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1997년06월12일 제 161호 한겨레21

특종!-대선자금‘매체광고 집행계획’ 단독입수

(사진/92년 대선당시 민자당 경리실 차장이었던 김재덕(신한국당 대전시지부 홍보부장)씨. 국민회의가 자신의 말을 인용 대선자금을 폭로한 데 대해 해명하고 있다.)

‘자료가 없어 대선자금의 진상을 밝힐 수 있다.’ 김영삼 대통령과 신한 국당의 공식입장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자료는 있었다. <한겨레21>이 단독입수한 14대 대통령 선거 당시 민자당의 `대선대비 ‘매체광고 집행 기본계획’ 자료에 따르면 항목별로 이미 집행된 예산과 집행예정예산이 구체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이 자료 표지 제목 밑에는 실무자부터 당시 민자당 선거대책본부장 김영구 사무총장의 결재란과 책임자들의 사인이 선명하게 남아있다. 비록 한 부분이긴 하지만 지도부의 결재가 떨어진 당 의 공식문건으로는 처음으로 공개되는 자료라는 점에서 앞으로 ‘자료 논 란’과 관련해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신문광고에만 약 1백억원 사용

‘매체광고 집행기본계획’ 자료에 따르면 신문광고비의 총 소요예산은 8 9억8천여만원이었다. 부가가치세를 제외한 순수한 광고금액만 계산된 것 이다. 소비자가 부담하는 부가가치세를 추가하면 민자당이 매체광고에 들 인 자금만해도 1백억원에 육박한다.

지금까지 신한국당은 대선자금 자료와 관련해 선거 직후 모두 파기해 버 려 총액과 세부 항목을 집계할 수 없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이 자료의 등장으로 비록 단편적이긴 하지만 대선자금 자료의 존재와 함께 신한국당 의 거짓말을 보여주는 것이어서 앞으로 신한국당과 김 대통령의 반응이 주목된다.

<한겨레21>이 입수한 대선자금사용내역서는 `대선대비 ‘매체광고 집행기 본계획’으로 겉표지를 포함해 A4용지 15쪽으로 된 자료이다. 겉표지에는 작성자가 민자당 ‘선전홍보단’으로 돼 있다. 결재란에는 당시 당 선거 대책본부장인 김영구 사무총장과 홍보대책위원장 박관용 의원이 차례로 서명했다. 또한 선거대책본부 홍보단장과 반장, 상황실장, 재정지원반장 의 결재도 있다.

이 자료는 <한겨레21>이 85호(95년 11월23일자)에 폭로한 `‘홍보관련 예 산’자료에 이은 두번째 대선자금 관련 구체적인 물증이다. 다른 점이 있 다면 이번 자료에는 결재란을 포함한 겉표지가 원상태로 남아있다는 점이 다. 특히 ‘홍보관련 예산’자료와 달리 실행단계에서 만들어져 일부 집 행된 예산도 포함돼 있다.

`자료는 민자당의 홍보관련 예산 중 신문매체에 대한 광고집행예산을 담 고있다. 방송광고나 홍보물제작비 등은 전혀 포함돼 있지 않은 순수한 신 문매체 광고비만 해당된다. 신문매체 광고비에 대한 자료가 별도로 작성 돼 공식결재를 받았다는 사실은 방송광고나 홍보물제작비, 유세지원비용 등 다른 분야의 대선자금내역도 별도로 작성돼 결재를 받았음을 방증한다 .

자료의 결재란에 따를 때 당은 신문매체 광고 집행을 위해 92년 10월 27 일 당 재정지원반장의 서명에 이어 10월29일에 선거대책본부장인 김영구 당시 사무총장의 최종 결재를 받았다. 10월 말이면 비록 선거공고일 이전 이나 여야후보가 이미 전국을 순회하며 본격적인 대선운동에 들어간 시점 이다. 이 자료 속에는 이미 집행한 내역도 포함돼 있다. 단순한 기획안이 아니라 실행예산이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선대본부장 결재받은 공식문건

<한겨레21>이 5백35억원에 달하는 전체 ‘홍보관련 예산’자료를 폭로했 을 때 민자당은 “이 자료는 92년 7월말에 작성된 것으로 당의 공식결재 란도 없는 등 실행예산과는 무관하며, 선거를 5~6개월 앞두고 실무자 개 인선에서 작성된 시안에 지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민자당은 또한 문 건이 작성된 시기는 92년 7월로 그 때는 당의 대선기구나 홍보단이 존재 하지도 않았으며 당의 예산 작성지침조차 만들어지지 않은 상태였다며 < 한겨레21>의 보도를 인용한 <한겨레>를 언론중재위에 제소키로 하는 등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강삼재 당시 민자당 사무총장은 “집행예산자 료는 선거가 끝나면 파기하는 게 관례여서 남아있을 수가 없다”며 “그 런데 어떻게 선거비 내역이 누구의 손에 떠돌아 다닐 수가 있다는 말이냐 ”며 공식문서 자체의 존재를 아예 부인했다. 선거자금 관련 자료는 5년 동안 보관토록 한 선거관계법을 어긴 것임에도 그 입장은 지금도 계속되 고 있다.

그러나 불행히도 ‘매체광고 집행 기본계획’자료가 발견되므로써 적어도 신한국당의 전면 파기 주장은 심각한 시련에 빠지게 됐다.

지난 92년 대선 당시 민자당은 10월17일 정원식 전 국무총리를 선거대책 위원장으로 임명하고 김윤환 이춘구 이한동 의원을 상임부위원장으로 하 는 대선기구를 구성하고 본격적인 대선체제로 전환했다. 이어 선대위 아 래에 있던 홍보대책위 기능을 대폭 활성화해 국민을 상대로 한 전면적인 홍보전과 득표전에 들어갔다. `대선대비 ‘매체광고 집행기본계획’에 대 한 선거대책본부장 김영구 당시 사무총장의 결재날짜가 10월29일이라는 사실은 대선자금 집행계획이 선대위가 구성된 다음의 구체적인 집행예산 임을 보여주고 있다. 결재란에도 재정지원반장부터 상황실장, 홍보대책위 원장, 선거대책본부 반장과 단장, 선거대책본부장 등 무려 6단계의 결재 절차를 거친 것으로 나타나있다. 이는 한편으로 선거공고 이전에 이미 공 식 선대본부를 발족시켜 활동에 들어갔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며 다른 한편 으로는 이 기구가 당 사무처를 대신한 공식 선거기구로 활동했음을 입증 한다.

이 자료에 포함된 이미 집행한 내역에 따르면 선거공고 전 1단계 광고 중 ‘0303직통’전화의 설치를 알리는 고지광고에 대해 ‘고지광고:1회(기집 행 10월 7, 8, 9일)’로 기록돼 있어 10월 7, 8, 9일에 걸쳐 이미 신문지 상에 광고를 집행했음을 보여준다. 이밖에 대통령선거 공고 전에 1단계 로 ‘0303직통’전화시리즈 광고 5회와 2단계로 신한국건설 정책시리즈 광고 7회, 신한국 돌출광고 12회 등 24회 광고를 하도록 예정돼 있다. 대 통령선거 공고 뒤에는 1단계로 후보인물광고 2회와 상황대응광고 2회, 공 명선거 캠페인 돌출광고 12회 등 16회의 광고가 계획돼 있다. 대통령선거 공고 전후로 모두 40회의 광고를 하도록 돼 있다.


이미 집행된 내역까지 상세히 기재

‘0303직통’전화 답변광고 게재현황이라는 항목에는 여성문제는 10월15 일부터 16일까지 9대 중앙일간지에 게재했으며, 행정간소화문제는 10월20 일 동아 중앙 서울 경향 한겨레 세계 국민일보에, 교통문제는 10월22일에 조선 한국일보에 게재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환경문제와 중소기업문제는 10월26일부터 27일까지 중앙 9대 일간신문에, 취업난과 민생치안분야는 1 0월30일부터 31일까지 역시 중앙 9대 일간지에 광고하는 것으로 돼 있다.

이 밖에 신한국 정책공약 광고시리즈는 11월2일부터 중앙 9대 일간지와 경제지에 게재하고, 후보인물광고는 11월23일부터 28일까지, 마지막 지지 호소 광고는 투표일 전날에 게재하도록 돼 있다. 본격적인 선거체제로 전 환한 10월부터 12월 18일 선거일까지 구체적인 광고일정이 망라돼 있는 것이다.

자료 13쪽에 있는 총소요예산에는 총예산과 구체적인 집행예산이 자세히 나타나 있다. 신문을 상대로 한 광고비만 부가가치세를 제외하고 89억8천 8백72만5천원으로 돼 있다. 구체적인 예산내역은 ‘0303직통’ 시리즈 광 고 6회에 모두 12억8백만원이 배정돼 있다. 애초 `0303직통 광고계획에서 돌출광고가 추가돼 6회로 늘어났다. 시리즈 광고 6회에 대해서도 구체적 인 광고매체별로 광고일자와 광고비가 책정돼 있다. `0303 고지광고는 중 앙 9대 일간지 1면 5단 크기로 2억2천2백만원, 돌출광고는 중앙 4대 일간 지 1면 돌출(동아일보는 사회면)로 1천2백90만원, 답신 1차광고는 중앙 9 개지 1면 5단으로 2억1천90만원, 답신 2차광고는 중앙 9개지 1면 5단으로 2억3천4백만원, 답신 3차광고는 중앙 9개지와 경제지 1면 5단으로 2억9천 1백만원, 답신 4차광고는 중앙 9개지 1면 5단으로 2억3천4백만원으로 돼 있다.

신한국당 정책 시리즈분야의 경우에도 신한국 창조 총론과 경제총괄, 농 어촌, 여성, 근로자와 영세민, 교육문화, 통일외교, 지역정책 등 모두 9 차례에 걸쳐 광고비로 38억7천5백만원을 책정했다. 신한국 창조 총론광고 는 중앙 9개 일간지와 경제지, 스포츠지, 지방지 등에 모두 광고하는 것 으로 돼 있고, 나머지는 주로 중앙 9개지에만 광고하도록 돼 있다. 법정 광고로는 정책과 인물광고로 두차례에 걸쳐 모두 22억5천8백만원, 공명선 거캠페인광고로 한차례에 걸쳐 3억4천8백만원, 기타 예비광고로 돌발상황 대응광고를 위해 4회에 걸쳐 모두 12억4천3백만원을 책정해 놓고 있다.


추가자료 존재여부도 확인해야

물론 사무처 요원들이 지도부의 지시를 어기고 이 자료만을 파기하지 않 았을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당시 파기 지시는 각 분야별 책임을 맡았던 국실에 지시가 내려갔다. 이 자료만 국한해 보더라도 홍보단에는 이밖에 도 방송광고, 이벤트 광고, 홍보인쇄물 등 수많은 분야가 있다. 이들 분 야중 신문매체 광고만 남아있을 리는 없다. 의지만 있다면 그리고 제대로 수거만 한다면 최소한 공조직의 선거자금은 자료에 입각해 계산해낼 수 있는 것이다. 김 대통령과 신한국당으로서는 변명의 여지가 별로 없는 것 이다. 더많은 대선자금 자료들이 봇물처럼 쏟아지기 전에 대선자금 공개 의 결단을 내리는 것이 차라리 현명할 지도 모를 일이다.

김성호 기자 한겨레21

© 한겨레신문사 1997년06월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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