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야기
1997년06월12일 제 161호 한겨레21

“6월엔 ‘열사’를 생각합시다”

전태일, 김상진, 박종철, 송광영, 박영진, 김세진, 조성만, 박래전, 이철 규, 김귀정…. 이땅의 민주화 과정에서 스러져간 젊은 꽃들이다. 그들을 향한 애달픈 헌사의 한켠에는 ‘과대포장’‘빗나간 자기파괴’라는 비아 냥이 여전히 꿈틀거린다. 아니 그 보다 그들은 아스라이 잊혀져 가고 있 다.

오는 6월5일 오후 3시 성공회 대성당에서 열리는 ‘민족민주열사·희생자 명예회복을 위한 제2차 학술대회’는 이런 점에서 각별한 뜻을 갖는다. “분신·투신·할복·고문사·옥중사·의문사… 우리 조국의 밝은 미래를 위해 희생된 분들이 모두 3백18명입니다. 이제 마땅히 국민적 대접을 받 아야 합니다.” 이 행사를 마련한 ‘민족민주열사·희생자 추모단체연대 회의’ 기획국장 김학철(39)씨는 목소리를 높인다.

‘열사와 시대상’을 점검했던 1차대회와는 달리 2차대회는 의문사·옥중 사의 법률적·법의학적 문제들을 집중적으로 다룬다. 박원순·김선수 변 호사, 배동인·손호철 교수 등이 발제·토론자로 나선다. “그동안 진상 규명 주장만 있었지, 설득력을 갖춘 학술적 연구성과는 없었다”는 게 김 씨가 행사를 연 취지다.

그는 대회의 성과를 토대로 각 당에 압력을 넣을 계획이다. 대선에서 ‘ 열사들의 명예회복과 진상규명’을 공약으로 내걸도록 하는 것이다. 그는 더 나아가 유가족들에 대한 국가유공자 가족대우와 묘역성역화를 꿈꾸고 있다.

“세월이 갈수록, 유가족들은 더욱 외롭고 허전해 합니다. 자식들이 염원 했던 좋은 세상은 오지 않은 것 같고… ‘헛된 죽음’으로 쪼그라드는 듯 한 사회분위기에 견딜 수 없어 합니다. 이들을 누가 품어주어야 합니까. ”

김씨는 가을께 대대적인 범국민 추모행사도 계획하고 있다. 여기에 힘을 보태고 싶은 이들은 ‘추모단체연대회의’에서 제작하는 ‘열사기념 실’ 을 사면 된다. ‘열사’ 1백96명의 얼굴을 담아 A4 3장 한 세트로 6월 초 에 제작될 ‘실’의 판매수익금은 추모사업 기금으로 사용된다(추모단체 연대회의 02-742-3180).

고경태 기자 한겨레21

© 한겨레신문사 1997년06월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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