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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
1997년06월26일 제 16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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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위원(26)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 의장을 만났다. 그는 최근의 사태와 관련해 6월 말~7월 초에 임시대의원대회를 열어 자신을 포함한 한 총련 지도부에 대한 신임 여부를 공개적으로 묻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그자리에서 한총련의 노선과 운동방식 등 최근 한총련을 둘러싼 모든 개 혁방안을 논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석씨 사건에 대한 한총련의 입장은 무엇인지.
=이석씨의 죽음이 구조적인 문제이든 우발적 사건이든, 또 정권의 학원사 찰에서 비롯했든 한총련 학우들의 폭력성에서 비롯했든지간에 한총련은 무릎꿇고 사죄합니다. 이것이 불씨가 돼 학생운동에 대한 국민들의 엄호 와 지지가 사라지고 학생운동의 대중성과 도덕성이 땅에 떨어진 것에 대 해서도 사죄합니다. 한총련은 또 거리에서 자성과 반성의 모습으로 거리 청소를 할 것입니다. 단순히 상황을 만회해보려는 전술적인 구사가 아니 라는 점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그러나 김영삼정권에 대해서는 절대로 무릎꿇지 않을 것입니다.
-학생운동권 일부에서는 지도부의 총사퇴나 중앙집행부의 해산, 한총련 전체에 대한 신임투표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런 요구들이 한총련의 강화와 혁신을 위한 정당한 요구라고 생각합니 다. 한총련은 6월 말~7월 초에 공개적이고 합법적으로 임시 대의원대회를 개최하려고 합니다. 정부가 정말로 건강한 학생운동을 원한다면 대의원대 회 소집을 보장해야 합니다. 이 자리에서 저를 포함한 한총련 지도부의 신임을 묻겠으며 그 이상의 문제에 대해서도 논의할 것입니다. 또 한총련 의 진로를 묻는 8백여 대의원들에 대한 설문조사와 백만학우에 대한 여론 조사도 계획중입니다.
-한총련이 도덕적 우위를 통한 국민지지를 추구하기보다 물리적인 충돌에 서 승리하려는 준군사주의적 모험주의에 빠져있다는 비판의 소리에 대한 의견은.
=올해 4월 대의원대회 때는 제가 직접 송언종 광주시장을 만나 물리적 충 돌을 피하려는 노력을 기울이는 등 나름대로 평화적인 행사를 위해 최선 을 다했습니다. 5기 한총련은 물리적인 원천봉쇄가 없는 한 폭력을 사용 한 적이 없습니다. 그러나 한총련이 낸 어떤 집회신고도 허용된 적이 없 습니다. 이번에도 범청학련 출범식과 관련해 북한과의 팩스교환이 없다는 점을 기자회견을 통해 미리 약속했습니다. 출범식에서도 지도부는 쇠파이 프와 화염병을 사용하라는 지침을 내리지 않았습니다. 우리의 보잘것없는 물리력으로 정권의 공권력을 이겨보려는 생각을 가진 적은 한번도 없습니 다.
-남총련에서도 프락치 폭행 사건이 일어났는데.
=자체적으로 진상조사를 벌이고 있어, 결과가 나오는 대로 국민 앞에 공 개하겠습니다.
-주관적인 정세판단으로 과격한 노선을 택해 다른 사회운동들과 연대도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비판도 적지않습니다.
=한총련의 과도한 정세인식이 문제라면 이것을 더욱 과도하게 받아들였던 다른 많은 운동진영에도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전민항쟁이란 정권의 퇴 진을 전국민적 힘으로 해나가자는 것인데, 이를 폭동이나 물리력을 동원 한 대규모적 공권력과의 투쟁으로 이해하기 때문에 거부감을 가지는 것입 니다. 과도한 부분이 있다면 실천 속에서 고쳐나갈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정권타도’라는 말이 받아들여지기 힘들다고 판단해 출범 식 과정에서는 ‘조기하야’로 바꾸기도 했습니다.
-소수 의견이 구조적으로 막혀있다는 비판도 있는데.
=조직운영의 지향과 현실은 잘 구분해야 한다고 봅니다. 주류가 단한번도 비주류에 의장자리를 내주지 않은 것은 현실이라고 생각합니다. 더욱이 정파를 중심으로 의장을 세우는 것은 대중조직의 논리에 맞지 않습니다. 의장이 간부들을 나눠먹기식으로 임명한다면 기존 정치권과 다를 게 없다 고 생각합니다. 소수의 의견을 듣는 것은 특별기구를 만드는 방식이 아니 라 일상활동에서 얼마나 열린 자세를 유지하는가에 달렸다고 봅니다.
-검찰은 최근 한총련을 친북이적단체로 규정했는데.
=한총련은 자체의 정세인식과 사회성격 규정을 통해 활동하는 자율적인 대중조직입니다. 주장의 유사성으로 이적과 친북을 얘기할 수는 없다고 봅니다. 또 유사함 자체가 이적의 기준이 된다고 보지도 않습니다.
-일부 사회운동에서는 한총련의 참여를 달갑지 않게 생각합니다.
=전체 민족민주운동 진영의 통일과 단결을 저해하지 않는 것을 최우선의 원칙으로 참여할 것입니다. 한총련으로 인한 분열은 있을 수 없다는 게 대원칙입니다.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 유연함을 모든 방면에서 모색할 것 입니다.
-이런 일을 치르고도 믿음과 신뢰가 유지될 수 있을 것으로 보는지.
=그동안 독재정권의 모략과 학생운동의 와해 기도 속에서도 학생운동을 침묵으로 지지해줬던 국민들에게 가장 죄송합니다. 여비까지 마련해주시 며 격려하시던 교수님이 “정말 니네가 그렇게까지 했느냐”며 질책하실 모습도 떠오릅니다. 또 한총련을 따라줬던 학우들에게도 죄송하고 안타까 운 마음입니다. 그러나 대학에서 학생회라는 공간은 첨단의 자본주의 아 래서도 나눔, 사랑, 진보, 조국, 통일이라는 화두를 안고 사는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입니다. 억만금을 주고서도 살 수 없는 가치에 대해 회의해서 는 안 될 것입니다.
김창석 기자
© 한겨레신문사 1997년06월2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