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1997년06월26일 제 163호 한겨레21

현대 “LG 혼자 먹지 마!”

(사진/현재 터파기 공사가 진행중인 서울 삼성동 아셈호텔 건립부지. 현대는 "공개경쟁을 실시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오는 2000년 아시아·유럽정상회의(아셈)를 열기 위해 무역협회(회장 구평회)가 추진하고 있는 대형호텔 건설사업을 ‘독식’하려던 LG그룹에 제동이 걸렸다.

현대그룹 계열사인 현대종합목재가 지난 6월10일 무협이 인터콘티넨탈호 텔 운영업체인 한무개발을 아셈호텔 건립 민자사업자로 선정해 현재 터파 기공사가 진행중인 호텔부지에 대해 임대계약을 맺으려는 것은 위법이라 며 임대계약금지 가처분신청을 서울지법에 낸 것이다. 현대는 무협이 아 셈호텔 사업권을 한무개발에 수의계약 형식으로 주려는 건 특정그룹에 대 한 특혜이기 때문에 계약추진을 중단하고 공개경쟁을 실시하라는 주장이 다.


‘수의계약’ 결정되면서 문제 꼬여

한무개발은 지난 88년 무협이 인터콘티넨탈호텔을 지으면서 설립한 회사 다. 표면상 40.4%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무협이 최대주주로 돼 있지만 실 제 경영권은 제2대주주인 LG그룹(지분율 40.2%)이 가지고 있어 공정거래 법상 LG 계열사로 편입돼 있다. 전체 상근·비상근 임원 12명 가운데 LG 그룹 출신이 과반수를 넘는 7명에 이른다. LG그룹 창업고문인 구평회 무 협회장이 회장(비상근)이고 이문호 회장실 사장 등 그룹 핵심인사들이 이 사로 포진해 있다. 현대종합목재는 무협 회원사 자격으로 가처분신청을 냈지만 실제론 현대를 대표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주변에서 이번 사건을 아셈호텔 사업권을 둘러싼 현대와 LG간의 갈등으로 보는 것도 이 때문이 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해로 거슬러올라간다. 무협은 지난해 6월 아셈 개최지 로 선정되면서 총사업비 1조3백억원 규모의 `‘무역센터 확충사업 계획안 ’을 마련하고 오는 99년 말까지 호텔 및 갤러리아(쇼핑센터)는 민간 자 본으로, 컨벤션센터, 사무동은 자체 자본으로 짓기로 했다. 호텔 및 갤러 리아 민자사업은 무협이 부지를 제공하는 대가로 임대료를 받고, 사업비 는 민간업체가 부담하는 방식이다. 1천8백여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지상 3 2층에 8백개의 객실을 갖춘 특급호텔로 지어질 아셈호텔은 처음부터 노른 자위 사업으로 지목되면서 재벌그룹들이 군침을 흘려왔다. 재벌그룹의 한 관계자는 “아셈호텔은 무역센터는 물론 새로 짓는 대형 컨벤션센터까지 바로 붙어 있어 안정적으로 사업을 벌일 수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무협이 아셈호텔과 갤러리아 민자사업자를 공개경쟁이 아닌 수의 계약으로 선정하기로 결정하면서 문제는 꼬이기 시작했다. 수의계약 대상 업체는 아셈호텔의 경우 한무개발, 갤러리아는 한무쇼핑으로 정해졌다.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운영업체인 한무쇼핑도 형식상 무협이 최대주주지 만 실제 경영권은 현대그룹이 갖고 있다. 현대 계열사인 금강개발의 정몽 근 회장이 32.3%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무협은 “출자사를 사업 자로 선정해 출자자산의 가치를 높인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특혜시비 를 잠재우진 못했다. 특히 구 회장이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작은 할아버 지로 특수관계에 있어 노른자위 아셈호텔을 사업을 맡게 된 LG에 의혹의 시선이 집중됐다. 무협의 한 회원사는 “계약주체인 구 회장이 한무개발 회장을 겸하고 있는 데다 한무개발이 속한 LG그룹 창업고문으로 있어 결 과적으로 계약 쌍방이 동일인인 셈”이라면서 “공정거래법상 부당내부자 거래 혐의도 다분하다”고 지적했다. 무협 직원들도 지난 2월 구 회장이 LG그룹에 특혜를 줬다는 진정서와 서신을 청와대와 국회, 6만여 회원상사 들에게 보내고, 구 회장에 대한 연임반대운동을 벌였다(구 회장은 그러나 지난 2월 무협회장 연임에 성공했다).

무협이 한무개발과 맺으려는 계약내용은 특혜의혹을 더욱 부채질한다는 지적이다. 무협은 호텔부지를 제공하는 대가로 받는 토지임대료를 향후 2 0년간 △호텔영업이 적자일 때는 연간 매출액 기준으로 3.5% △누적적자 일 때는 4% △누적적자 해소 때에는 5%라는 파격적으로 낮은 수준으로 제 시했다. 무협 관계자는 “무협이 외국 전문기관에 의뢰해 나온 평가서상 의 적정 임대료율은 7%이나, 서울 강남 호남선고속터미널 부지에서 같은 방식으로 추진중인 메리오트호텔 민자유치사업 경우의 임대료 5~7%와 비 교할 때 낮다”고 지적했다. 현재 한무개발의 누적적자와 외부차입금이 각각 1천억원과 1천8백억원에 이르는 점을 감안할 때 임대료를 상당기간 한푼도 못 받을 것이라는 우려도 많다.


“설계·감리까지 계열사에…” 소문 파다

한무개발은 한술 더 떠 아셈호텔 설계를 LG그룹의 위장계열사라는 혐의( 현재 공정거래위원회가 조사중)를 받고 있는 창조종합건축에 맡겼다. 주 변에서는 설계에 맞춰 공사가 제대로 진행되는지를 감독하는 감리까지 창 조에 맡기고, 호텔공사는 LG건설에 주려 한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이 경 우 LG는 아셈호텔 운영부터 설계, 건설, 감리까지 모두 독차지하는 결과 를 낳게 된다. 이미 무협이 지난해 11월 제한입찰을 통해 시공사를 선정 한 관련부지 터파기공사는 낙찰가 4백7억원에 LG건설·대우건설·현대건 설 등 3개사 컨소시엄에 돌아갔다.

현대는 계열사인 한무쇼핑이 갤러리아 사업자로 내정됐지만 처음부터 호 텔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고 말한다. 더욱이 갤러리아 사업협상은 건물 높이 등에 대한 현대와 무협간의 이견으로 지난 3월 깨져버렸다. 무협은 갤러리아 사업자를 공개경쟁을 통해 선정하기로 방침을 바꿔버렸다. 지난 4월25일 실시된 갤러리아 공모에는 무협의 출자사인 한국공항터미널이 단 독으로 신청했다. 현대는 협상결렬 뒤 무협쪽에 아셈호텔 사업자를 갤러 리아와 마찬가지로 공개모집을 통해 선정할 것을 요구하고, 자신들이 호 텔 사업자로 선정될 경우 토지임대료를 적자 여부와는 관계없이 매출액의 5%로 지급하겠으며 더 높일 수도 있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무협은 지난 5 월28일 무역센터 확충사업 추진위(위원장 구평회)에서 한무개발을 아셈호 텔 사업자로 선정하는 안을 통과시켜 버렸다. 현대가 가처분신청을 내지 않았다면 마지막 단계인 회장단회의 상정까지 곧바로 밀어붙였을 것이라 는 시각이 많다. 현대는 “한무개발보다 더 많은 임대료를 주겠다는 제안 을 무시한 것은 출자자산의 가치를 높인다는 수의계약 명분이 허구임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물론 현대에 쏠리는 시선이 고운 것만은 아니다. 그러나 현대는 가처분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추가적인 법적대응도 불사한다는 강경자세를 보이고 있다. 6만 회원사를 두고 있는 무협이 현직 회장까지 관련된 특혜시비에 휘말린 것도 비극이지만 국가사 업으로 추진중인 아셈 개최까지 차질을 빚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다.

곽정수 기자 한겨레21

© 한겨레신문사 1997년06월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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