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1997년06월26일 제 163호 한겨레21

“지켜보라, DJ의 변신을”

(사진/사실상의 득표활동? 5월21일 연세대에서 특강하는 김대중 총재.)

 신한국당 대선 예비주자들이 7월21일 전당대회를 앞두고 ‘혈투’를 치 르는 동안 김대중 국민회의 총재는 직접 유권자들을 파고드는 사실상의 연말 대선 득표활동을 활발히 벌이고 있다.

그는 5월19일 전당대회 이후 지금까지 두 가지 행사에 전력을 기울여 왔 다. 하나는 텔레비전 토론이고, 또하나는 대학을 찾아다니며 강연을 한 것이다.


“사모님만 빼고 모든 것을 바꾸라”

김 총재는 텔레비전 토론회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자신의 진면모를 국민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보고 전문가를 불러 리허설 을 갖는 등 각별한 공을 들였다. 6월13일 한국방송공사와 <조선일보>가 주최한 토론회를 끝으로 방송기자클럽까지 포함해 모두 네차례 텔레비전 토론회를 가진 셈인데, 실제로 토론회 이후 여론조사에서는 김 총재의 지 지도가 상승세를 타고 있다.

대학강연은 젊은 유권자들에게 김 총재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불식시 키고 정치지도자로서의 면모를 과시하기 위한 자리.

그가 전당대회 이후 찾아간 대학은 연세대(5월21일), 한양대(5월27일), 상명대(6월5일)와 춘천에 있는 한림대(6월11일) 등 네 곳이다. 6월17일에 는 청주에 있는 고려대 경영정보대학원 초청강연이 예정돼 있다. 하지만 대학강연 스케줄도 각 대학이 1학기 종강을 함에 따라 이달 안으로 일단 마무리된다.

텔레비전 토론회와 대학강연 이외에도 김 총재는 5월29일 오산 공군기지 를 찾아가 공군 작전사령부를 시찰했고 5월31일에는 올림픽공원에서 열린 경제살리기 국민걷기대회에 참석했다. 6월4일에는 경주에서 한국교회정보 센터가 주최한 세미나에서 강연을 했다.

그러나 김 총재의 이런 ‘선거운동’은 텔레비전 토론회를 제외하고는 여 당 예비주자들의 경선싸움에 치어서 언론에 좀처럼 보도되지 않고 있다. 김 총재도 정동영 대변인을 당 공식회의에서 질책하는 등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민회의 비서실과 홍보팀은 텔레비전 토론회와 대학강연처럼 김 총재가 초청되는 자리가 아닌 김 총재가 유권자들을 초청하는 자리를 적극적으로 만들겠다는 아이디어를 내놨다. 언론에서 보도를 하지 않고는 못배기도록 이른바 ‘기획홍보’를 하겠다는 것이다.

기획홍보의 첫 작품이 ‘시민과의 대화’이다. 이 행사의 전체 주제는 ‘ 김대중의 대화여행’, 부제는 ‘21세기 신광개토시대를 향하여’로 설정 했는데 `여행이라는 개념이 너무 한가한 느낌을 주어서인지 ‘DJ 현장을 가다’로 대체할 것을 검토중이다.

행사의 내용은 기업체, 시장, 축제현장 등을 방문해 기업인, 상인, 근로 자, 시민과 대화를 갖는 민생현장 방문이 주축을 이룬다.

민생현장 방문시에는 홍보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버스투어’ 형식을 갖출 예정이다. 6월과 7월에는 우선 1일 왕복이 가능한 서울과 경기도, 강원도 등을 집중방문할 계획이다.

그는 당장 오는 21일 용인과 평택지구당을 방문하는데 자신의 연설은 짧 게 줄이고 시민들을 초청해 질문을 받거나 의견을 청취하는 데 주안점을 둘 생각이다.

민생현장 방문은 기획홍보의 한 사례일 뿐이다.

비서실과 홍보팀은 각 매체가 달려들지 않고는 않될 아이디어를 수집, 이 미 상당량을 확보해둔 것으로 알려졌다. 측근들은 전체 아이디어의 특징 과 내용을 “사모님(이희호 여사)만 빼고 모든 것을 바꾸라”는 말로 압 축한다.


유명인사와 인터넷 공개토론도 계획중

우선 소설가 최인호씨와 광개토대왕을 주제로 역사대담을 갖기로 하는 등 각 분야의 전문가나 명망가와 대담을 하고 이를 시사월간지나 전문잡지에 싣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또 벤처기업 사장을 초청해 간담회를 갖거나 좋은 아버지가 되려는 사람 들의 모임에 참석하는 일, 박카스 광고에 출연했던 ‘성실하게 사는 사람 들’을 초청해 간담회를 갖는 방안 등도 검토되고 있다.

7월8일에는 대구에서 야간경기로 열리는 프로야구 올스타전을 관람할 계 획이며, 대학생들의 농촌봉사활동에도 참가해 건강을 과시할 생각이다. 경제난의 원인 가운데 하나인 물류난을 체험하기 위해 화물트럭을 타고 양재터미널에서 대전까지 내려가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인터넷에 들어가서 카터, 빌 게이츠, 스필버그 등 해외 유명인사와 공개 토론을 벌이는 방안과 국내 피시통신으로 ‘김대중 총재와의 공개토론’ 을 벌이는 것도 기획하고 있다.

역사문화탐방도 중요한 아이템이다. 지역을 방문할 때 지역박물관이나 문 화유적지를 방문일정에 포함시킨다는 것이다. 이 행사를 통해 정약용(경 세치용), 이율곡(10만 양병설), 장보고(대해양국가), 정도전(도덕국가의 이상) 등 선인들의 이상과 치적을 적극적으로 현대에 수용한다는 개념이 다.

김 총재 개인의 인간적 면모를 진솔하게 보여주는 이벤트도 은밀히 준비 되고 있다. 용산가족공원이나 올림픽공원에서 가족과 함께 마음 편히 휴 식을 취하며 손자들의 사회숙제, 자연숙제를 도와주는 모습을 연출할 계 획이다.

김 총재의 이런 줄달음질에는 몇 가지 중요한 정치적 목적이 있다.

우선 신한국당의 경선이 본격적으로 과열하는 시기에 언론의 관심이 여당 으로만 몰리는 것을 방지하고, 여당 후보들이 이전투구 양상을 보이며 국 민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주고 있는 것과 대조적으로 안정감 있는 지도자로 서의 이미지를 심겠다는 것이다.


‘인간적 모습’보여줄 이벤트도 준비

부수적인 효과로 대선고지를 향해 앞서서 달려감으로써 여당 후보들을 초 조하게 만들어 내분을 증폭시키는 ‘소득’이 있을 수도 있고 디제이피 단일화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한 포석이 될 수도 있을 것으 로 측근들은 보고있다.

자칫 사전선거운동이라는 비난을 받을 소지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전당대 회에서 국민회의의 대통령 후보로 선출된 만큼 명분은 충분하다는 것이 측근들의 판단이다.

김 총재의 한 측근은 “지금까지 대통령 후보의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데 우리가 실패한 것을 인정한다”며 “앞으로 전개되는 김대중 총재의 변신 을 지켜보라”고 장담했다.

성한용 기자/ 한겨레 정치부 한겨레21

© 한겨레신문사 1997년06월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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