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1997년06월26일 제 163호 한겨레21

웬 ‘광개토대왕론’?

(사진/신광개토왕론은 연말 대선까지 선거 구호로 남을 것인가. 5월19일 열린 전국대의원대회에서 `신광개토시대' 피켓을 든 DJ쪽 당원들.)

 김대중 총재가 갑자기 들고나온 ‘신광개토대왕’론은 자신이 상대적으 로 우위에 있다고 판단하는 경제와 외교 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최대한 부 각시키기 위한 연말 대선 슬로건이다.

김영삼 대통령과 신한국당 대선예비후보들이 경제와 외교에 대해 갖고 있 는 지식이 거의 무지에 가까운 수준이라고 보고 유권자들에게 일찌감치 차기 대통령은 광개토대왕처럼 국력을 키울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주문’을 유권자들의 의식속에 각인시키기 있는 것이다.

광개토대왕은 4세기 말과 5세기 초 고구려의 영토를 사상 최대로 확장한 인물이다. 소수림왕대에 나라의 기틀을 확립한 고구려는 광개토왕대에 요 동을 확보하고 만주일대의 주인이 돼 한족과 더불어 동아시아를 양분할 정도로 국위를 떨쳤다. 광개토왕의 다음대인 장수왕 시절은 우리 민족의 최전성기로 평가된다.

김대중 총재는 이에 따라 “광개토대왕이 영토적 차원에서 한반도를 뛰어 넘어 세계를 무대로 한민족의 위상을 높인 것 같이 우리의 제품, 우리의 문화, 우리의 외교를 갖고 전세계로 뻗어나가자”고 외치고 있다.

광개토대왕론의 구체적인 내용은 △기술력 확보 △공동체 의식 △외교역 량 발휘 등 세 가지로 구성돼 있다.

기술력 확보는 21세기가 정보화시대, 다품종소량생산시대이므로 우리 경 제를 대기업 위주에서 중소기업 위주로 전환시켜 다품종소량생산에 적합 한 경제구조를 확보하자는 것이다. 다품종소량생산체제는 김 총재가 오래 전부터 주장해 온 경제정책의 골간.

공동체의식은 인내천 사상, 경로사상 등 우리 민족의 고유한 가치를 전세 계에 전파해 21세기 문화형성에 주도적 구실을 담당하자는 주장이다. 외 교역량 발휘도 이 분야 전문가로 자처해온 김 총재가 김영삼 대통령과의 차별화를 위해 끊임없이 동원해 온 주제다.

김 총재의 차남인 김홍업씨가 운영하는 출판사 ‘밝은 세상’에서는 최근 <개토영웅>이라는 장편소설(저자 이순창) 두권짜리를 펴내 광개토대왕론 을 확산시키는 데 측면지원을 하고 있다.

하지만 신광개토대왕론이 연말 대선 때까지 김 총재의 선거 구호로 남게 될 것인지는 불투명하다. 나이가 많은 김 총재가 옛날 사람을 끌어들이는 것은 구태의연하다는 지적이 당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 “ 김대중이 대왕이 되겠다는 것이냐”는 식의 불필요한 오해를 심어줄 위험 이 있다는 분석도 있다.

성한용 기자 한겨레21

© 한겨레신문사 1997년06월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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