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야기	1997년06월12일 제 161호

국민서비스는 프로만 할 수 있습니다

“공무원은 전문 직업인입니다. 공무원의 전문성이 강하면 강할수록 사회 에 부정부패가 발 붙일 수 없습니다.”

재미동포 이은기(미국명 에드워드 리·44)씨는 미국 연방정부 공무원이다 . 정부가 물품을 조달하고, 건축공사를 발주하는 과정에서 부정의 싹을 자르는 게 그의 임무다. 우리로 치면 감사관쯤 될까. 구입한 물품의 원가 는 적정한지, 바가지를 쓴 것은 아닌지, 건설공사 자재는 설계대로 쓰이 고 있는지 따위를 감시한다. 그는 그런 일을 “프로만이 할 수 있는 국민 서비스”라고 강조한다.

그는 어릴 때 소아마비를 앓아 목발없이 움직일 수 없는 장애인이다. 하 지만 그가 자신의 일에서 장애로 인한 장애를 느낀 적은 별로 없다. 오히 려 신체의 불편함을 이기고 어엿한 직업인으로 일하는 데 자긍심이 높다. 그는 샌프란시스코의 사무실에서 미국인 동료들과 함께 애리조나에서 워 싱턴, 네바다, 하와이에 이르는 서부지역을 담당한다.

그렇게 12년을 일하고 보니 그의 주변에서 부정부패를 시도하는 사람은 배겨날 수 없다. 연방정부에서 실적이 우수한 감사 공무원에게 주는 표창 장도 꽤 많이 탔다. 그 비결이라는 게 간단하다. “공무원이 깨끗하면 된 다”는 거다. 거기에 “부정부패를 저지르는 사람보다 더 많이 업무를 알 면 금상첨화”란다. 그는 “공무원이 나태하면 결국 국민이 고생한다”고 믿는 프로다.

그의 이민은 느닷없이 이뤄졌다.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문을 두드렸으나 ‘군필’을 요구하는 사회의 장벽에 속이 상해 미국으로 이삿짐을 쌌다. 장애인인 그로서는 달리 방법이 없었다고 한다. 지금도 한국을 떠올릴 때 면, 반쯤 탔는데 버스를 출발시켜 몸의 중심을 잃고 고꾸라지던 기억이 종기처럼 돋아난다.

그는 7년만에 한국을 찾았다. 미국에서 지금의 아내를 만나 결혼했으나, 한국의 처갓집에 들를 형편이 못돼 지금까지 미뤘다. 한국에 와보니 한보 사태를 비롯해 부정부패 문제로 시끌벅적해 놀랐다. 나지막이 던지는 충 고가 따갑다. “부정부패 있는 곳에 공무원의 부정부패가 있습니다. 공무 원이 바로 서야 부정부패가 사라집니다.”

유강문 기자 한겨레21