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1997년06월26일 제 163호 한겨레21

김대중 인터뷰“단일화만 이뤄지면 압승”

 김대중 국민회의 총재를 6월14일 오후 서울 마포 아·태평화재단 이사 장실에서 만났다. 그는 최근 각종 여론조사결과에서 나타난 지지도 상승 때문인지 매우 여유있는 표정이었다. 실제로 그는 김 총재는 인터뷰에 앞 서 “텔레비전토론에 대한 여론이 어떻습니까”라고 묻는 등 여론의 반응 에 큰 관심을 보였다. 이런 연장선상에서 “자민련과의 후보단일화만 이 뤄진다면 (12월 대선에서) 압승할 수 있을 것”이라고 그는 자신감을 나 타냈다. 김 총재는 다음날인 15일 아침 일산자택에서 기자와 다시 만나 ‘모자란’ 부분을 채우는 등 다른 어느 때보다 넉넉해 보였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도가 상승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하나는 우리가 전당대회를 원만히 잘 치룬데다 끝난 후에 당이 일치단결 했고, 또하나는 국민들이 김영삼 대통령을 겪고 나서 결국 준비없는 대통 령을 뽑은 것이 잘못됐다고 생각해 검증된 사람이 필요하지 않느냐고 생 각하는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는 국민들이 직접 체험한 텔레비전 토론 의 영향 때문이겠죠.

-전당대회도 치르지 않은 신한국당 당내후보 8명과 TV토론에서 같은 취급 을 당하는 것이 억울하지 않았습니까.

=그런 측면도 있으나 결과는 안하는 것보다는 낫다고 봅니다. 또 그런 문 제를 가지고 거절하면 예의에도 벗어나는 것 같고요.

-TV토론과 대중연설의 차이를 설명해주시죠.

=대중연설은 말만 잘하면 되는 데 텔레비전토론은 말 뿐아니라 표정관리, 의상, 온갖 화장까지 해야하는 그런 문제가 있어 성격이 다릅니다. TV토 론이 훨씬 더 어렵죠. 파급효과도 비교가 안되죠. 이제는 원하건 원치않 건 선거는 TV토론이 좌우하는 시대에 들어갔습니다.

-지난 이야기지만 지난 92년 대선에서 TV토론이 있었다면 결과는 어떠했 을지.

=물론 달라졌을 겁니다. 첫째는 김영삼 후보와 나를 국민들이 직접 비교 할 수 있는 기회가 됐을 것이고, 둘째는 부산초원복국집사건이 오히려 지 역감정을 자극하는 쪽으로 둔갑하는 것을 깨는 데 상당한 도움이 됐을 것 이고, 셋째는 용공조작 및 간첩 이선실사건의 악용을 막는데 결정적으로 기여했을 것입니다. 돌이킬 수 없는 일이긴 하지만 김영삼 후보하고 의견 을 주고받으며 토론을 했다면 판세는 크게 바뀌었을 겁니다.

-최근 여당에서 다시 나이 문제를 거론하던데. 건강은 어떠신지요.

=선거를 할라니까 그렇겠죠. 그분들도 60을 넘은 사람들이 대부분인데….

-최근 골프잡지에까지 등장한 것으로 알고 있는 데 골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처음에는 골프가 귀족적인 것이라해서 거부감을 가졌습니다. 그러나 야 외에서 하는 운동으로서는 상당히 건전한 운동이고, 또 현재 많은 사람들 이 즐기고 있는 것을 현실적으로 존중해줘야 합니다. 만약 우리가 집권한 다면 퍼블릭코스를 많이 만들어 싼값으로 일반 국민들도 할 수 있도록 할 생각입니다. 한강고수부지를 활용해 간이골프코스를 만들 수도 있고요. -임시국회 개원이 여야간의 정치특위구성 비율문제로 난항을 겪고 있습니 다.

=정치개혁은 여야가 동수로 합의를 통해 통과시켜야할 사항입니다. 여야 동수가 안되니 지난번 청문회 때 위증자에 대한 고발도 못하고 문제가 많 았습니다. 정치개혁을 회피하려는 여당에 야당이 끌려갈 수는 없는 것 아 닙니까.

-대선자금 진상규명은 묻혀지는 것같아 보이는데.

=불씨를 살리려면 언론이 도와줘야하는 데 언론 자신도 여기에 대해서는 별로 적극적이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니 야당의 요구와 주장이 부각되지 않고 여당 역시 이를 무시하게 되는 것같습니다.

-김영삼 대통령이 대선과정에서 과연 중립을 지킬 것으로 보십니까.

=김 대통령이 중립을 지킬 것이라는 데 대해서 솔직히 확신할 수 없습니 다.

-김 대통령이 대선과정에서 중립을 지키지 않을 경우 어떻게 하시겠습니 까.

=거기에 대해서는 아직 생각해보지 않았습니다.

-신한국당 대선후보 경선구도는 어떻게 될 것으로 보는지요.

=아직 전당대회가 40여일 남아 있어 예측하기가 어렵습니다. TV토론 결과 가 여당의 지지세력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도 봐야할 것입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이인제 경기도지사가 부상하고 있는 데 세대교체론이 다시 득세할 가능성에 대한 생각은.

=아직 그렇게 판단하는 것은 빠르죠. 한번의 여론조사 결과를 가지고 판 단할 문제는 아니고 앞으로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종합해 봐야죠. 그러나 주목할 만하죠.

-자민련과의 단일화협상은 언제까지 마무리할 생각입니까.

=무한정 갈 수는 없지요. 그렇게 복잡한 문제도 아니니 결론을 내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릴 필요는 없습니다. 그러나 상대가 있으니 언제까지라고 한마디로 잘라 말할 수는 없겠죠.

-후보등록 이후라도 가능한 것인지요.

=그렇게 오래 가서는 안되죠.

-내각제 개헌시기와 후보단일화를 한 묶음으로 타결하겠다는 생각은 여전 히 유효합니까.

=내각제 개헌까지 포함해 3개를 함께 결정해야죠. 우리는 아직 내각제를 당론으로 채택한 것은 아닙니다. 단일화에 도움이 된다면 할 용의가 있다 는 것이죠.

-김종필 자민련 총재는 `국민회의는 내각제를 대통령이 되기 위한 수단으 로 생각하고 자민련은 내각제를 목적으로 하는 등 큰 차이가 있다'고 말 하고 있는데요.

=목적이냐 수단이냐 꼭 따질 이유는 없고요. 각자 소신이니까. 우리의 목 표는 신한국당 정권의 종식과 여야간 정권교체입니다. 제게 확실한 것은 신한국당하고 손잡고 하는 것은 안하겠다는 것입니다.

-자민련과의 단일화협상에 대해 낙관하는 듯 한데 그 근거는 무엇입니까.

=낙관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꼭 이뤄져한다는 것이 국민여망이라는 것이죠. 정치하는 사람들로서 국민여망을 존중해야죠. 제가 낙관보다는 국민의 여망이 있으니까 우리가 꼭 이룩해야 하겠다는 것이고, 3가지 문 제는 해결할 수 없는 것이 아니라는 겁니다. 이것이 되면 자민련도 좋고 우리도 좋고 안되면 양쪽 다 나쁜 것 아닙니까. 굳이 안되는 방향으로만 생각할 필요는 없는 것이죠.

-사실 그동안 여론조사에서는 DJP단일화가 돼도 신한국당 후보에 이길 수 없다는 결과가 적지않았습니다.

=그것은 단일화가 안된다고 보는데서 오는 반영인데 단일화가 되면 엄청 난 폭발력을 가지고 압도적인 우세를 보일 것입니다.

-박태준씨에 대한 입장은.

=박태준씨가 억울하게 김영삼씨한테 박해를 받고 정치적 보복을 당하지 않았습니까. 마땅히 명예회복이 되는 것이 옳다고 보고 있으며, 그 분이 정계에 나온다면 우리 경제발전에도 도움이 되지 않겠습니까. 더 필요하 다면 우리가 도와줄 수 있으나 아직까지 구체적인 것은 없습니다.

-조순 서울시장의 국민회의 입당 가능성은 어떻습니까.

=순리로 보면 조 시장은 우리 당에 입당하는 것이 순리죠. 일단 민주당후 보로 당선된 분이고 그 때의 정리로 봐서도 입당하는 것이 순리죠. 그러 나 그 양반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최근 대한적십자사에서 북한에 옥수수 5만t를 지원하기로 했으나 북한의 식량난해결에는 부족하다고 합니다. 정부차원의 식량지원에 대한 의견은.

=지금 정부가 국제기구를 통해서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 데 어떤 방 식이든 북한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방향에서 접근해야 합니다. 민간차원의 도움도 과거와 같이 막지말고 적극적으로 인정하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경부고속철도문제가 골치덩어리로 전락하고 있는데.

=일단 대전까지만 건설하고 나머지는 전철화시켜야할 것입니다. 애초부터 그 돈으로 고속도로를 2개 더 만드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습니다. 정말 고 속철도는 잘못하면 두고두고 애물단지가 될 것입니다.

-한총련 문제에 대한 의견은.

=지난해 나는 한총련은 자진해체하거나 근본적으로 재출발해야한다고 말 했습니다. 그러나 그 사람들이 내 말을 듣지 않았습니다. 국민대중의 지 지를 받지 못하는 운동은 실패합니다. 학생운동의 순수성도 상당히 상실 했고 이성적인 면이 부족합니다.

-최근 유럽에서는 사회민주주의 계열의 정파가 석권하고 있는데요.

=그렇다고 좌파의 승리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자본가와 노동자가 경제 의 양축을 형성하던 공업사회에서 가능했던 보수와 혁신의 대결시대는 끝 났습니다. 현재와 같은 정보사회와 지식산업사회에는 무이데올로기 시대 로서 보수와 혁신이 통합하는 중도통합의 시대로 봐야할 것입니다.

김성호 기자 한겨레21

© 한겨레신문사 1997년06월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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