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1997년06월26일 제 163호 한겨레21

민주노총은 부담스럽다

(사진/민주노총은 대선 국면이 본격화하면 먼저 노동자계급의 정치적 진출을 가로막는 정당법과 선거법 문제를 제기할 태세다.)

전국연합 다음은 민주노총이다. 민주노총이 입장을 정해야 민족민주진영 의 대선전술은 완결되기 때문이다. 특히 전노협 등 이전의 노동운동 대중 조직들에서는 한번도 이같은 결정을 내린 적이 없는 민감한 사안이라는 점에서 민주노총의 논의과정에 대한 민주진영의 관심은 매우 높다.

지금의 추세대로라면 민주노총도 일단 조직적인 결정을 내릴 전망이다. 민주노총 중앙정치위원장인 양경규 전문노련 위원장은 “다양한 정치적 견해를 가진 대중조직이라 쉽게 결정을 내리기 힘들다”며 “그러나 민주 적이고 개혁적인 후보를 통해 민주개혁의 내용을 실현시킬 수 있는 대선 방침을 결정하는 데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오 는 6월19일 중앙위원회와 7월 말 대의원대회를 거쳐 최종적인 결정을 내 린다. 양 위원장은 하부조직들의 여론을 듣기 위해 지난주부터 지역본부 와 산별조직을 대상으로 한 전국조직 순회간담회에 들어갔다. 지금까지 나오는 반응을 종합해볼 때 민주노총의 결정은 기성정치권을 포함하는 수 평적 정권교체론부터 진보정당 건설을 염두에 둔 독자후보론까지를 아우 르는 국민후보론이 대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밖에도 계급후보론과 정책연합론 대선불참준비론 등이 있지만 유의미한 수준은 아닌 것으로 알 려진다.

그러나 민주노총으로서는 대선 논의가 무척 부담스러운 눈치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임단투를 외면하고 정치논쟁이나 하고 있느냐”는 조합원 들의 눈초리가 첫번째 부담이다. 또 권영길 위원장이 유력한 후보 중 한 명으로 거론되는 상황도 곤혹스럽다. 불필요한 논쟁에 휩싸일 수 있기 때 문이다. 후보를 낼 만큼 대중적 역량을 확보했느냐라는 지적도 설득력있 다. 이런 부담 때문에 민주노총의 한 관계자는 “민주노총은 자체 후보를 내지도, 자체 정당을 건설하지도 않는다”고 밝힌다. 그것은 전체 민족민 주진영이 공동으로 이뤄낼 과제라는 것이다.

민주노총에 눈길이 쏠리는 또하나의 이유는 지난 3월27일 민주노총 임시 대의원대회가 결정한 정치세력화 방침 때문이다. 민주노총은 이 대회를 통해 98~99년 사이에 사회개혁정당을 건설해 정치세력화를 본격화한다는 구상을 밝혔다. 그러나 민주노총이 이번 대선 국면에서 정당건설을 조직 적으로 시도할 것이라고 보는 이들은 거의 없다. 정당활동과 조합활동의 관계를 설정하는 문제, 임단투라는 현안, 기본적 경비, 산업별 노조건설 과 지역조직 강화, 노동자계급의 정치적 진출을 가로막는 현행법 문제 등 쌓인 문제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대신 민주노총은 대선 국면이 본격화하면 노조의 정치활동 규제가 풀린 것과는 별개로 아직도 노동자계급의 정치적 진출을 가로막는 정당법과 선 거법의 문제를 제기할 태세다.

© 한겨레신문사 1997년06월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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