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1997년06월26일 제 163호 한겨레21

이인제 지사 다크호스 급부상

(사진/이인제 지사는 최근 각종 여론조사 결과 일반 국민들의 지지도뿐만 아니라 대의원들의 지지도 급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인제 경기지사가 뜨고 있다. 가장 젊은 후보(올해 49세)인 이 지사가 신한국당 대통령 후보 경선전에서 쟁쟁한 ‘선배’들을 제치고 강력한 ‘ 다크 호스’로 급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하층부 공략작전 주효

이 지사는 최근 각종 여론조사 결과 일반 국민들의 지지도 뿐만 아니라 대의원들의 지지도에서도 급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 유권자 들을 상대로 한 <조선일보>와 한국갤럽의 여론조사 결과(6월16일) ‘누가 대통령 적임자라고 생각하느냐’는 문항에서 이 지사는 11.1%로 신한국당 후보 가운데 이회창 대표(16.5%)와 박찬종 고문(13.2%)에 이어 3위를 차 지했다. <한겨레>가 실시한 신한국당 선출직 대의원들을 상대로 한 조사( 6월16일)에서도 이 지사는 17.7%로 이 대표(36.6%)에 이어 2위로 나타났 다.

이는 `이 지사의 대중적인 인기가 ‘대의원들의 표로까지야 연결되겠느냐 ’는 정치권의 회의적인 예상을 뒤집고 실질적인 당심으로까지 발전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특히 이는 당 밖에서는 인기가 높은 박 고문이 당내 대의원들에게는 여전히 낮은 지지도(한겨레 조사에서 9%)에 머물러 있는 것과는 매우 대조적이다.

지난 3월24일 당 안팎의 조소와 냉대 속에 ‘외롭게’ 경선 출마를 선언 하던 때와 비교하면 상전벽해가 아닐 수 없다. 특히 당내 원로들은 이 지 사의 출마 선언을 젊은이의 치기어린 행동으로 치부하기도 했다. 민관식 고문은 당시 고문단회의에서 “지금이 어느 땐데… 도정(道政)이나 똑바 로 챙기라고 그래”라며 원색적인 공격을 퍼부었다.

이 지사의 급부상 원인은 무엇보다 지난주까지 계속됐던 텔레비전 3사의 토론회라는 데에 정치권의 분석이 일치한다. 분명한 자기 철학과 정연한 논리, 군더더기없는 말솜씨 등이 박정희를 닮은 외모와 연결되면서 국민 들에게 “똑똑한 젊은 정치인”이라는 인상을 심어줬다는 것이다. 실제로 텔레비전 토론회 직후에는 이 지사의 캠프 사무실은 “쏟아지는 격려전화 로 다른 일을 하지 못할 정도였다”고 한 관계자는 말했다.

그리고 이른바 김심이나 의원 및 지구당위원장을 상대로 한 상층부 공략 작전이 아니라 국민을 상대로 한 하층부 공략 작전이 주효했다는 점에서 이들의 자부심은 더욱 크다. 그와는 정반대로 김 대통령이나 민주계 마음 얻기에 기댔던 이수성 고문이 언론의 지대한 관심에도 지지도 상승이 주 춤하고 있는 현상과 좋은 대조를 이룬다. 이 지사의 경우 ‘친정’인 민 주계의 도움은 커녕 냉대만 받았었다. 이 지사는 이와 관련해 “솥의 물 을 끓이려면 밑에서 불을 지펴야지 왜 솥뚜껑 위에다가 불을 지피느냐” 며 의원 및 위원장 접촉을 기피해왔다.

이 지사쪽은 최근의 상승세에 대해 “이 지사가 내세운 세대교체와 젊고 일하는 대통령론에 대해 국민들이 공감하고 있는 것”이라며 “당심도 이 러한 민심을 따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편 이 지사는 상승세를 확실히 굳히기 위해 앞으로 본격적인 대의원 접 촉에 나설 계획이다. 지구당을 순방하면서 대의원들을 직접 만날 경우 ‘ 인물 이인제’를 확실하게 팔 수 있게 됐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박수쳐 주는 ‘선배’들이 있을까

이 지사가 뜨면서 당내 최대 계파인 민주계에 새로운 흐름이 나타나고 있 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즉 민주계 모임인 ‘정발협’쪽에서 그동안 대세 였던 ‘이수성 대안론’이 흔들리고 그 틈을 비집고 ‘이인제 대안론’이 고개를 들기 시작한 것이다. 정발협 회원인 서울지역 한 원외위원장은 “ 지지도 상승이 없는 영입파보다는 차라리 민주계 출신인 이 지사를 미는 게 더 명분이 있는 게 아니냐는 분위기가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정발협의 한 관계자도 “정발협이 특정주자를 미리 내정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면서 “당선 가능성이 높은 후보를 밀 수밖에 없는 만큼 이 지사 도 정발협의 논의 대상에 오를 것은 당연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지사가 정발협의 지지 후보로 최종 ‘당첨’될 수 있을지는 아 직 미지수이다. 젊은 후배의 ‘괄목상대’를 흔쾌하게 받아들이는 선배란 어느 곳에서건 그리 흔치 않기 때문이다. 어쨌든 이 지사는 특정 계파와 의 유착이나 다른 주자와의 합종연횡 등 정치적 거래는 앞으로도 완전 배 제한다는 방침이어서 그의 ‘깜짝 놀랄만한’ 정치 실험에 더욱 이목이 쏠리고 있다.

김종철 기자 한겨레21

© 한겨레신문사 1997년06월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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