 85년도가 6건, 90년도가 6건으로 총 사고건수의 3분의 1을 차지 했다. 5년 주기에 해당하지 않는 연도의 발사실패 건수가 1~3건에 그쳤던 것에 비하면 확실히 많은 숫자이다.
미세한 양의 시료를 갖고 수많은 단계를 거쳐 결과를 뽑아내야 하는 화학 자들은 대부분 ‘결벽 징크스’를 갖고 있다. 조그만한 장비의 이상으로 도 몇년 동안 공들인 실험이 물거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부 분의 화학자들은 실험장비를 필요 이상으로 깨끗하게 닦거나, 다른 사람 이 한번 사용한 실험기기를 절대로 사용하지 않는 따위의 징크스를 갖고 있다.
화학자들은 특히 밤에 실험하는 것을 좋아한다. 이론적으로는 낮과 밤의 실험결과가 차이가 있을 리 없지만, 밤에 실험을 하면 불순물이 덜 들어 갈 것이라는 믿음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포항공대의 경우 절반 가량의 화 학과 교수들이 밤에 실험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포항공대 임경순 교수 (39·과학사 전공)는 “똑같은 시료를 갖고 똑같은 실험과정을 밟아도 실 험결과가 달리 나온다. 어떤 때는 기대보다 좋게, 어떤 때는 기대 이하로 실험결과가 나오는 것이다. 실험결과에 대한 기대와 불안감이 과학자들에 게 징크스를 갖게끔 만든다”고 말한다.
과학자들의 이런 징크스는 재밌는 말을 낳았다. 과학자들에게는 현대 양 자역학이론을 주도했던 오스트리아의 이론물리학자 볼프강 파울리의 이름 을 딴 ‘파울리 효과’라는 징크스가 있다. 이상하게도 그가 독일에 있는 실험실에 나타나기만 하면 실험계기가 깨지거나 작동을 멈추곤 했다. 한 번은 파울리가 실험실에 나타나지 않았는데도 실험계기가 이유없이 깨져 버렸다. 과학자들이 원인을 알기 위해 무진장 노력을 기울였지만, 도저히 밝혀낼 수가 없었다. 그런데 나중에 독일을 지나던 파울리가 열차가 늦게 떠나는 바람에 잠시 머무른 사실이 드러났다. 그때 이후 과학자들은 뚜렷 한 이유없이 실험계기가 고장나거나 깨지는 징크스를 ‘파울리 효과’라 고 부른다.
© 한겨레신문사 1997년06월2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