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1997년06월26일 제 163호 한겨레21

‘징크스에 울고 웃는’스포츠맨들 이야기

냉엄한 승부의 세계에서 선수나 감독은 물에 빠진 사람 지푸라기라도 잡 는 심정으로 징크스에 매달린다. 실력이 아무리 좋아도, 운이 따라주지 않으면 그날 경기는 망쳐버리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운을 자기편으로 끌 어오기 위해 징크스를 피하려는 선수나 감독들의 노력은 눈물겹다.

프로축구에서 징크스로 가장 유명한 사람이 울산 현대구단의 고재욱 감독 이다. 경기 시작 전 그는 항상 손을 바지 주머니에 넣고 다닌다. 경기 전 악수를 하면 패한다는 징크스 때문이다. 그의 징크스는 너무나 잘 알려져 있어 상대팀이 악용하는 해프닝도 생기곤 한다. 지난해 9월, 그는 프로감 독으로는 처음으로 1백승 등정을 목전에 두고 있었다. 99승을 거두고 마 지막 1승을 추가하기 위해 전남 드래곤즈와 맞붙은 그날, 고 감독은 상대 팀 허정무 감독의 집요한 악수요청을 뿌리치지 못하고 마지못해 손을 갖 다댔다. 결과는 그만 2 대 3 패배였다.

프로야구에서는 쌍방울의 김성근 감독이 유명하다. 그는 신일고 감독시절 부터 동대문운동장에서 시합이 있을 때마다 장충단공원쪽으로 우회해 입 장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경기가 풀리지 않는다는 징크스 때문이었다. 그뿐이 아니다. OB베어스 코치로 있을 때에는 노란팬티를 갈아입지 않고 계속 입고 다닌 것으로 악명을 떨쳤다. 냄새가 심하지만 빨면 영험한 효 력이 사라진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김 감독은 경기시작 전 누구를 만나면 이기고 진다는 고약한 징크스를 갖고 있어, 주위 사람들을 곤혹스럽게 하 기도 한다.

감독 뿐만이 아니다. 선수들도 감독에 못지 않게 징크스에 시달린다. 프 로야구 쌍방울의 김광림은 경기 전 꼭 손을 씻는 버릇이 있다. 지난해 그 는 21게임 연속안타를 치며 대기록 행진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22게임 연속안타를 앞두고 기분이 들떠 손씻는 것을 깜빡 잊었다. 타석에 들어서 서 갑자기 자신의 징크스가 생각났고, 마음이 약해진 김광림은 스윙폼이 흔들리는 것을 느꼈다. 결과는 22게임 연속안타 실패였다. 그는 경기를 마친 뒤 “불안해서 경기를 할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쌍방울 투수 오봉옥은 항상 뒷주머니에 5백원짜리 동전을 넣고 다닌다. 영남대 재학시절, 우연히 주운 5백원짜리 동전을 뒷주머니에 넣었더니 그 날 경기에서 이겼다는 것이다. 한화의 이강돈은 부인이 좋은 꿈을 꾸면, 1천~2천원을 주고 부인한테 꿈을 산다. LG 투수 김용수는 손톱에 항상 매 니큐어를 정성스럽게 칠하고, 김기범은 스파이크가 닳아 못쓰게 될 때까 지 절대로 빨지 않는다. 마라톤 이봉주의 징크스는 좀더 ‘지저분’하다. 큰 경기를 앞두고 양치질을 하지 않고, 수염도 깎지 않는다.

© 한겨레신문사 1997년06월26일


커버스토리 포커스 문화시대 특집 지난호 전체보기 처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